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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고메리 Sep 30. 2023

1화. 학교는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교실에서 희망을 찾고 싶어요. 꿈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 첫 번째 brunch book <빨강머리앤을 좋아합니다>에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학교는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그 선배님께 그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나의 시간은 잠시 멈춘 듯했다.     


  20대에 학교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중학교와 초등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했다. 또한 기간제교사로서, 

 중학교와 초등학교에서 가르친 경험을 해 보았다. 그 기억이 참 행복했었다. 선배님들께 배울 점이 많았고 아이들도 장난을 많이 쳤지만 보람찬 일이 더 많았다. 나의 실력, 내공을 더 쌓아서 언젠가 임용을 합격하여 정식 선생님이 되면 펼치고 싶은 교육의 꿈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결혼을 하고 개인적인 육아와 가정사로 인하여 오랜 경력단절의 시간을 뒤로하고 40세가 되어 학교로 돌아왔다. 학교는 나의 상상 속의 그 모습일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신규발령 전에 집 근처 관심 있는 학교에서 6개월 동안 경험을 쌓고 가을 개학에 맞춰서 발령지로 떠났다. 1학기에 4학년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기간제 하던 학교의 동학년 선생님들이 발령지에서도 같은 학년을 하면 아이들 눈높이가 연속성이 있어서 좋을 것이라고 추천해 주셨다. 마음속으로 계속 4학년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신기하게도 4학년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개학 전날

청소도 하고, 교실 정리도 할 겸, 학교로 가게 되었다.

두 아이를 키웠고, 그동안 담임경험을 적지만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이 몇 년 있었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음이 가득 차 있었는데. 또한 6개월 동안 가르쳤던 4학년을 그대로 가르치는 것이기에 지역은 다르지만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첫 발령지 - 우리 학급 명단을 보고 놀라게 된다.

우리 학급은 33명이었다.      




  핑크빛 설렘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운되었다. 실전은 정말 하루하루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가을~겨울로 이어지는 한 학기 동안 지도하기 힘든 아이들로 인해, 나는 하루하루가 부담감이었다. 사실 6개월이라는 시간은 금방 지나가기 마련인데 그 시기에는 그 시간이 영원할 것 같은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사실 공문부터 어려웠다. 나이스 시스템에서 공문처리하는 방법부터 하나씩 배워야 했다. 강사로 일할 때는 업무를 거의 해보지 않아서 주로 가르치는 일만 했었다. 나이스에서 업무 하는 법부터 배워야 했다. 그리고 학생들의 생활지도, 학습지도. 주위의 선배님을 붙들고 하나씩 물어서 하기도 하고 메모도 했다. 퇴근시간까지 끝내지 못한 것이 당연했다. 메신저로 여러 안내와 제출이 오는데, 일과 중에는 놓치기 쉬워서 퇴근 시간을 넘기고서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체크해야 다른 분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것이었다.


  33명의 우리반 아이들은 그전 학기에 경력이 많으신 선생님이 담임이셨는데 많이 힘드셨다고 하셨다. 하루하루 이런저런 사건들이 생기는데 정말 퇴근시간이면 녹초가 되어 돌아갔다.

경력이 많아지면 더 수월할까? 주변 선배님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도 어느 즈음이면 이 일들을 금방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선배님들의 대답은 

“오래 한다고 느는 것 같지 않아요”

“아이들은 계속 변하고, 아이들의 하루는 변수가 참 많아요”

하는 반응이었다.      


급기야 어느 날은 그날의 일들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선배교사님이 하시는 다음과 같은 말씀을 듣게 되었다.     

“학교는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도대체 10년 동안 학교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막연히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치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속에서 성장을 꿈꾸었던 학교는 왜 이토록 변화가 되었을까?     

나는 왜 그토록 학교로 가고 싶어 했을까?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일까?”

‘다른 꿈은 왜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라는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이 한 번씩 찾아왔다.     


  나만의 어려움만은 아니었을까? 

임용 2차 시험을 앞두고 스터디를 함께 했던 동생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 서해 바다 근처의 어느 학교에 발령을 받았지만 몇 달을 채우지 못하고 사직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많이 힘들었지만, 주변 선배교사님들의 도움과 동료들이 있었기에 운좋게 신규 첫 해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낯선 환경에서의 사회생활 속에서 편하게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생활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많은 사회초년생들이 그러하겠지. 회의시간에 긴장하고 앉아있었던 내 모습이 떠오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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