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언제였나, 체육 실기시험이란 걸 마지막으로 치른 적이. 희미한 추억 속 필름을 계속 뒤로 돌리고 또 돌려봤다. 무려 40여 년 전인 게 틀림없었다. 1970년대 중반 대학 새내기 때 교양 체육을 한 학기 수강했는데, 그때 야구 실기로 기말시험을 치렀다. 채점표를 든 교수가 운동장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타석에서 누군가 던져준 공을 깨끗한 폼으로 강타했다. 좌익수와 중견수 사이 장타를 기록해 A+를 받은 것으로 기억된다. 고교와 대학 야구 인기가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 친구들과 수시로 즐긴 ‘구력’의 효과를 톡톡히 봤을 것이다.
그로부터 강산이 4번도 넘게 바뀐 지난 7월 4일 일요일, 체육 실기시험을 또 치렀다. 국가 공인 2급 생활체육지도사가 되기 위한 필기시험에 이어 반드시 거쳐야 하는 2차 관문이었다. 채택 종목은 당구였기에 대한당구연맹(KBF)이 위탁받아 시행한 실기·구술 검정에 참가했다. 장소는 용인 명지대 자연캠퍼스 내 당구의 전당 ‘명당(明堂)’. 시험장 입장 시부터 수험표 확인과 휴대전화 유치 등 대입시에 버금가는 엄격한 절차로 진행돼 다소 긴장됐다.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응시생 상호 경쟁관계는 아니지만 젊은 친구들이 대부분인 것도 뭔가 서먹한 느낌이었고….
근엄한 표정의 채점관 3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러 캐롬 문제 중 내가 직접 추첨한 밀어치기와 비껴치기 2문제를 소화했다. 난도가 그다지 높은 공 배치는 아니어서 각 2회씩의 스트로크 시도가 모두 성공적인 듯했다. 이어진 다른 방에서의 구술시험에서는 스리쿠션 파울 시 재배치 규정, 당구 종목 및 운동의 효과, 생활체육의 필요성 등 총 5문제를 순서대로 간명하고도 상세히 설명해야 했다. 너무 유창하게 읊었는지 4번째 문제 구술 도중에 채점관 3명 중 좌배석 여성 한 분이 조기 퇴장(?)을 미소로 권했다. “현재 당구 지도를 하고 계시나요? 너무 잘 아시니 그만하셔도 되겠네요.”
명지대 미래교육원 스포츠당구 지도자 과정에 입문한 이래 잇따라 이색 경험을 하고 있다. 대한당구연맹 심판 자격증 획득과 데뷔, 그리고 생활스포츠지도사 필기와 실기.구술시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