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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편협한 인간이었다

관점은 있되 편견은 적은 사람

난 편협한 인간이다. 그리고 용감한 척했지만 누구보다 두려움이 많고 단단한 척했지만 무엇보다 쉽게 무너지는 사람이다. 이 사실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런 척하다 보면 그렇게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병을 고치지 않고 방치해 곪아버리는 사태가 된 것 같다.


난 내가 편견이 적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이니, 타인도 어떻든 그 사람의 특색이겠거니 하고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게 맞다면 내 마음은 분명히 편하고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늘 불안하고 도망치기 일쑤였다. 그건 나 또한 나도 모르게 그 사람들을 멋대로 판단해서 미리 거르기 때문에, 나도 누군가의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었던 것이었다.


최근 기안84 유튜브 채널에 침착맨이 나와서 노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기안84가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자 침착맨이 “무시 좀 당하면 안 돼?” 하며 웃으며 이야기하는데, ‘아, 이게 바로 여유라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늘 부러워하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누군가 자신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것에 개의치 않는 사람, 동시에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함부로 판단하며 말하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 나는 항상 그런 사람이 되진 못했던 것 같다.


최근엔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이전과 달라진 자신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친구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변했다고 하는 이야기에 ’그런데 뭐 어때, 변했다고 해도 상관없어, 이게 나인걸‘이라고 생각하니 편안했다고 했다. 지금 나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마인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만의 관점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샌가 그 관점은 편견이 되어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건 주변에 좋은 이야기를 하는 좋은 사람을 통해, 좋은 책을 통해 그 편견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할 때 기꺼이 방향을 제시해 주는 사람이 있음에 감사하다. 그리고 기쁘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이었으면 느끼지 못했을, 내가 깨지고 변하고 성장하는 기쁨을 경험할 수 있어서. 이렇게 깨달았다고 한 번에 변하지는 못하겠지만, 이전보다는 누군가를 바라보는 마음이 한결 편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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