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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레믈린 Oct 20. 2024

공간_삼형제 쌀가게 앞

외가집은 시장통과 가까이 있는 골목에 있었다. 그 골목을 나가면 바로 삼형제 쌀가게 라는 점포가 나왔는데 할머니,어머니 이제는 나까지 3대가 우리집 주식인 쌀을 사는 곳이다. 이름에서 알 다시피 세 명의 형제가 운영하는 곳이라 삼형제 쌀가게라고 지었다. 지금은 몇번째 형제인지 모르나 아저씨와 아주머니 두분이 운영하신다) 그 앞에 시장 입구로 가는 곳에 빈 공터가 있었다. 그곳에는 각종 뻥튀기 아저씨, 회전놀이기구 할아버지 , 떠돌이 약장사 아저씨들이 삶의 향연을 펼치던 곳이기도 했다.


할머니께서는 나를 데리고 시장에 가시면서 회전놀이기구가 있으면 얼른 나를 그곳에 맡기고 장을 보러 편히 가셨는데 회전놀이기구는 나와 할머니에게 1석2조인 셈이었다. 나는 놀이기구에 흠뻑취해 즐겁고. 할머니는 어린 나를 데리고 거추장스럽게 장을 보지 않으셔서 편하셨으니 말이다.


죄송스런 말씀이나 영악하신 우리 할머니...


그 공터에서 회전놀이 기구를 타면 삼형제 쌀가게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나 어릴 때만 해도 쌀이 주식이라 사람들의 들고 나는 움직임이 많아 번창하는 쌀가게 모습이었다. 아저씨는 네모난 작은 나무 상자 같은 곳에 쌀이나 콩 팥 등을 퍼서 오신 손님들에게 담아 주시며 때로는 길게 손님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하셨고 손님이 없는 빈 시간에는 가게 앞, 옆을 얌전히 가지런하게 비질을 하셨다. 아주머니는 그 시절만도 해도 새댁이라 한복을 곱게 입고 아저씨를 도와 손님 맞이를 하시거나 역시 자주 찾아오시는 동네 분들과 얘기를 나누기도 하셨다.


한시각쯤 지나 할머니께서 오시고 나는 부산행 놀이기구에 흠뻑취해 내려오지 않으려고 때를 쓰면 아주머니가 쓸적 오셔서 할머니를 도와 나를 달래 부산행 여행을 끝내고 할머니와 함깨 집에 가도록  도와 주셨다.


이제 그 공터에는 더이상 옛날처럼 뻥튀기 아저씨도 회전놀이기구 할아버지도 떠돌이 약장사도 없다.

그리고 시장은 예전과 달리 번화하지도 않지만 삼형제 쌀가게는 여전히 그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저씨는 여전히 점잖고 아주머니는 한복을 입던 새색시에서 마음씨 좋고 사람 좋은 웃음의 쥔장들이 되셨다. 일전에 뵈었을 때 아주머니께서 나를 기억하지 못하셨는데, 아무런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한 번 암수술을 하셨다고 듣긴 했지만 그때 처럼 털어내고 다시 옛모습으로 돌아오셨으면 싶다. 

언젠가 어머니와 쌀을 사러 들렀을 때 아주머니 왈 " 그럼 이 댁은 외할머니적 부터 단골인데..." 라며 우리 집에 대힌 은근한 자부심을 심어 주셨었고,  또 내가 어머니의 부음 을 전했을 때는 이제 정말 좋은 분들이 다떠나셨다며 두 분께서 아쉬움의 한숨을 토로들 하셨었다. 


그래요. 아저씨 아주머니께서도 정말로 좋은 분들이시니 언제나 건강하게 굳굳하게 그 자리를 지켜주십시요.

늘, 그 곳에 한결같이 계셔주셔서 두 분께 감사합니다.

내 어릴 적 추억이 향긋한 삼형제 쌀가게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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