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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emi Jun 17. 2024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1탄. 첫 유럽 가족 여행을 이탈리아 로마로 선택한 이유

코로나가 터지기 전, 아이들과 간 마지막 해외여행이 일본 후쿠오카였다. 2019년 4월의 일이다. 벌써 5년이 흘렀다. 코로나가 터진 후, 작년부터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할 때 우리 가족은 여러 상황 상 미루고 미루었다. 그러다가 올해, 큰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라는 이유로 초등학생 마지막 해외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4인 가족이 어디 비행기 타고 멀리 가려면 돈 백, 아니 경우에 따라서는 돈 천이 깨진다. 4인 가족이 평소처럼 생활하면서 천만 원 모으기라는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따로 여행 통장을 만들어서, 나의 부수입으로 열심히 여행 경비를 모았다. 마침 큰 아이가 졸업하기 전에 여행 통장에 천만 원이 찍힘으로써 우리는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나는 처녀 시절 여행 다니기를 좋아했다. E인 성향을 가진 나는 한 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기 때문에 여름휴가 때마다 해외여행을 다녔다. 다만 P인 성향으로 인해 계획적으로 다니기보다, 그냥 즉흥적으로 가거나 친구 따라  여행을 했다. 일본은 물론 대학생 때 2주 동안 친구들과 유럽 배낭여행도 다녀왔고, 상하이, 태국, 필리핀, 홍콩 등 즐기며 여행을 하고 다녔다. 그러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을 만나, 10여 년을 함께 살아보니, 나도 점차 여행에 대한 갈망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어리다는 핑계로 여행을 자주 가지 못했고, 남편 또한 그리 여행을 좋아하지 않은 탓에 나도 여행에 대해 점점 생각이 희미해져 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보다 더 P인 남편과 여행을 가자니,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다 준비하다 보니 여행이 힘들게만 느껴졌던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점점 아이들이 커가면서 나의 자아를 찾아가면서 다시 여행을 좋아하던 내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다만 이제는 혼자 가는 여행을 꿈꾸게 된 것이다. 어느 정도 아이들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니 엄마 없이도 하루 이틀 정도는 친정 엄마의 도움을 받으면 집을 비울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몇 년 전에 처음으로 혼자 일본을 다녀왔고 2년 전에 지인들과 제주도 여행도 다녀왔다. 다시 깨달았다. 나는 돌아다니는 여행을 좋아한다는 것을.


 혼자 하는 여행이 좋지만, 올해는 가족 모두가 함께 해외여행을 가야 한다. 우리 가족은 가족 하브루타 시간을 갖기 때문에 그 시간을 통해 각자 가고 싶은 여행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는 괌 같은데 수영을 실컷 하고 싶어!


나는 그리스를 가서 하얀 지붕을 보고 싶어!


나는 그냥... 쉬고만 싶어.


 4인 4색 우리 집 가족의 여행지를 듣고 있자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좁혀야 할지 막막했다. 그나마 남편이 어디서 듣고 왔는지, 동유럽이 그래도 물가도 저렴하고 첫 해외여행으로 가기 무난하다는 말을 듣고 왔다. 그리고 내 생각에도 괌 같은 곳은 나중에 중학생이 되어서도 방학 때 잠깐 다녀올 만한 거리이고 금액대라고 생각했다. 1년 동안 천만 원을 모았는데, 괌에 쓰기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을 해서 아이들을 설득했다. 다행히 흔쾌히 엄마의 말에 수긍을 해 주었다.


 대학 시절 서유럽만 돌아보았던 나는 동유럽은 가 보지 않아서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왠지 동유럽을 가면 한적한 카페에 앉아 실컷 하루 종일 여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거라는 상상이 들었다. 사심 가득한 생각이지. 나의 두 번째 그림책의 영감은 동유럽에서!라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유럽 관련 책들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리스도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 하얀 벽돌의 파랑 지붕, 그리고 지중해 바다. 너무나 매력적인 곳. 그리스 관련 책도 사보고 동영상도 열심히 찾아보았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 가고 싶은 유럽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그나마 우리 가족이 가기 편한 유럽은 체코가 아닐까?


라는 남편의 말에 나는 체코 비행기를 한참 알아보던 참이었다. 나는 프라하에 가서 실컷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고 맥주를 마시며 작업이나 하고 와야지! 했는데, 한 명이 시큰둥하다. 바로 아들. 아들은 체코 책을 읽으면서도 가고 싶은 곳이 딱히 없는 눈치였다.


 너는 프라하에서 어디 가고 싶은 곳 없어?


 네 엄마... 저는 사실 이탈리아 가 보고 싶어요.
콜로세움도 보고 싶고 바티칸도 보고 싶어요.


  한 때 그리스 로마에 빠져 살던 아이. 그리고 이탈리아에 대해 좀 공부를 했는지 무척 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우리는 다시 가족 하브루타 시간에 여행지 선정이라는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체코 비행기 값을 결제하기 직전에 말이다!


 나는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다. 평소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잘 말하지 않는 녀석이었기 때문에 저렇게 강력하게 말하는 것은 정말 이탈리아가 가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천만 원이라는 돈을 들여서 가는 첫 유럽여행인데, 가고 싶은 곳을 가는 것이 아이에게는 더 기억에 남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체코에 비해 이탈리아가 전반적으로 물가도 비싸고 사람도 많은 것은 사실이다. 경비를 충당해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다. 그래도 다른 데에서 조금 아끼더라도 이탈리아를 가는 것이 아이에게 더 좋을 것 같아서, 결국 막판에 행선지를 이탈리아로 바꾸었다.


 그러나 이탈리아로 정해지고 나서부터 나는 멘붕이었다. 우선 유럽 관련 유명 카페에 가입해서 매일 같이 눈팅을 해 보니 현재 프랑스에서 올림픽이 개최되면서 많은 집시와 거지, 소매치기범들이 이탈리아 등으로 넘어갔다는 이야기. 그래서 소매치기가 엄청 판을 치고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워낙 이탈리아는 세계적인 관광지이다 보니 어디 박물관이나 성당에 들어가더라도 다 미리 예약을 하고 표를 구해놔야 한다는 이야기. 이는 P인 나에게는 무척 스트레스의 근원이다. 어찌 되었든 이미 로마로 가는 비행기 표는 제일 먼저 예약을 해 버렸으니, 안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알면 알수록 머리가 아파지고 마음이 답답해지는 로마 여행 계획. 그러나 이것 또한 나를 성장시키는, 나를 역행하는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임하도록 하겠다.


 이제 하나하나 8박 9일의 로마 여행 일정에 대해 고민하고 계획을 짜야겠다. 그리고 방대한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로마. 우리는 남은 3달 동안 로마에 대해 흠뻑 빠져서 공부를 해서, 아는 만큼 많이 보고 올 계획이다. 그래서 매주 가족 하브루타 시간에도 우리는 같이 로마 관련 책이나 영상을 읽고 아웃풋을 할 것이다.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정말 로마는 매력적인 도시인 것 같다. 나를 성장시키는 즐거운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임해야겠다.


(2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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