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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언정 Jul 13. 2021

민준이네 가족을 소개합니다

발달장애청년 민준이네 가족, 특별한 듯 평범한 4인을 소개합니다.


민준이네 가족은 모두 4명이다. 발달장애청년 민준이와 비장애 형제 준하, 재주 많은 남편과 이 글을 쓰는 나. 특별한 듯 평범한 우리 집 구성원 4명을 소개한다.   


첫 번째 우리 집 큰아들 민준이. 2001년생인 민준이는 올해(2021년) 만 20세가 되었다. 엄마는 잘 모르겠지만 밖에 나가면 남들한테 잘생겼다 이야기를 듣는다. 분명 자폐성 장애가 맞는데 사람을 아주 좋아하는 성향이 있는, 어떨 때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구석이 많은 특별한 청년이다. 아는 사람은 물론이고 모르는 사람에게도 거침없이 다가가서 인사를 건네는 모습 때문에 '선거운동원 시키면 딱'이라는 말을 주변에서 듣는다. 어려서부터 노래 CD 듣는 걸 참 좋아했는데 다른 건 몰라도 음감이 참 좋았다. 기타 치면서 찬양 부르는 아빠 옆에서 어쩌다 보니 10년을 넘게 함께 노래를 부르며 노래실력을 쌓았고, 피아노, 바이올린을 거쳐 요즘에는 색소폰을 배우고 있다. 


다음은 둘째 아들 준하. 딸 하나 낳기를 소원했는데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안 들어주시더니 딸 대신 '딸 같은 아들'을 주셨다. 조잘조잘 수다가 장난 아니고, 울기도 잘하고, 세상 예민하지만, 아침마다 엄마 등 뒤에서 백허그를 해주는 스윗한 아들이다. 2012년 민준이(당시 4학년)와 준하(당시 2학년)가 같이 홈스쿨링을 시작했었는데 민준이는 1년 반 만에 특수학교로 가고, 준하는 혼자서 쭉 7년 반을 홈스쿨링 해서 중학교 과정까지 마쳤다. 고등학교는 경험해보고 싶다 해서 인문계 학교로 진학하여 올해(2021년) 18세 고등 2학년이 되었다. 피아노를 제법 잘 쳐서 막판에 예고 가면 어떻겠냐 했더니 연습하기 싫다고 안 간다 했는데 인문계로 가서는 수학 때문에 생고생을 하며 살짝 후회도 하고 있다.


세 번째 소개할 사람은 나하고 22년째 한 이불 덮고 자는 남자,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거 참 부끄러워하는 수줍음 많은 사람, 내 남편이다. 남편은 나하고 성격도 영 반대고,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도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런데도 소개팅으로 만나 서로에게 끌린 걸 보면 참 신기하다. 손재주가 좋은 남편은 요즘 목공을 한다. 10년 전쯤 배우지 않고도 짜맞춤 테이블을 혼자 만들더니 최근에는 수업료를 내고 목공을 배우면서 집안 모든 가구를 자신이 만든 것으로 바꾸겠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기타가 평생 자신의 악기라고 여기며 틈날 때마다 기타를 연습했는데 최근 민준이와 색소폰을 함께 배우면서 색소폰의 매력에 빠져 요즘에는 색소폰 연습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마지막은 민준이와 준하의 엄마, 이 글을 쓰는 나는 이제 막 50대에 접어들었다. 한때는 커리어우먼을 꿈꾸며 내 명함을 가지고 열심히 강의를 하러 다녔었다. 민준이가 장애로 판정되고 나서도 내 꿈을 포기하지 못해 2년 넘게 파트타임으로 일을 했다. 하지만 두 아이 모두 제대로 케어가 안 되는 걸 보고는 민준이 7살 때 모든 걸 내려놓고 아내와 엄마의 자리에 안착했다. 내가 한 결정 중에 참 잘한 것 하나로 나는 그때 일을 그만둔 것을 꼽는다. 돌아보면 아내로 엄마로 그렇게 산 십여 년의 시간이 나에게는 참 소중하다.


아이들이 다 커버린 지금 나는 새로운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가족의 경험들이 필요한 곳에 쓰여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나와 우리 가족의 이야기들을 글로 쓰고 여러 매체에 나누고 있다. 브런치에도 민준이네의 살아온 이야기, 현재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하고 기쁘다. 나와 우리 가족의 이야기들이 장애아이들을 키우고, 가르치는 가족들과 선생님들께 그리고 삶에 지친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와 격려와 소망을 줄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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