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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영양제 제조기가 온다

오늘은 비타민 기분이에요.

분명히 어린 시절에 SF 만화를 보면 그런 장면들이 있었더랬다.

이런저런 재료를 조합해서 순식간에 음식을 만들어주는 기계.

여러 성분을 조합해서 어떤 향이든 만드는 향수.

다양한 약물을 조합해서 그 날 내게 최적의 영양제를 만들어주는 개인용 약사.


음식은 모르겠지만, 밑의 두 가지는 나왔다.

그날그날 내게 가장 어울리는 향수 만들어주는 기계는, perfume mixing machine (향수 제조기)를 구글에 검색하면 잔뜩 볼 수 있다.

최적의 영양제를 만들어주는 기계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었다. 이름은 '알고케어'고, 세계 최고의 가전제품 박람회인 CES 2021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거의 매일 영양제와 건기식 광고가 쏟아지는 요즘,

알고리즘으로 당신의 몸을 케어하겠다고 말해주는 이 기계는

곧 고급 아파트 부엌이나 거실 테이블 어디쯤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매일 당신의 건강 상태에 맞춘, 컨디션에 가장 잘 맞는 영양제를 만들어 드릴게요."


그리고 아마 우리는 곧, 알고케어뿐만이 아니라

맞춤형 비타민 주스,

맞춤형 영양제,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을 제조해주는 기계들에 둘러쌓여 살게 될 것이다.


영양제 제조기의 시대가 오는 느낌이다.



스타트업 알고케어 ALGOCARE 가 만든 영양관리 솔루션 기기. (사진: 알고케어 홈페이지)


알고케어의 '실시간 영양관리 솔루션' 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주방가전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부엌이나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일 듯한 가전이 있다.


얼핏 보면 정수기 같지만, 

구슬 아이스크림처럼 보이는 알갱이들이 자잘자잘하게 들어차 있다.


이 알갱이들은 4mm 크기의 영양제 알갱이들로, 소비자가 응답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기반하여 믹싱된다.

그리고 그날그날 데이터에 맞춘 최적의 조합으로

소비자에게 영양제를 만들어 제공해준다.


해당 기기는 IoT 기반으로 소비자 앱과 연동되고,

그날그날 나의 건강 상태나 컨디션에 맞추어

다른 조합의 영양제를 먹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구슬 아이스크림이 아닌, 알고케어 대표님의 발품을 통해 드디어 만들어진 미세제형 영양소. (사진 출처: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홈페이지)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들.

가령 영양제 알갱이를 다 쓰면 어떻게 충전할지,

아니면 그냥 영양제 알갱이를 바로 먹어도 되는지 같은

생각들을 지나치면서도.


월 2만원 - 3만원이라는 구독 가격을 보면

집에, 사무실에 확실히 하나쯤은

들여놓고 싶은 기기라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만드는 방향의 가전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커피 머신이 대중화된 건 물론이고,

미국에서는 탄산수 제조기 등도 커다란 밸류로 M&A되기도 한다.


집에서 술을 만들어 먹는 홈 브루어리, 편리한 스무디 제조기,

위에서 언급한 향수 제조기, 그리고 이외에도 화장품 제조 가전 등


뭔가를 내가 직접 만들어보는 재미와

굳이 남을 신뢰하기보다 내가 집에서 실행하는 데 따른 안정감과 편리함.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력까지 갖춘 제조형 가전들이

앞으로 여러 주거공간을 채우는 콘텐츠로 기능할 것 같다.



맞춤형 영양을 공급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포스터. 무려 62년째 지속 중이다. (출처 : 미국영양협회 홈페이지)



미국영양협회(American Nutirition Association)에서는, 매년

Personalized Nutrition Summit 이라는 행사를 열고 있다.

우리말로 하면 개인화 영양 회의나 회담쯤 될 것 같은 느낌이다.

https://theana.org/personalizednutritionsummit


해당 행사의 최근 리뷰 글들을 보면, 위의 알고케어 방향과는 다르지만

나름대로 맞춤형 영양을 공급하기 위한 시도가

가전에서 이것저것 있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가령 아래에서는 맞춤형 영양소 음료 제조기인 MixFit을 볼 수 있다.

알고케어와 유사하게 사전 설문조사와 휴대폰 앱을 통해서

그날그날 내게 가장 맞는 영양 음료를 제조할 수 있는 기기다.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노란색으로 달려 있는 것들이 포드(pod)로써,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영양 공급을 담당한다.


라벨을 잘 읽어보면 '오렌지 구아바'나 '크랜베리 티' 처럼 

맛을 담당하는 포드들도 붙어 있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것도 있다. 테스포(Tespo)의 맞춤형 비타민 음료 제조기.



비타민으로 한정된 걸 제외하면 MixFit과 비슷한 느낌이다.


이런 음료 형태의 맞춤형 영양 기기와

알고케어의 솔루션을 비교한다면,

이 글을 쓰는 나의 주관으로는 알고케어 쪽이 좀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은 있다.


영양 음료는 가볍게 편의점에서 사 마시고 싶을 것 같고,

반면 영양제는 하나하나 따로 구매해야 한다는 인상을 주는 제품이었는데

기계 하나로 내게 맞는 영양제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니.


실제로 알고케어의 제품을 사용해본 적은 없지만,

앞으로 어떤 식으로 영양제 및 건기식 시장에 도전해갈지가 궁금하고, 또 기대되기도 한다.


(얼른 오피스에서 써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알고케어의 정지원 대표님. (사진출처: 플래텀)



알고케어의 정지원 대표님은 김앤장 출신의 변호사이시고,

동시에 워킹맘이시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대 스타트업 오픈채팅방에서도 가끔 나타나서 사려깊은 말을 해주신다고 들었다.


앞으로 우리의 주거공간 안에, 

영양제를 비롯한 건강관리를 책임지는 콘텐츠들은 잔뜩 더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마켓 트렌드를 정지원 대표님을 비롯한 다양한 가전 및 장비 분야의 리더들이

어떻게 이끌어갈지는 더욱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그 외에 미국 가전 시장에서는

식물에서 즙을 짜고 추출해서 영양 성분을 가장 온전히 남기는 기기,

비가시광선을 이용해서 특정 음식의 영양 성분 및 칼로리를 분석하는 기기, 

그리고 그 외의 온갖 주스 머신 등이 팔리고 있지만,


앞으로는 아마 이처럼 보다 직접적으로,

당신에게 맞춤형 영양과 건강 관리를 권하는 가전들이 많아질 것이다.


지금도 '건강해져라'라는 메시지는 

주거공간을 넘어 오피스, 그리고 리테일로 오고 있지만

(카페에서 보이는 수많은 기능성 음료들, 그리고 업무공간에 놓인 영양제들과 비타민, 홍삼들)


다음 마켓에서는 그 메시지의 메신저가 

이와 같은 IoT 제조기, 그리고 그 제조기를 가동시키는 앱의 형태로 올 듯하다.


.


"오늘은 어쩐지 출근하기 싫은 기분이야."

그런 당신을 비타민과 마그네슘 한 잔이 위로하길.



프롭웨이브 / 대표 김승현

propwav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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