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나를 음악으로 담아내기
이 글은 올해 스물다섯 김마리가 (한 달 뒤 스물여섯) [서른 전에 앨범 내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당찬 선언문입니다.
나는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 올 한 해 지겹도록 스스로를 괴롭힌 질문입니다.
지금도 계속 답을 찾는 중이지만 25년 만에야 어렴풋이 진짜 나로 사는 방법을 알았습니다. 참 잘 된 일이죠. 다시 태어난 기분이니까요. 어린 시절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 속에서 경험을 통해 알았어야 하는 것들을 저는 어른이 되어 고독한 추론을 통해 알았습니다. 그 알을 깨고 나오는 데 한참이 걸렸습니다. 아프기도 많이 아팠고요.
아무튼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습니다. 나는 사랑으로 살아야 한다.
살기 위해서, 살면서 마주하는 것들의 사랑스러움을 발견하기로 했습니다. 그냥 포기해버리기에는 제 삶에 은근히 사랑스러운 것들이 많더라고요. 작정하고 찾으면 훨씬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걸 알고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어요.
인간이 사람답게 건강히 살아가려면 사랑하는 것들을 잘 골라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더군요. 좋은 사람을 배우고, 좋은 글을 읽고,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것을 눈에 담을 줄 알아야 합니다. 더불어 그런 것들을 들였다면, 한 뼘 더 사랑스러워진 마음을 세상에 내보일 줄도 알아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고여있으면 썩기 마련이니까요. 새로 들인 사랑스러운 것들과 나를 잘 섞고 다듬어서 내보내야 합니다. 마치 좋은 음식을 먹으면 건강한 똥이 나오는 것처럼요. 그래서 저는 이걸 예쁜 똥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예쁜 똥을 만들기 위해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하필 그 예쁜 똥이 왜 음악이냐. (사실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있지만요.)
음악은 그야말로 마음을 내보내는 완벽한 배출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너무나도 복잡하고 애매해서 보이는 것으로 담기엔 역부족입니다. 글도, 그림도 형용할 수 없는 것을 완벽히 담지 못합니다. 아무리 잘 표현한다 한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완전히 똑같이 느끼지도 못합니다. 오히려 눈으로 보면 생각을 가둘지도 몰라요.
그래서 마음을 내보내는 데는 음악이 제격입니다. 음악은 두루뭉술한 것을 두루뭉술하게 전달합니다. 대놓고 보이지 않으니 듣는 사람 마음에 상상의 여지를 줍니다. 각자 다른 것을 느낄 거예요. 애초에 마음이란 게 두루뭉술한 것이니, 그 두루뭉술함이 그대로 가서 닿는 겁니다. 가사나 멜로디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선율이 쌓인 하나의 음악이 수백수천 가지의 마음을 일게 합니다. 제 마음이 새로운 마음을 만들어 내는 거예요. 얼마나 매력적인가요!
앞으로 4년.
저는 제 음악에 사랑을 담으려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책, 그림, 시, 음식, 꽃과 나무…
내가 사랑하는 것을 노래할 겁니다.
아직 악보도 볼 줄 모르고 아무 악기도 다룰 줄 모르지만 통통 튀는 통기타부터 배워보려 합니다. 음악으로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그날까지, 신나고 가볍게 총총 걸어갈 거예요.
서른 전에 앨범 내는 그날까지 화이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