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잘 자랐다
2022년 12월 30일.
민준이 졸업.
초등학교부터 전공과까지 14년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 특수교육 대상자로 지정받아 교육비를 지원받았었는데 아쉽게 이제 교육청과는 안녕이다. 아이가 오랫동안 입고 있던 '학생' 신분의 옷을 벗었다는 게 당분간은 실감이 안 날듯하다.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며 학교 가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고민하고 마음을 졸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돌아보니 아이는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잘 자랐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내가 가졌던 목표는 취업이나 자립이 아니었다. 취업은 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하는 것이고, 자립 역시 아이가 할 수 있겠다 싶었을 때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취업과 자립에 도움이 될 기능을 가르치고 아이의 뾰족한 모든 면을 둥글게 다듬어 가는 일을 일상에서 무겁지 않게 훈련시켰고 가르쳤지만 반드시, 몇 살에는 아이가 무엇을 했으면 좋겠다는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그 대신 민준이가 20대가 되었을 때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밝은 '행복한' 아이였으면 좋겠고, 가족들과 함께 살기에 어려움이 없도록 의사소통과 감정조절 면에서 성장하기를 바랐다. 이런 것이 나의 목표였다고 본다면 아이가 전공과를 졸업한 지금 시점에서 볼 때 감사하게도 내 목표는 초과달성이다.
최근 들어 자립성도 늘고, 말도 엄청 늘었다. 일일이 다 기록을 못할 정도다. 물론 아직 아쉬운 것들도 많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작은 감사들을 더 많이 찾으며 아이의 남은 20대를 함께 채워나가야겠다 다짐한다.
민준이가 올해부터 다닐 곳이 확정되었다. 집 근처 복지관에 있는 성인프로그램 '큰나래대학'이다. 자조기술과 자립훈련, 지역사회시설 이용, 문화여가프로그램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앞으로 4년 동안 다니게 된다. 이 복지관은 민준이가 초등 5학년때부터 다녔던 곳인데 10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여럿 계신다. 개강 첫날 갔더니 아는 선생님들께서 여러 명 반갑게 인사해주시고 하니 나도 친정집에 온 듯 마음이 푸근했고, 민준이도 편안한 듯 표정이 밝았다.
끝나고 집에 올 때는 큰 목소리와 손을 흔드는 적극적인 자세로 "□□씨!!! 내일 만나요. OOO선생님!!! 내일 10시에 올게요" 하고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일주일 전에 학교에서 하교할 때만 해도 이런 모습 한 번도 안 보였잖아, 너^^
학교와 비슷한 듯 다른 프로그램 속에서 민준이가 더욱 즐겁게 생활하기를, 더 많이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발달장애 #발달장애인 #발달장애아동육아
#자폐성장애 #자폐인 #장애 #장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