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작가는 <카피 쓰는 법>에서 선명하고 구체적인 카피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아이와 마트에 갔던 일화를 소개한다. 떡볶이를 먹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냉장 코너를 두리번거리다 아무 망설임 없이 한 제품을 골랐다고. 그 이유는 "순한 맛으로 아이 간식으로도 좋은 OO 떡볶이"라는 이유미 작가의 마음을 스캔한 듯한 카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이야기였다. 만약에 이 떡볶이가 '가장 맛있는 떡볶이'라는 두리뭉실한 카피를 들고 나왔으면 어땠을까? 무엇을 넣어 어떻게 맛있다는 건지, 어디에서 가장 맛있다는 건지 그 근거와 기준이 없어 마음에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맵지 않다는 제품 특징과 함께 '아이 간식으로도 좋다'라는 구체적인 활용도를 콕 집어 제시한 카피는 소비자의 빠르고 적확한 선택을 도와준다. '특별한', '남다른' 등의 의미 없는 미사여구를 넣을 바에는 제품의 특징을 하나라도 더 넣어야 하는 이유다.
자주(JAJU)는 이런 뾰족한 카피라이팅을 잘하고 있는 브랜드라 느꼈다. '돌돌 말아 보관이 간편한 넥 선풍기'를 보라. 다소 수식어가 길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제품의 USP를 확실하게 전하고 있음엔 틀림없다. 큼지막한 목걸이형 선풍기의 부피가 고민이었던 소비자라면 솔깃할 만한 카피이다.
'소주보다 잘 닦이는 기름때 청소포'도 재미있다. 비교 대상을 보통의 청소도구가 아닌 소주로 잡았다. "기름기를 지우고 싶다면 소주를 사용해 보세요"하는 팁을 따라 했다가 막상 생각보다 잘 닦이지 않아 실망했을 누군가의 상황이 떠오른다. 한 번이라도 소주로 기름때를 닦아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새 손을 뻗고 있을 제품이다.
어쩌면 사소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지만, 작은 카피들이 모여 좋은 소비자 경험을, 친절하고 섬세한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