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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래하는 한국 여자 Dec 09. 2022

43. 튀니스 하마메드엔 뭐가...?

재래시장엔 뭐가...?

 옆집 이탈리아 부부가 하마메드에서 좀 떨어진 재래시장 가지 않겠냐고.. 해서 놀러 가는 마음으로 시장 가방을 들고 동행했다. 30분을 차로 달렸나 재래시장 주차장에 도착했다. 근데 주차장에 이게 서 있었다.

당나귀였다. 난 외국에 나가면 동물들에게 한국말로 해본다. 얼마나 알아듣나 실험하려고.. 근데 이 당나귀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벽만 보고 서 있었다.

착해서 사진 촬영도 수월했다.

참, 재래시장 도착 전 지나치는 마을 도로 주위에 이상한 흰 자루들이 있었다. 뭐지? 저울도 보였다. 뭐지?

올리브였다. 이렇게 농부들이 수확한 올리브와 저울을 준비해 두면 트럭을 가진 올리브 중간 상인이 사는 것 같다. 소매는 아닌 것처럼 보였다. 어떤 동네는 저울과 올리브 자루들이 길거리에 있는데 주변에 사람들은 안보였다. 신기했다. 훔치는 사람들도 없다는 얘긴가...?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튀니스 올리브는 다른 나라 올리브보다 더 맛있다. 크기도 크고 신선하고 짜지 않게 절이고 매운맛도 첨가하는 올리브 절임도 튀니스에 있어 그런 것 같다.

곡물들도 판다. 한국에 없는 곡물들도 있다. 한국에서 수입 곡물 가격이 비싼 것을 보고 놀랐었다. 튀니스 곡물 가격은 이탈리아보다 저렴했다. 튀니스인들은 주식이 밀가루라 나같이 주식이 쌀밥인 경우 좋은 쌀을  사려면 대형 슈퍼에 가야 한다. 재래시장이 나 같은 한국인에겐 곡물 사기에 더 편한 것 같다.

닭,  아기 칠면조, 청둥오리, 오리, 오골계.. 모든 조류들이 있었다. 울음소리가 조류마다 다 달랐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농장을 하실 때 한국에서 다 들었던 조류들의 울음소리다. 아버진 돌아가신 지 오래고 내가 살던 곳이젠 고층 아파트가 꽉꽉 세워져 있다.


 상인에게 팔린 닭들은 산 채로 다리들이 묶여 남자들 손에 의해 거꾸로 들려진 상태로 시장 군중 사이로 사라지고 있었다.  대식구를 가진 사람들처럼 보였다. 행복한 얼굴들이었다. 가족 행사가 있는지 아님 흥정을 잘해 기분이 좋았는지 그들의 언어로 말하고 웃으며 산 닭들을 들고 갔다. 두 명이 여러 마리 큰 닭들을 들고 갔다. 닭들은 거꾸로 묶여 가면서 "꼬꼬꼬... 꼬끼오... 꼬꼬 " 울었다. 닭들은 움직였다. 하지만 남자들은 많이 했을 것 같은 경험자들처럼 능숙하게 손으로 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어쩜 닭들의 울음은 그 두 명의 튀니스 두 남자들에겐 파티 전 신나는 서곡처럼 들렸을 것 같다. 음식을 요리할 가족 여자들의 주방 수다를 상상하며, 닭요리를 나눌 가족의 식탁의 재밌는 대화 시간을 기대하며,  본인들이 밖에서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벌었고 재래시장에서 좋은 닭들을 어떻게 현명하게 고르고 흥정을 얼마나 잘했으며 근육진 양팔로 여러 마리의 닭을 들고 왔다는 얘기 봇다리를 풀 것 같은 그런 얼굴들이었다. 재밌었다.


 난 조류 가게에서 계란만 샀다. 예술적이고 섬세한 이탈리아 남편이 살아있는 조류 죽이는 것은 죽어도 못한다고 해서, 다음엔 내가 조류 죽이는 손질할 수 있다고 해도 안 믿었다. 해서 덜렁 계란 여덟 알만 샀다. 내가 어렸을 적 양계장을 아버지가 하셔서 남편은 내가 이쪽으로 얼마나 능숙한지 말을 해줘도 상상이 안가는 것 같다.


 계란들을 대충 봉지에 담자고 했는데 조심스럽고 우아한 이탈리아  남편은 계란들을 담을 플라스틱 용기와 봉지를 준비가 안된 바쁜 상인에게 요구했다. 바쁜 상인 아저씨에게 계란판에 계란들 넣어달라, 봉지에 균형 있게 넣어달라... 고 말하는 자체가, 분위기 상 거기선 우리가 귀찮은 존재가 땡볕 아래서 되고 있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 듯 거기선 튀니스 하마메드 재래시장 법이 따로 있는 듯했다.  또한 내 얼굴이 확연한 외국인이라 실수를 하고 싶지 않은 상인의 얼굴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듯한 표정을 읽었다. 다음엔 계란 용기 가져갈 거다. 또 오골계도 사서 내가 집에 가져가 요리할 것이다. 먹어야 산다. 한국에선 건강에 좋은 비싼 오골계가 아닌가!

 사과들은 유전자 개량이 안 된 것들이라 자연산 같았는데 상품화되기 위한 크기, 맛이 아쉬웠고 덜 싱싱한 것도 섞여있었다. 그래도 대형 슈퍼보다 채소들은 훨씬 싱싱하고 저렴해서 계속 놀랬다. 슈퍼에서 찾기 힘든 총각무 같은 것도 있어서 좋았다.

  길거리 음식도 사 먹어봤다. 10점 만점에 6.5점 정도였다. 베이커리 샾에서 주식용 빵(바케트)으로 잡곡빵도 따로 팔았다. 10점 만점에 10점. 잡곡 바케트에 해바라기, 아마씨... 까지, 30cm 길이 잡곡 바케트를 몇백 원으로 살 수 있었다. 그것도 내 눈앞에서 구워진 따끈한 ㅎㅎㅎ, 몇 달 전 한국 가서 제과점에 들어가  빵 가격들 보고 놀랐던 내 모습이 떠 올랐다.


 재래시장 안을 둘러보는 도중 말이나 당나귀를 타고 온 튀니스 시골 가족들을 봤다. 재밌었다. 날짜를 잡아 옷까지 잘 차려입고 나온 차림의 가족 나들이 같았다. 가족의 서열을 알 수 있는 흥미로운 관찰이다. 말과 당나귀 수레 위엔 시장에서 산 물건들이 테트리스 블록 쌓기처럼 잔뜩 실려있었고 어른들, 어린아이들까지... 거의 70년대 한국 장터 같았다.


 다시 하마메드 재래시장 가고 싶다. 다음에 가서는 덜 흥정하자고 남편에게 말했다.  다음엔 바퀴 달린 시장 가방은 꼭 가져갈 것이다. 물건 든 쇼핑백 드느라 손가락들 아파서 고생했다.

 

 재래시장 주변 슈퍼에서 어떤 물건을 샀는데 헤매는 외국인들(우리들)을 위해 간단한 영어로 친절히 도와주는 슈퍼 젊은이가 인상적이었다. 해서 나도 도와줘서 고맙다고 답례를 했다. 기분이 좋았다.  


 근래 튀니스 물가가 많이 올랐다. 심한 품목은 20~30%까지,  해서 시골 사람들에겐 재래시장이 생존하기 위한 중요한 장소였다. 튀니스 시골 사람들의 삶이 좀 더 편해졌으면 좋겠다. 내가 본 튀니스  재래시장의 11월 하늘의 햇빛은 따뜻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하늘에 있는 햇빛처럼 행복이 튀니스 시골 사람들 마음에도 퍼졌으면 하는 기도가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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