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이 Mar 07. 2024

내 책 팔아 네 책 산다

아들아 책 좀 읽어라.

아들아.

엄마는 오늘도 중고서점으로 향한다.


내 책 한권을 팔면 네 책을 살 수 있구나.


성인도서는 아동도서 보다 책 값을 후하게 쳐주는구나.


네 책은 팔아봐야 천 원 받기가 어려운데

엄마 책은 한 권만 팔아도 육천원을 버는구나.


책을 읽을 때는 밑줄 긋고,

메모해가며 더럽게 읽어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고 하는데

'이 책 깨끗하게 읽어서 팔아야지'

라고 생각하니 그럴 수가 없구나.


괜찮다.


이런 엄마를 위해 다이소에서 좋은 물건을 팔더구나.


밑줄긋기 대신 포스트잇.

투명 메모 용지 등등.



엄마는 책값 아끼려고

악착같이 도서관을 드나드는데

너는 빌려 온 책이 더려워서 싫다고 하니

다 엄마 잘못이구나.


널 좀 더럽게 키웠어야 하는데.


나도 한 때는 집 안 가득 서재를 만들고

그곳에 좋아하는 책들을 꽂아두며

대단한 지식인이라도 된 냥 자랑하길 좋아했단다.


하지만 이제는 책꽂이 가득

학습만화와 어린이 동화만 가득하구나.


내 책은 읽는 족족 내다 팔고

네 책은 부지런히 사들이니 이렇게 되는구나.


아들아.


오늘도 엄마는 책 두권을 팔았다.


깨끗히 읽었다고 최상 등급을 찍어주시더니

두 권에 만 이천원이나 쳐주시더구나.


덕분에 너 책 두 권을 샀다.

중고 중에 가장 깨끗한 책으로 고르느라

애 좀 썼다.


그러니까 아들아.

엄마의 노력을 봐서라도 책 좀 읽어라.


엄마 책은 점점 없어지고 아들 책은 점점 늘어가고.




매거진의 이전글 도서관은 사랑을 싣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