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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레믈린 Oct 20. 2024

공간_첫 나들이

생후 6개월 좀 넘어서 라고 들은 것 같다

나를 데리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스토리아호텔에서 열린 회사 내 동료의 결혼식에 참석하셨다가 오랜만에 가족회식을 하러 신세계 백화점 지하 레스토랑에 들려서 식사를 하셨다.

나에게는 집 아닌 세상 밖 첫 외출이었고 서울 시내 구경이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카레라이스를 주문하셔서 드시며 나를 테이블 위에 덩그마니 올려놓으셨다. 워낙 순둥이 였던 나는 테이블위를 기지도 헤집지도 않고 어머니 아버지의 식사도 방해하지 않으며 멀뚱 멀뚱 이 테이블 저 테이블의 사람 구경을 하며 앉아 있었다. 잠시 후 식사를 하시던 아버지께서 멀뚱한 나를 보고 장난끼가 발동하셔서 내게 카레라이스 조금을  떠먹여 주셨는데, 나는 아가다운 몸 짓으로 웩하며 그 생경한 음식을 밷아내고 상을 찡그렸다. 어머니는 얘한테 장난하지 말라고 아버지를 핀잔주시고 아버지는 껄껄웃으셨다. 


그날 난 참 많이도 신기했을거다. 많은 사람들과 차들, 처음보는 서울 거리모습들... 그 중에서도 신세계 백화점은 세상에 태어나서 집 밖으로 처음으로 나가 본 공간으로 더욱 내갠 의미가 있다. 어머니가 소녀 적부터 외할아버지와 모자와 소소한 것들을 사러 들르곤 했던 어머니의 사랑하는 장소였던(그 당시에는 미츠코시 경성점---이상의 소설 '날개'에서 등장하는 그 백화점)  그 곳에서  어머니는 나의 출산준비며 배넷저고리를 준비하신곳도 바로 이 신세계백화점이었다. 


내가 성장하면서 신세계백화점에서 어머니 아버지와의 쇼핑도 좋았지만 그곳은 나에게 더 없이 소중한 장소이기도 헸는데, 본관5층에 내게는 없는 금성출판사 책을 파는 매장이 있어서 그곳에 가면 죽다 살아나오다시피 책에 빠져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중학생시절 공부할 때 사용할 스탠드를 사러 아버지 동생과 함께 갔다가 동생과 내가 길이 엇갈려 본관 계단을 서로 반대로 오르락 내리락하며  서로 찾으러 헤메던 웃지 목할 추억도 있다.


세월이 더 흘러 내가 성인이 되었을 땐 신세계 백화점에서 첫 월급으로 어머니 아버지의 옷을 사드리던 날

우리가족은 늘 약속 장소로 신세계백화점 충무로 방향 출입문 입구 앞에서 만나곤 했는데 물론 어머니의 제안이셨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그 출입문 입구에 기다리고 서 계시던 모습을 보고 반가워서 막 뛰어간 생각이 난다. 근래에 충무로 치과에 다녀오다가 신세계백화점 그 출입문울 보니 어머니 아버지께서 다시 그곳에 서 계시면서 뛰어오는 나를 반갑게 맞아 주실 것 만 같았다.


이제는 뵐 수도 없는 그분들과의 첫 추억의 공간_ 신세계 백화점...

어머니 아버지 이제 제가 그때 그 시절 어머니 아버지 나이가 되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가 본 공간 장소 그곳 신세계백화점에서 다시 어머니 아버지와 행복했던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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