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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Jul 09. 2024

<20> 영리한 사람은 부자라도 일을 한다

<일>

-일은 최고의 권태 예방책이다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이 행복을 이끈다



“자부심이 없는 사람은 결코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없다. 또 자기 일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은 결코 자부심을 가질 수 없다.” 



철학자 버틀런드 러셀은 “일을 하는 사람은 덜 불행하다”라고 했다. ‘행복하다’가 아니라 굳이 ‘덜 불행하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뭘까? 일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혹은 크게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불행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나마 일을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담겼다고 본다.


대부분의 행복 연구자들은 일을 예찬한다. 다들 열심히 일을 해야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러셀의 생각은 좀 다르다. 세상에는 따분한 일이 너무나 많고, 또 지나치게 많은 일이 사람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다는 게 러셀의 진단이다. 일이 행복이 아니라 불행인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진정한 행복을 원한다면 일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부자들 중에서 영리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처럼 열심히 일을 한다. 부유한 여성들도 수없이 많은 사소한 일들을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 믿고 분주하게 살아간다.” 러셀이 저서 ‘행복의 정복’에서 한 말이다.


그는 할 일이 없는 부자들 중에는 심한 권태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면서, 이를 예방하거나 치유하는데 일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했다. 누구나 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삶에 활력이 넘치고 다가오는 휴일이 달콤하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힘든 일이 아닌 한 일을 하는 사람이 하지 않는 사람보다 매사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러셀은 일이 성공이나 기회, 희망을 열어준다는 점을 중시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돈과 권력, 명예는 일하는 사람에게만 돌아간다. 노는 사람은 가지기 어렵다. 러셀은 말한다. “자신의 야망을 지속시키는 것은 최종적인 행복에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 본질적인 요소이다. 그런데 대부분 일을 통해서만 이 야망을 지속시킬 수 있다.”


대부분의 일은 돈이나 권력, 명예를 쟁취하겠다는 야망의 통로 역할을 한다. 그런 점에서 일은 본질적으로 만족감을 제공한다. 비록 하는 일이 지루하거나 힘들더라도 만족감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 사실 일은 엄청난 부자가 아닌 한 누구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인간의 업보인지도 모른다. 칼릴 지브란은 시집 ‘예언자’에서 일을 이렇게 묘사했다. 긍정적이어서 다행이다.


“여러분이 일을 할 때면 대지의 가장 심원한 곳, 그것이 태어날 때부터 여러분에게 맡겨진 그 꿈의 일부를 실현하는 것이다. 여러분이 일을 할 때면 여러분은 사실 삶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일을 통해 삶을 사랑하는 것은 삶의 그지없이 그윽한 비밀을 알아내는 것이다.


천지를 창조했다는 하느님도 매일같이 일을 했으며, 만족스러웠기에 더없이 행복했을 것이다. 성경 창세기에 보면, 하느님은 첫째 날 하늘과 땅부터 시작해 엿새째 날 인간을 창조하기까지 꾸준히 일을 했다. 일한 결과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고 기록되어 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


그렇다. 인생에서 일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자기가 하는 일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더 많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어야겠다. 그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다. 러셀은 일에 재미를 더해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기술 발휘와 건설 두 가지를 제시했다. 대체로 만족감이 크다는 것이 그 이유다. 아마 지식을 중시하는 철학자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한두 가지에 국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 처한 조건이 모두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환경이나 성장 배경, 지식의 수준, 심지어 인생관의 차이에 따라 일을 대하는 시각이나 태도는 천태만상일 수 있다. 


러셀은 위대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행복을 누린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위대한 일이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의 불행을 덜어주는 것은 분명하다고 보았다. 그는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예로 들었다. “셰익스피어가 쓴 작품 중에는 친구를 생각하며 인생과 화해하게 되었다는 내용의 시가 있는데, 친구에게 보낸 그의 시들은 아마 친구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더 큰 만족감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기가 하는 일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스로 그 일을 사랑해야 한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평생 인도 빈민촌에서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을 돌보았던 성녀 마더 테레사는 이런 말을 남겼다. 


“화려한 일을 추구하지 마라.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재능이며 자신의 행동에 쏟아붓는 사랑의 정도이다.”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데 일정한 재능이 있고 그 일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누구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남들 보기에 번듯하고,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는 일이라고 해서 반드시 만족감이 큰 것은 아니다. 이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남의 시선에 떠밀려 ‘원하지 않은 일’을 선택하는 사람은 어리석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단지 화려해 보인다는 이유로 그 일을 찾는데 많은 것을 희생한다면 소중한 인생을 속절없이 허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요즘 청년들 사이에선 변호사와 의사 직업이 단연 인기다. 화려해 보이는 데다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기에 어쩌면 당연하다 하겠다. 거기다 진입 장벽이 넓어져 너도 나도 도전장을 내미는 분위기다.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요한 것은 적성이다. 능력이 되고 적성이 맞으면 얼마든지 권장할 만하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더라도 도전할 가치가 있다. 평생 편안하게 먹고사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적성이 전혀 맞지 않은데도 부모 등쌀에 떠밀려 그런 길을 가는 모습은 안쓰럽다. 진입 장벽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던 과거에도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에 되돌아 나오느라 고생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긴 인생에서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선택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에 능력을 발휘하며 사는 사람은 무조건 행복하다. 그에 따른 성공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행복이다. 인생을 주인공으로 살기 위해 욕심을 부려도 된다고 인생 선배들이 말하는 이유다.


조선 정조 시기 재야 실학자 위백규는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 즉 학문에 인생을 바쳤다. 어린 시절 워낙 똑똑해 가족 친지들의 주문이 많았다. 이런 책을 읽어라, 이런 공부를 해라, 이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 그는 다 뿌리치고 주체적인 삶을 선택했다.  


불과 10세 무렵 자기 방에다 이런 글귀를 붙여놓고 다른 사람들의 온갖 간섭을 물리쳤다고 한다. “남을 보기보다 나 자신을 보고, 남에게서 듣기보다 나 자신에게 들으리라(與其視人寧自視, 與其聽人寧自聽)” 그는 남이 좇는 꿈, 남이 욕망하는 행복을 추구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인생을 살았다. 세속적으로 크게 출세하진 못했지만 학문만큼은 당대 정상급이라는 인정을 받았다. 고향에 머물러 살며 장수까지 했으니 무척 행복했을 것이다.


행복의 관점에서 보면, 예나 지금이나 자기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러셀도 이를 중시했다. 서두에 소개한 문장은 그의 저서 ‘행복의 정복’에 나오는 말이다. 비록 자기 수준에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일,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은 일, 남들 보기에 하찮아 보이는 일을 하더라도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부끄러운 나머지 자부심을 갖지 못한다면 행복은 없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 수는 없다. 일자리 불균형은 불가피하다. 떼론 하기 싫은 일이라도 하고 살아야 한다. 하지만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느냐 갖지 않느냐는 순전히 자신의 몫이다. 어차피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는 사람은 행복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불행하다는데 당신은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소설 ‘좁은문’의 저자 앙드레 지드는 “행복의 비결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했다. 


참으로 멋진 조언이라 생각된다. 누구나 좋아하는 일을 할 수만 있다면 편안해서 대체로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좋아하는 일보다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 


그런 일을 하기 싫다고 내칠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좋아하게 되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좋아하게 된 그 일에 자부심까지 더해지면 행복은 절로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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