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사재인 성사재천'이라고 하지만 '성사재인'인 경우가 더 많은 듯
삼국지의 주역 중 하나인 제갈량이 전장에서 탄식한 말로 유명해진 모사재인 성사재천(謨事在人 成事在天). 한데, 귀가 순해지는 나이를 넘기도록 크고 작은 세상살이를 겪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일을 꾀하는 것도 사람이지만, 일을 되게 하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었다. 어떤 뜻을 품고 이루려 할 때 하늘이 주는 운에 좌우되기보다 성사재인(成事在人)인 경우가 더 많았다. 개인적 의지나 능력만 있어서는 안 되고 주변 지인들의 관심과 배려 등이 있어야 했다. 품은 가슴속 바람이 순조롭게 풀렸던 사안들을 곰곰 돌아보면 지인들의 보이지 않는 도움의 손길(invisible helping hand)이 반드시 작용했다는 게 일종의 경험칙이다.
지난 6월 24일 당구 심판으로서의 데뷔도 이 경험칙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당구 종목 가운데 캐롬, 그것도 스리쿠션 룰에 대해서는 외국 규정집까지 많이 탐구했기 때문에 적잖은 조예가 있다고 자부해왔다. 그래서 대한당구연맹의 3급 심판 자격도 얻게 됐지만, 임무 수행에는 각종 진행 요령 습득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공식 대회 심판으로 활동해볼 날이 오기나 할지 묘연한 상황이었는데…. 내게 관심을 보인 지인의 천거와 그를 신뢰한 이재관 경기도장애인체육회 전무 등의 배려로 6·25 전쟁 기념일 전날 전격적으로 데뷔전을 치렀다. 특히 장애인 선수들과 함께한 귀한 시간이어서 일대기에 남다른 의미로 새겨질 듯하다.
공식 명칭은 2021 제4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경기도 대표 선발전. 남양주의 SM당구클럽에서 선수 30여 명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인 가운데 심판진은 여성 고참 설희자 위원장 등 13명으로 구성돼 1차 선발전 수십 게임을 소화했다. 부심 형식으로 첫 경기를 참관한 뒤 두 번째 경기에서 부담감을 잔뜩 짊어진 채 주심 역할을 맡았다. 도 대표로 선발되면 훈련비 지급 등 인센티브가 있기 때문에 선수들 간 신경전이 치열하고, 행여 오심이라도 있게 되면 물의가 빚어질 수 있다는 선임 심판의 귀띔이 있었기에 초보의 긴장감은 배가됐다. 하지만 대부 역할을 자처한 지인 심판의 조력 덕택에 무사히 머리를 얹을 수 있었다. Phew~~, it was a long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