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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Jan 19. 2024

나란히 감기에 걸렸다.

나란히 한 침대에 누워 잠을 자니 나란히 감기에 걸린다. 요며칠 간간이 기침을 하고 아침마다 콧물을 훌쩍이는 꼴이 영 불안하다 했더니 드디어 그 분이 오셨다. 밤잠을 설쳤는지 뒤척이는 남편 곁에서 뜨끈한 열이 느껴진다. 


"38도야."

"빨리 병원 가."


아이가 생긴 후로는 조금이라도 아픈 기분이 들면 바로 병원에 간다. 내가 아픈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아이가 아픈 것.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이가 아파서 학교를 못 가고 온종일 내 곁에 붙어있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 옮기기 전에 재빠르게 병원에 간다.


주말부부로 지낼 때, 남편은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왔다. 집에 오기 전날 남편과 통화를 하면서 콧물을 훌쩍이거나 기침 소리가 들릴 때면 이번주는 집에 오지 말고 편히 쉬라며 배려하는 척 하곤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건 이기적 발언이었다. 혹여라도 아이에게 감기를 옮길까봐 그래서 독박으로 아이 병수발을 들어야할까 걱정되는 마음에 한 말이었으니까. 덕분에 아이를 키우는 집이면 흔하게 생기는 아이가 감기에 걸리고, 엄마에게 옮기고, 남편에게 옮기는 일이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드디어 그 일이 우리 집에도 일어났다. 남편이 열이 나는 몸으로 병원에 가자마자 나의 몸도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으슬으슬 춥고, 따끔따끔 목이 아프고, 머리도 지끈. 남편이 병원에서 돌아오기가 무섭게 아이를 맡겨놓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 사이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기다리던 남편과 함께 약을 먹고 나란히 뜨끈한 침대에 누워 낮잠을 청했다. 


한숨 자고 일어나 아픈 남편에게 뭐라도 먹어야 약도 먹지 않겠냐며 식사를 권하는 나와 너도 힘든데 요리하지 말고 배달시키자며 배달어플을 켜는 남편 사이에 따뜻한 온기가 흐른다. 


아마도 이것은 사랑?


곁에 앉아 기침을 하고, 콧물 닦은 휴지가 쌓여가는 것을 보고 있자니 묘한 동질감이 든다. 나 혼자라면 억울했을 법도 한데 남편과 함께 하니 조금 덜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지난 8년 동안 남편은 이 시간을 홀로 견뎠겠구나. 아이에게 감기를 옮길까봐 그래서 내가 고생할까봐 걱정하는 사이, 아픈 남편은 조용히 나의 손길을 그리워하지 않았을까. 


한 침대에서 잠을 자고, 식탁에서 반찬을 나누어 먹고, 같은 수건을 쓰며 한 집에서 사는 것이 가족이라면 결국 가족이란 함께 감기에 걸릴 수 밖에 없는 운명은 아닐까. 


그리고 우리 부부는 이제야 그 진짜 가족애를 느끼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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