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먹던 거만 먹는다. 내가 너무 말라서, 안 클까 봐, 엄마는 내가 조금만 잘 먹는 음식이 있으면, 질릴 때까지 그것만 줬다.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음식 도장 깨기 하듯 질릴 때까지 먹고는, 서른이 넘은 지금도 그 음식들은 손도 안대는 음식들이 되었다.
그런 엄마와 아빠가 가던 단골집들이 있다. 약 18년 전, 처음 이 동네로 이사 오고 갔던 식당 2곳이다. 여전히 한 달에 한 번은 가서,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식당 주인아저씨와 반갑게 인사하고는 변치 않는 그 맛을 즐긴다. 대전에 한 칼국수집과 중국집이다. 중국집은 과장 조금 보태 아직도 매주 가는 것 같다... 질리지도 않는 부모님이 신기할 뿐.
우리가 좋아하는 맛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입소문이 난 음식점들이 되었다. 웨이팅은 기본이다. 18년 전엔 안 그랬는데! 칼국수집은 심지어 확장이전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부모님의 입맛이 정확한 걸까. 여전히 그 맛 그대로 맛있긴 하다.
아무튼 마실 가듯 친정 가듯 식당에 자주 가곤 하는데, 그게 정말 마음 편히 믿고 가는가 보다. 삼성페이가 없을 시절엔 가끔 지갑도 놓고 갔더랬다. 아무도 지갑이 없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채, 신나게 무전취식을 마쳤었다. 기분 좋게 '오늘도 너무 맛있게 잘 먹었어요.' 하며 뒷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에서야 돈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깜짝 놀란 우리 가족을 보며 사장님은 허허하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외상으로 하겠다고 흔쾌히 먼저 말씀한다. 어차피 다음주에 또 올 거 아니까.
세상 팍팍하다고 하지만, 단골집은 뭔가 다르다. 옛정이랄까. 어제도 중국집에 가서 점심식사를 했는데, 초등학교 졸업식 때 먹었던 탕수육만큼 맛있었다. 같은 탕수육은 맞지만. 추억도 방울방울 하며 따뜻한 사장님이 평생 이 가게를 운영하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