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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효티티 Jul 12. 2022

워킹맘이 되었다.

어린이집에 켜 있는 불을 보니 마음에 안도가 들었다. 그리고 유모차에 앉아있는 아이의 눈을 맞추고 말을했다. ' 엄마, 회사 다녀올께. 잘 놀고, 맘마도 많이먹고, 잘 자고 있어. 미안해 내 아가'


1년 3개월 간의 육아휴직이 끝이났다. 사실 이날을 기다리기도 했었다.

출근해서 여유롭게 마시는 커피, 쫓기지 않고 먹는 여유로운 점심, 홀로 가벼이 갈 수 있는 화장실, 그리고 달마다 채워지는 통장의 숫자.

오지 않을 것 같은 그 날이 왔다. 이제 시작이다.


아이를 일등으로 들여보냈다. 아침담당 선생님과는 어색한지 울며불며 내 옷깃을 놓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손 끝을 떼어내고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감상에 젖을 시간도 없었다. 8시 5분 전철을 타야했다.

잘 바뀌던 신호등은 느릿느릿 초록불을 보여주었고, 나는 한동안 이렇게 달려본 적이 없다는걸 깨달으며 거친숨을 마스크 안에서 헐떡였다. 5분출발 열차에 몸을 올려놓으니 약한 희열감이 온몸에 퍼져올랐다.


 다들 어디로 가는걸까?


전철을 처음 타본 사람처럼 주위를 쭈욱 둘러보았다. 다들 작은 네모난 박스안을 열심히 들여다보고있다.


'저 오늘 복직첫날이에요. 1년 3개월만에 처음가는거에요.'


누구에게라도 알려주고싶은 흥분된 마음이 피어올랐다. 함께 탄 전철 안 익명의 사람들에겐 그저 이 시간에 어딘가를 가는 한 사람이겠지만 난 오랜만에 사회의 구성원으로 돌아가는, 두 아이를 낳고 키우고 다시 나로써 살아가는 그 시작인 날인것이다.


1년 3개월전과 같았다. 바뀐게 없는 내 자리. 그 위엔 나를 대체해 일해주었던 계약직 선생님의 쪽지 하나.

'덕분에 즐겁게 일하다 갑니다. 감사해요'

살짝 미안한 감이 없지 않지만 다시 내 자리에 앉으니 감회가 새롭다.

그 감상에 젖기도 전에 환자가 들이닥쳤다.


그동안 나의 머리는 온통 아이들로 가득차있었다. 오늘은 계란말이와 된장국을 간간하게 끓여야겠다. 참 하원하고 편의점에 가고싶다 했었지? 놀이터에서 놀다 5시 반에 들어와서 싹 씻기고 저녁을 먹여야겠다.

그리고 그걸 하나하나 다 해냈다.

내가 복직 첫날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무색하게 나의 손이 일을 하고있었다.

나도 모르게 내 입이 말을 하고있었고, 나의 다리가 바삐 움직였다.


생산적인 활동을 했다는 뿌듯함을 안고 퇴근을 했다. 퇴근길은 마음이 급했다.

하루종일 엄마없이 지냈을 아이가 눈에 밟혔다. 계단을 열심히 오르내리고 뛰면서 전철을 갈아타고. 그렇게 아이를 데리러 갔다.


'엄마 왤케 늦게와써어~~~'


6살 큰아이가 유치원에 꼴지로 남았단다. 10월이 되면 일주일 스케줄을 학원으로 다 맞춰놨지만 9월까지는 종일반 꼴지 당첨이다. 선생님께 아이를 인계받고 아이손을 잡고 둘째 어린이집으로 뛰었다.

밖에서 들리는 내 아이의 울음소리. 가슴이 쿵 떨어지는 기분이다.

선생님은 좀 전부터 밖을 가리키며 울었다며 너무 걱정마시라고 하는데 죄인이 된 기분이였다.

아이를 받아들고 미안해 우리아기 하며 얼굴을 보니 엄마가왔다고 눈물을 그치고 쏙 안겨있다.

그렇게 집으로가는길, 등이 시원함을 느끼고 보니 티셔츠가 흠뻑 젖어있었다.


복직과 함께 금주를 내 자신과 약속한 나는 신랑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올때 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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