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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래하는 한국 여자 Dec 21. 2021

40. 코로나 시기에 방에서 시간 보내는 방법

학생 시절 미술 시간으로 돌아가서

코로나가 이렇게 길 줄이야 누가 알았겠나. 쉬는 날이 너무 긴 것도 가끔은 고문이다. 나도 모르게 어린 시절 미술 시간에 정신 집중해서 뭔가 했던 시간들이 그리웠다. 뭔가라도 하면 좀 덜 지루할 것 같아서 날 행복하기 위한 시간을 만들기로 했다.

버려진 플라스틱 선반에 그림들을 그려보았다. 살고 있는 집은 50년 전에 지워진 집이라 전기 플러그 위치가 애매한데 이 선반을 사용하니 편했다.

선반 옆에도 그렸다.

노래하는 남자의 모습이다. 내가 사는 이탈리아엔 사람들이 와인을 많이 마시기 때문에 농장 창고 구석에서 오래된 큰 크기의 와인병들을 찾아 닦아서 그 위에 그림들을 그렸다. 코로나 전엔 음악 소리를 거리에서 많이 들었는데... 아 옛날이여!!

노래하는 여자이다. 아노 건반도 같이 흥겨워 노래한다.

코로나로 이탈리아에서 한국사람 얼굴 못 본지  2년이 넘었다.

내가 스케치도 없이 한복 입은 여자들을 그리고 있었다.  기생의 옷을 그리고 싶었는데..ㅎㅎ

민 소녀의 일상복이다.

농장 창고 구석에서 큰 램프가 찾았다. 궁리끝에 램프 밖에 오렌지 열매와 오렌지 꽃들을 그려보았다. 당시 오렌지 농장에 초대되어었는데 아마 내가 오렌지 꽃향기에 취했던 것 같다.
병들의 색깔들이 다양해서 되도록 병들이 가진 색 자체를 즐기려고 노력한다. 이런 병그림은 360도 돌려 가며 즐길 수 있는게 재밌다.
작년 초 병그림 시작 초기 때 해본 병 그림.
궁정에서 입었던 한국 한복

5 리터짜리 큰 병이다. 실, 본드, 매니큐어 사용해서 했다. 제목은 희망이다. 제발 코로나가 사라져 일상이 되기를 희망하며

다른 면은 이렇게 해봤다.

손잡이가 있는 와인 병도 창고에서 찾아 며칠을 닦은 후 색이 잘 어울릴 것 같은 색들을 골라해 봤다. 제목은  ' 왜 왔니 코로나?, 난 네가 싫다 '이다.

정말 이탈리아는 병 천지이다. 이렇게 작은 병들은 그림 그려 연필꽂이, 눈 화장 펜슬 통... 뭐 이런 용도로 사용했고 주변 이탈리아 여자들이 좋아해서 많이 만들어 줬다. 비잔틴 시대의 교회 창문 색들을 생각하며 해봤다. 모든 작품은 마지막에 투명 코팅을 해야 사용할 때 편하다.

산책 길에 주운 나뭇가지를 꽂아봤다. 코로나가 길어져 그냥 답답해서 진짜 아무 생각 없이 글루 건으로 밑그림을 몇 분만에 그린 것 같다. 제목은 '다음부턴 화나고 답답해도 그리기 전엔 생각해야 한다'이다ㅎㅎㅎ.

인터넷으로 정보 찾아서 이탈리아 여성들의 시대별 의상 그려봤다. 아... 어떻게 이런  옷들을 입고 살았을까? 그 당시 상류층 여자들은 하인들이 있어 가능했을거다.

             손잡이가 있는 병 뒷면이다.

병 자체가 아주 두껍고 잘 만들어진 병이었다. 지금은 찾기 힘든 항아리 병이다. 무겁고 단단해서 내가 좋아했다. 농장 창고에서 찾아낸 나의 보물 병이다. 병 자체가 초록빛이었다. 해서 그림 배경 색감을 초록색 톤들로 칠해봤다. 제목은 ' 사랑과 희망 '이었다. 누구에게 선물로 줬다. 그녀가 희망과 사랑을 찾고 있고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녀가 좋아했다. 그 후 그녀는 나이 왕팬이 되었다. 화려한 삶을 꿈꾸는 멋쟁이 이탈리아 여인이다. 그녀가 행복해졌으면 하는 기도문을 외우 듯 작품을 만들었다.


누가 킨데스키 그림을 병위에 그려달라고 해서 했다. 이런 병 그림 완성은 꼬박 2일 걸린다. 코로나가 날 이렇게 만들었다. 바쁘게 살았던 과거처럼 살았다면 이런 꽃병 그림을 그릴 생각은 전혀 못했을 것이다. 근데 나의 삶의 정리 시간은 좋은데 코로나는 No, No!! ㅎㅎㅎㅎ

이것도 킨데스키 작품 커버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다. 제목은 '해바라기들'이다. 내가 만 51세다. 내가 사는 이 이탈리아 집도 동갑이다. 해서 70년대초 이탈리아 벽타일을 감상할 수 있다. 넓은 욕실 구석에 놓아 보았다. 정말 이탈리아 시실리아는 지중해 기후라 태양빛이 아름답다. 겨울 낮에도 한국 3월~4월 낮처럼 따뜻하다.


농장 담장에 이웃집 포도 넝쿨이 작년보다 더 많이 넘어왔다. 구멍이 큰 옛날 철 조망이라 넝쿨은 정말 잘 자라 우리 집 담장 안으로 작년보다 많이 많이 넘어왔다. 이웃집 노부부는 내 남편이 60세인데도 그가 어린아이였을 때 마당에서 노래불렀던 때를 아직도 기억하고 항상 노래해달라고 조른다. 포도주 만드는 포도가 작은 알의 포도종자라는 것을 여기 이탈리아에서 처음 알았다. 한국에서 수입된 플라스틱 장식용 포도를 보고 생김새가 한국 포도 송이와 다르고 색도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알게되었다. 포도를 따서 닦고 설탕 대신 아프리카산 대추(엄청 단 맛이나는) 넣고 끓여 씨를 제거했다. 난 분명 포도 주스를 만들었다. 근데 시일이 지나고 지나고 변해고... 변해서.....포도 식초가 되었다. 근데 이탈리아 사람들은 포도 식초를  만들어 음식등에 사용한다고 한다. 완전 실패는 아니었다. 해서 난  이젠 설거지할 때 이 포도 식초를 같이 사용한다. 이 병 작품 제목은 ' 내가 만든 것은 포도 스였다'이다.


모든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고 다시 거리에서 음악 소리가 들리고 한숨보단 희망찬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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