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선 수업 중 몽상에 빠진 학습 지진아,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1971~ )= 남아공 출신 미국 사업가. 테슬라, 스페이스X, 솔라시티 CEO. 2025년 포브스 기준 세계 부자 1위.
허황된 꿈을 꾸는 몽상가, 독선적 성격의 변덕쟁이,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허풍쟁이 사기꾼....
미래를 선도하는 천재 사업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혁신가, 인간 잠재력을 일깨우는 선각자….
일론 머스크에 대한 평가는 양 극단을 달린다. 이런 논쟁적인 사업가를 우리는 일찍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가 최첨단 혁신기업을 여럿 경영하는 세계 최고 부자임에는 틀림없다. 결손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힘들게 보낸 이민자 청년이 세상을 움직이는 대사업가로 성공한 배경에 무엇이 있었을까?
아프리카 남아공에서 사업가 아버지와 모델 출신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머스크는 18세 때 캐나다로 이민 갈 때까지 아주 불우한 시간을 보냈다. 성격이 소심하면서도 도발적인 데다 자주 엉뚱한 생각에 빠지는 바람에 친구 하나 없는 외톨이였다. 두들겨 맞기 일쑤였고 초기 자폐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8세 때 부모가 이혼하고 두 동생과 함께 어머니 집에 살다 2년 뒤 아버지 집으로 옮겨 살았는데, 괴팍한 성격의 아버지 때문에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아버지는 변덕스러운 언행과 폭행이 다반사였다. 머스크는 언젠가 인터뷰에서 “내 아버지는 악마이자 끔찍한 인간 말종이다. 당신들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악행과 범죄를 다 저질러 본 사람”이라고 회고한 적이 있다.
어릴 적 학업 재능도 부진한 편이었다.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쓴 ‘일론 머스크’ 평전(안진환 옮김, 21세기북스, 2023)에 따르면, 유아원 시절 집중력이 떨어져 어딘가 모자란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모는 원장으로부터 “몇 가지 근거로 볼 때, 아이의 지능 발달이 정상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동석한 교사도 아이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정신이 딴 데 팔린 나머지 선생님 말을 듣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위 평전에 따르면, 초등학교 시절 성적도 특별하지는 않았다. 영어와 수학에선 A를 받았지만 다른 과목은 대체로 부진했다. 성적표 종합의견 란에는 매번 이렇게 기록되었다. “몽상에 빠지거나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느라 학업 속도가 극도로 느림” “무엇이든 끝까지 마무리하는 경우가 거의 없음.” “수업 시간에 공상에 빠지지 않도록, 수업에 집중하도록 지도 요망.” “글짓기에서 생생한 상상력을 보여주지만 제시간에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함.”
하지만 그는 엄청난 책벌레였다. 결손 가정의 외톨이 소년은 독서를 심리적 안식처로 삼은 듯하다. 아이작슨의 취재에 따르면, 부모 이혼 후 함께 살게 된 어머니는 다정한 사람이 아니어서 외로움을 느낀 나머지 책을 가까이하게 되었다.
“일론 머스크는 올빼미 인간형으로 발전해서 새벽까지 밤새워 책을 읽기 일쑤였다. 그는 아침 6시에 어머니 방에 불이 들어오는 것이 보이면 침대로 기어들어가 잠을 자곤 했다. 당연히 어머니는 학교 가라고 일론을 깨우는 데 애를 먹곤 했다. 어머니가 집을 비운 날에는 종종 오전 10시가 지나서 수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아버지와 살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오후부터 밤늦은 시각까지 무려 9시간, 10시간씩 책을 읽곤 했다. 가족이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아 가면 그 집 서재에 틀어박혀 시간을 보냈으며, 시내로 나간 날에는 서점을 찾아가 바닥에 죽치고 앉아 독서에 빠지곤 했다.
독서의 영역도 다양해 백과사전, 만화책, 발명 관련 서적 등 형식과 내용을 가리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니체, 쇼펜하우어와 같은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책을 가까이하는가 하면 공상과학 소설을 즐겨 읽었다.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그가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머스크는 책뿐만 아니라 컴퓨터도 가까이했으며, 게임도 즐겼다. 11세 때 쇼핑몰에서 컴퓨터를 처음 본 그는 아버지에게 사달라고 졸랐지만 통하지 않자, 잡다한 일을 하며 돈을 모아 손수 구입하고야 만다. 이후 그에게 컴퓨터는 장난감이자 게임 도구인 동시에 미래를 여는 창이었다.
그의 꿈은 미국 이민이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극력 반대하는 데다 시민권 확보가 여의지 않다고 판단하고는 혼자 캐나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989년 아버지, 어머니가 각각 2000 달러씩 쥐어준 4000 달러를 들고 몬트리올로 건너갔지만 고생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머스크는 어느덧 무척 진취적인 청년이 되어 있었다. 캐나다 퀸스 대학교에서 2년을 공부한 뒤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로 편입해 물리학과 경영학을 공부했다. 이 무렵 그의 관심 분야는 사뭇 다양했으며 특히 전기차와 로켓, 태양광에 흥미가 많았다. 서부 실리콘벨리로 건너가 낮에는 피더클 연구소에서 슈퍼 축전지 연구를 하고, 야간에는 로켓 사이언스라는 게임 제작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기도 했다.
24세 때인 1995년 드디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펜실베니아 대학 졸업 후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재료과학을 공부할 계획이었으나 단념하고, 동생과 함께 인터넷 기업 ‘집투(Zip2)’를 창업했다. 이미 인터넷 지도와 전화번호부를 갖춘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상태였다. 유명 신문사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크게 성공하면서 사업 시작 4년 만인 28세 때 백만장자가 된다. 그의 성공신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머스크의 성공 비결을 말할 때 독서를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청소년기에 부모의 학대와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책을 통해 스스로 미래를 꿈꾸고 준비했다.
그는 스페이스X CEO로서 화성에 100만 명을 이주시킨다는 우주개발 계획에 시동을 걸었다.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이런 상상력과 도전정신은 독서의 힘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