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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랜드 Mar 05. 2021

아이들 밥, 챙겨주려 애쓰지 마세요.

가정보육, 삼시세끼의 늪

불 꺼질 틈이 없는 늘 환한 엄마들의 시간.


정해진 출퇴근 시간도 없고,

주 52시간의 법정 근무 시간도 없다.

조기출근은 있지만 조기퇴근은 없고,

야근은 하지만 야근수당은 없고,

동료는 있지만 독박 근무도 한다.


코로나 여파로 여전히 가정 보육인 가정도 있을테고, 기관의 힘을 빌리긴 하지만 이전만큼은 아니라 더 힘들게 느껴지는 가정도 있을테다. 나도 상황에 따라 모두에 해당한다.


집에서 아이와 단 둘일 때, 엄마가 하루 중 가장 벅찬 일은 무엇일까?


함께 노는 시간? 그것도 맞다. 커갈수록 원하는 놀이의 양과 질이 달라지기에 힘에 부치는 것도 사실이다.

목욕 시간? 어느정도 맞다. 아직은 엄마의 손이 필요하기에 정신 없다.

낮잠 시간? 이것도 맞다. 낮잠이 먹는건가요. 일과에서 사라진지 오래이다.


유아기 아이들의 기본적인 루틴은 [낮잠 1번, 식사 3번, 간식 2번] 이다.

낮잠을 안 자는 4세 이상의 아이들은 보통 [밥1, 간식1, 밥2, 간식2, 밥3, (간식3)] 이다.

때에 맞춰 준비 해내야하는 어미새의 삶, 솔직히 어느 누구도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엄마의 컨디션에 따라 하루가 통째로 벅찰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아무렇지 않은 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건 관계없이 나에게 있어 가장 벅찬 일은 밥이다. 남편도 제발 사먹자고 한다.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다. 주방 일머리가 나에게 특히 그렇다.



아이들 밥은 어떻게 챙겨주고 계신가요?

엄마도 밥 잘 챙겨먹고 계신거죠?



오늘도 아이보다 일찍 일어나 아침을 준비한다.

오늘은 또 무슨 반찬을 만들어줄까.


코로나로 인해 급히 결정된 휴원 1주차때는 정말 머리 속이 하애졌었다. 이유식 만들 때처럼 식단표를 짜야하나, 장은 무얼 보며 어떻게 준비해야하나..시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그 때는 스스로 압박하고 있었다. 배달도 있고, 반찬가게도 있는데 혼자 산 속에 사는 것 마냥 원초적인 걱정을 하고 있었던거다.


그렇게 매 끼니에 정성 들이고 힘을 줄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다.



한달쯤 된 시점부터는 아이와 같이 식사 준비를 했다. 이것도 함께 노는 일의 일부로 생각하니 시간에 조급해지지 않았다. 눈 뜨자마자 먹는 첫 끼니는 최대한 간단하게 준비한다. 빵과 쨈, 과일, 죽, 시리얼과 같은 메뉴들로 구성해 위장에도, 그리고 나에게도 부담없이 말이다.


먹으며 깨운 맑은 정신으로 다시, 제대로 된 아침을 준비한다. 속이 비어 허기진 상황에는 누구나 예민해지기 쉬우니 어느정도 빈 속을 달래면 아이도 나도 감정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아이가 안 먹으면 엄마라도 꼭 챙겨먹자. 그래야 아이의 떼도 한 두번 더 받아줄 뱃심이 생긴다. 너그러운 엄마를 만날 수 있는 사소하지만 엄청난 포인트이기도 하다.



아이가 계란을 풀고, 야채도 직접 씻고, (안전)칼로 애호박도 자르고, 자른 애호박은 후라이팬에 직접 펼친다. 그렇게 칼자루를 쥐어주고 같이 한다고 해서 끝난게 아니다.

계란 풀다가 젓가락을 꿀마냥 빨아먹기도 하고, 야채 씻다 물이 사방에 튀어 수영장을 만들고, 애호박 잡은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맥없이 물러지고.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예상치 못했던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내가내가', '혼자 할래' 인격들까지 쏟아지면 그때부터는 위기 일발장전이다. 이 연령대에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긴하다.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이 상황에선 엄마도 사람인지라 머리와 입이 따로 논다.


이런 과정을 생각하면 솔직히 두 눈 질끈 감게 된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신나게 출발했으나, 도착하지 못하고 있는 어질어질한 그런 상황이랄까. 이래저래 결국 우리의 식사는 점점 줄어 하루 두 끼가 되었다.


중간에 먹는 간식으로 고구마, 감자, 빵 또한 직접 준비한다. 고구마, 감자 씻어서 찜기에 올리는 것까지 모두 아이의 몫이다. 빵틀로 찍어도보고, 반을 갈라 쨈을 바르고 그 위에 직접 씻은 사과를 잘라 샌드위치를 만든다.


처음에는 지나치게 오래 걸리는 시간과 정리할 일이 막막해서,

그냥 내가 다할까?

다른 놀이 많잖아?

굳이 왜 사서 고생해?

라고 생각해 다 차려주었지만 그렇게 하니 일단, 들이는 정성에 비해 먹는 시간은 터무니없이 짧다. 게다가 식사시간 앞 뒤로 조리와 청소에 힘을 다 써버리니 내 몸은 결국 퍼지고만다.


그래서 함께 준비해서 먹기 시작했다. '이거 내가 만들었지?' 라며 직접 만든 성취감과 뿌듯함에 취해 먹는 내내 즐겁기만하다. 편식하는 친구들도 남김 없이 먹게되는 묘약이다.



자칫 지나치기 쉬운 세 가지



먼저, 아이의 행동에 큰 위해가 될 일이 아닌 이상 관여하지 않도록 한다. 위험 요소만 미리 치워둔다면 가능한 일이다. 멀리서 지켜주며 스스로 도움을 요청할 때 손을 보태도 충분하다. 엄마가 마음이 편해야 아이도 안정을 찾고 집중할 수 있다. 엄마의 눈빛이 흔들리며 불안, 초조해지면 아이는 귀신같이 읽고서 급격히 불안해한다. 그러다가 실수라도 하면 바로 엄마 눈치를 보고, 그런 아이를 다그친다. 엄마의 실수는 모른채. '엄마는 널 믿어.' 라는 눈으로 바라봐준다면 어느새 안정을 찾고, 서로를 더욱 신뢰하게 될 것이다.


두번째, 엄마를 도운 것이 아니라 엄마와 함께  일이라고 알려준다. 엄마를 '도왔다', '기쁘게했다' 라고 생각하는 대다수의 아이들은 온갖 신경을 '기쁘게 하기 위한 행동'에만 초점을 맞추게된다. 그 생각으로만 가득찬 머리는 정작 써야 할 곳엔 쓰지 못하고, 엄마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눈치 보고 있으니 늘 불안하기만 하다. 불안이 습관되면 안타깝게도 뛰어난 집중력은 기대하지 않는게 좋을 것이다.


세번째, '같이 만들어서 더 맛있어', '~랑 같이해서 너무 즐거워' 와 같은 말을 건네준다. '잘한다, 잘했어', '그렇게 하는거야, 맞아' 와 같은 평가나 어른 기준의 판단보다, 아이가 실제 느끼고 있을 감정과 행동에 충실한 말을 건네준다. 만약, 아이가 '칼질을 잘해서 기쁘다! 엄마도 내가 기쁜걸 알겠지?' 하고 엄마를 봤는데, 엄마는 '똑바로 잘 썰었네! 그래 칼은 그렇게 잡는거야. 지금 모양으로 똑같이 하면되' 라고 말했다고 하자. 그럼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즐거움은 사라진 채 '응?' 의문만 남는다. 아이의 감정을 마이너스가 아닌 곱하기하는 아주 쉬운 방법, 아이에게 집중해 함께 감탄해보자. 분명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아이 다 먹으면 난 대충 먹어야지' 라며 아이 식사에만 몰두하다 때 놓쳐 괜히 예민해말고, 같은 시간에 같은 밥 먹는 것도 잊지말자. 주방 귀퉁이에 서서 급히 먹는 일도 하지말자. 아이의 눈에 '엄마는 저렇게 먹어도 되는 사람, 나는 대접받아야하는 사람' 으로 비춰지는 건 너무 슬픈 일 아닐까. 내가 나를 소중히 대해야 다른 사람도, 하물며 가족도 나를 소중히 대해준다.


다시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요즘, 살 붙이고 있는 우리의 소중한 시간이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함께하는 시간만큼 서로에 대해 알아가며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훗날 분명 오늘의 시간을 그리워하며 떠올리는 날이 올 것이다.


다만, 조금 힘에 부치고 자제력을 잃어갈 수 있다. 글자만 다르지 힘들다는 말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긴하지만... 무튼, 엄마 스스로를 일상에 조금만 덜 옭아매고 제한을 풀어준다면, 가정보육의 질도 수명도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엄마의 건강에도 꽤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 줄 것이다.


내일부터, 아니 지금부터 내려놓아보자. 차근차근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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