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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소라 Jan 09. 2024

더이상 신성한 것은 없다!

대림미술관 MSCHF(미스치프) 전시리뷰

대림미술관 MSCHF(미스치프) 전시리뷰

1. MSCHF 란?


미스치프,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대림미술관에서 아티스트 그룹 미스치프(MSCHF)의 전시가 진행 중이다.


최근 한국에서 종종 이들의 이름이 들렸던 건 바로 아래의 귀여운 부츠 때문일 것이다.

전소미와 르세라핌 은채도 신은 바로 그 아톰부츠!

K팝 아이돌들이 종종 인스타그램에 신은 모습을 업로드하고, 어떤 그룹은 무대의상으로도 이 부츠를 신고 나왔다고 하는데.

사실 아톰 부츠라는 명칭은 (너무 찰떡이긴 하지만) 별칭이고, 본명은 미스치프 빅 레드 부츠.

실제로 판매하고 있는 패션 아이템이다.



발매가는 $350, 리셀가는 KREAM 기준 약 55만원!


- 미스치프는 패션 브랜드인가?

미스치프(MSCHF)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 그룹이다.

(동명의 국내 패션 브랜드가 있지만 이와는 관계가 없다고 한다. 전시 내내 강조하며 쓰여져 있던 문구!)

나쁜 짓, 장난을 의미하는 'mischief'라는 단어에서 자음만을 따서 그룹명으로 사용한다. 2019년 가브리엘 웨일리, 케빈 위즈나, 루카스 벤텔, 스테픈 테트롤트가 설립한 미스치프는 현재 30여명 정도의 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2. 대림미술관 소개


대림미술관은 '일상이 예술이 되는 미술관'이라는 슬로건 하에 트렌디하고 인스타그래머블한 전시기획으로 눈길을 끈다. 통인동에서 대림미술관, 성수동에서 디뮤지엄 이렇게 두 개의 분관을 운영 중이다. 미대생 시절부터 소위 '힙한' 전시를 보고 싶을 땐 항상 찾아갔던 곳이었다. 매 전시마다 분위기는 조금씩 달랐고, 좀 진지한 사람들은 너무 상업적이라며 비판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MZ세대가 좋아할 포인트를 잘 잡아내는 최근 가장 트렌디한 미술관인 것은 확실하다.



3. 전시 구성 및 작품 소개


전시작품은 약 100점 정도, 전반적으로 현대미술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통적인 페인팅, 로봇, 관람객 참여형까지 다양한 종류의 작품들을 보고 듣고 체험하고 신어볼(!) 수 있어서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그 중 인상깊었던 몇 가지 작품을 꼽아보자.


어린이인 척하면서 편지 써주는 로봇

(1) <Children's Crusade>

사연을 받아서 편지를 써 주는 로봇이 있다. 그것도 어린아이가 쓴 것 같은 말투와 글씨체로.

바쁜 정치인들은 국민의 민원을 모두 들어 주지 못한다. 그래서 정치인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고안해 낸 방법인 것이다.


미스치프는 이 '가짜 어린이 편지'가 정치인들의 시선을 끌 뿐 아니라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기에 아주 좋을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끊임없이 쌓이는 편지 두루마리가 인상적이었던 작품. 혹시 이 편지에 속아넘어간 정치인이 있다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소금보다 작은 크기의 마이크로 루이비통

(2) <Microscopic Handbag>

처음에는 현미경이 작품인 줄 알았다.

자세히 보니 소금 알갱이보다 작은 크기의 루이비통 백이고, 심지어 낙찰자도 있다고.

금액은 약 63,000달러 (한화 약 8400만원) 였다고 한다.


아무리 명품이 로고 값이라지만, 로고조차도 잘 보이지 않는 이 물건(?)을 돈 주고 사는 사람이 있다니.

이 물건이 가방이 아니고 현대미술 작품이라면 이 가격은 합리적인 건가?

아니면 이제는 화제성 자체가 미술로 인정받는 것일까?







그 유명한 아톰 부츠, 레드/블랙/크록스 VER

(3) <Big Red Boot>

그리고 가장 화제의 그 부츠.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싶다.

레드/블랙 컬러와 크록스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구멍 뚫린 옐로우 컬러까지 총 3종이 구비되어 있고, 자유롭게 신고 사진을 찍어볼 수 있다.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여기서 인증샷을 남기고 있었다. 


만화 같고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현실에서 구현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패션이자 작품으로 볼 수 있는데, 작품으로서의 의미는 생각보다 간단하지만 팬시한 외형으로 어쨌든 가장 잘 홍보된 작품이 되지 않았나 싶다.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자르다니!

(4) 데미안 허스트 <Severed Spots>

가장 발칙한 작품으로는 이 작품을 추천한다. 현재 생존해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으로 자기 작품을 만드는 것도 모자라, 그걸 잘라서 조각내고 심지어 하나씩 재판매하다니. (장당 60만원이었다고 한다.)

값비싼 부동산을 세분화하는 것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적은 가격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었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데미안 허스트가 이 사실을 알면 어이가 없지 않을까 했는데, 사실 요즘 유행하는 조각 투자와 뭐가 다른가 싶기도 하다.





4. 총평

전시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현대미술 그 자체' 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람들이 현대미술에 기대하는 상식파괴와 발칙함을 잘 보여주지만 난해하지는 않으며 동시에 대중성과 위트를 잃지 않은, 선 조절을 잘 해낸 현대미술 전시.

작품의 딥한 의미보다는 시각적인 자극을 잘 해냈다. 우선 트렌디한 작가 선정이 일순위이고, 그 다음으로는 화려하고 감각적인 전시디자인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미술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과 트렌디한 데이트 코스로 누구나 방문하기 좋은, 대중성 있는 전시.


- Tip!

(1) 리유저블 컵과 커피 쿠폰 받기 - 대림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티켓을 예약하면 선착순으로 리유저블 컵과 커피 쿠폰을 받을 수 있다. 리유저블 컵에는 여러 유명 브랜드 로고가 본 전시의 부제인 'Nothing is sacred'라는 로고로 변형되어 있다. 선택할 수는 없으며 랜덤!


(2) 오디오가이드 꼭 듣기! - 대림미술관 앱을 받으면 오디오가이드를 들으며 감상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전시작품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고, 눈으로만 봤을 때는 이해하지 못하는 작품들이 있을 수 있으니 필수로 들으며 감상하기를 추천한다. 



5. 운영시간 및 위치

기간: 2023. 11. 10 – 2024. 03. 31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4길 대림미술관

시간: 11:00 ~ 19:00 (월 휴관)



<참고>

VOGUE https://www.vogue.co.kr/?p=425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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