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키우는 식물이 있다. 어디선가 공짜로 받은 인파첸스라는 꽃 씨앗이다. 별것도 아닌 게 그저 바라보고 있으면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게 한다. 햇볕 잘 받으라며 베란다에 덩그러니 둔 내 씨앗이 어느샌가 무럭무럭 자라 있었다. 씨앗을 심고 새싹이 나오기까지는 그렇게 오래 걸리더니, 풀잎을 내놓고는 본성을 드러냈는가 보다. 물도 안 줬는데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큰다.
지피펠렛에 미리 심어두었던 임파첸스를 화분으로 옮기면서 고비가 있긴 했다. 겉에 껍질은 벗겨내야 할 것 같아 조심스럽게 벗겨낸다는 것이 마음대로 안되더라. 그래서 종이 질감인듯한 껍질을 죽죽 찢어버렸다. 그러던 중에 여리디 여린 이파리가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얇디얇은 줄기는 내 엄지에 눌러 뚝뚝 부러지고 말았다. 물이 잘 통하는 흙이라서 그런지 부피가 커져있길래 내 새싹들을 심고 흙을 꾹꾹 다져주다가 새싹까지 다져주어 버렸다.
그 사이 몸집이 조금 작던 새싹은 다른 곳에 따로 심어주기로 했다. 쑥 뽑는다고 뽑다가 큰 줄기를 뺀 나머지 뿌리는 모조리 땅 속에 그대로 둔 채 공기 중으로 몸을 드러냈다. 안 그래도 작은데, 옮겨 심어도 죽을 것 같았다. 그래도 큰 뿌리는 해리포터에 나오는 목이 덜렁거리는 닉처럼 목이 붙어있길래, 그래 너 어디 하나 번 살아봐라 하며 작은 화분에 꼼꼼하게 심어줬다.
일주일하고 며칠 뒤, 죽을 줄 알았던 새싹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놀랍게도 이리저리 꺾여버린 새싹들은 몸집이 5배는 커졌고, 목이 달랑달랑한 닉 새싹도 작지만 살아났다. 같이 새싹을 틔웠던 친구들보단 느리지만, 천천히 흙을 뚫고 이파리를 펼쳐내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건강한 임파첸스 아래, 중간정도 크기의 새싹은 죽어버렸다. 따로 빼지 않고 큰 것들과 함께 놔두었는데, 양분은 모조리 뺏겼나 보다. 어쩐지 사회도 이런가 싶다. 잘 나가는 사람은 계속 잘 나가고, 힘든 사람은 국가에서 보호를 어찌어찌해 준다. 중소기업이든 장애우든 말이다. 그 중간계급인, 나 같은 사람은 좋은 회사도 아닌데, 중간 어디쯤이라 그 흔한 국가 지원도 죄다 자격 미달이 되었다. 잘 나가지도 않는데 도움도 못 받으니 그대로 최하층으로 몰락해 버린 기분이다. 그 누구보다 더.
겨우 씨앗 하나 심고 새싹 하나 기를 뿐인데, 생각만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