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흥미도 재능도 없던 ‘거리의 악동’ 베이브 루스
*베이브 루스(1895~1948)=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 뉴욕 양키스의 홈런왕. 1936년 명예의 전당에 처음으로 헌액.
미국 스포츠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 3명을 꼽는다면? 미국인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면 베이브 루스(야구), 마이클 조던(농구) 무하마드 알리(권투)가 엎치락뒤치락 1, 2, 3위를 다툰다. 20세기를 화려하게 장식한 이들의 명성은 아마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베이브 루스의 경우 메이저 리그의 전설적인 선수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투수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지만 뉴욕 양키스의 외야수로 큰 명성을 쌓았다.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홈런왕에 무려 12번이나 올랐으며, 22 시즌에 출장해 통산 714개 홈런을 기록했다. 특히 양키스에서 15년 동안 몸담아 팀이 7번의 아메리칸 리그 우승과 4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달성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루스의 이런 기록은 자신의 영광에 머물지 않고, 팬들을 야구장으로 대거 불러내는데 기여했다. 오늘날 미국에서 야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는데 그의 공이 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그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홈런을 유난히 많이 쳐 다득점 위주의 이른바 ‘라이브 볼’ 시대(그 이전을 데드 볼 시대라 부름)를 처음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스포츠 위인 루스는 그러나 어린 시절을 무척 어둡고도 불우하게 보냈다. 부모가 볼티모어의 빈민가에서 선술집을 하느라 아이는 아예 뒷전이었다. 혼자 거리를 방황하는 비행 소년이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아무 하고나 싸움을 벌여 문제아로 악명이 높았으며, 5세 때부터 음주와 흡연을 일삼았다.
초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각과 무단결석이 다반사였고, 공부에는 아무런 흥미도 재능도 없었다. 교사들이 남긴 기록에는 수업에 집중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읽기, 쓰기, 산수 등 기초 학업 능력이 뒤떨어지는 열등생이라고 돼있다. 거기다 태도가 불량하고 고집이 세 교사들과 자주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부모는 아이를 더 이상 통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7세 때 소년보호원 성격을 띤 성모 마리아 직업학교(St. Mary’s Industrial School for Boys)에 보냈다. 정규 초등학교 교육조차 중단하고 직업교육과 종교교육, 스포츠 교육만 시키기로 결정한 셈이다. 당시로선 아무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선택이었지만 운 좋게도 그것은 신의 한 수였다. 말썽꾸러기 비행 소년이 야구로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루스는 이 학교에 처음 들어갔을 땐 엄격한 군대식 규율에 저항하는듯했으나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면서 의외로 쉽게 적응해 나갔다. 그는 특히 평생 은인이라 할 가톨릭 사제 마티아를 만나면서 점차 순한 양으로 변해갔다. 마티아 사제는 다른 교사들과 달리 루스를 야단치기보다 애써 사랑으로 감쌌으며, 아이의 넘치는 에너지를 적절히 발산할 수 있도록 야구를 가르쳤다.
사제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몸집이 무척 큰 루스가 공을 던질 때 압도적인 힘과 스피드를 발휘할 뿐만 아니라 배팅 감각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런 칭찬을 서슴지 않았다.
“조지(루스의 본명은 조지 헤르만 루스임), 너는 공을 던질 때 하느님이 주신 특별한 힘을 보여주고 있어. 네가 가진 힘과 재능을 잘 다듬으면 누구도 너를 막을 수 없을 거야. 너는 이제 문제아가 아니라 훌륭한 투수가 될 수 있어.”
루스는 마티아 사제의 칭찬에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진심임을 확인하고는 감동했다. 자신의 재능을 인정하고 격려해 준 덕분에 어렴풋하게나마 인생에 야구선수라는 목표가 생겼다. 이후 밤낮없이 연습한 결과 실력이 빠르게 늘었고, 어느덧 자신감까지 생겼다.
당시 성모 마리아 직업학교에는 40여 개 팀으로 ‘작은 메이저 리그’가 구성되어 있었는데, 루스는 포수를 거쳐 주로 투수로 활약했다. 1913년, 18세로 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벌써 세미 프로팀에 초청받을 정도의 기량을 보였다. 이듬해 루스는 잠깐 동안의 마이너 리그 생활을 거쳐 보스턴 레드삭스에 영입된다. 그의 성공가도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마티아 사제는 그에게 최고의 스승이자 인생 길잡이였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불량소년에게서 잠재 능력을 찾아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덕분에 위대한 야구 선수가 탄생한 것이다. 사제는 루스에게 단순히 야구만 가르친 것이 아니라 자존감, 자신감을 심어준 최초의 어른이었다. 루스의 성공 시작점은 칭찬과 격려였음에 틀림없다. 53세 때 출간한 자서전에서 그는 마티아 사제를 이렇게 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