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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소라 Sep 29. 2024

다니엘 아샴이 바라본 1000년 후 서울

롯데뮤지엄 다니엘 아샴 <서울 3024> 전시 리뷰

1. 일상을 발굴하는 허구의 고고학자, 다니엘 아샴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의 개인전이 서울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그는 현대미술가이면서 조각, 설치예술, 영화감독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의 작품은 주로 시간과 역사 혹은 문화적 상징을 탐구하는 작업으로 이루어진다. 

그의 작업을 가장 핵심적으로 설명하는 키워드로는 '허구의 고고학(Fictional Archaeology)'를 들 수 있는데, 쉽게 말하면 현대의 일상 사물들을 마치 고고학적으로 발굴해 낸 유적처럼 부식된 모습으로 표현해 익숙한 대상을 낯설게 묘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아샴만의 독특한 '유물 같은' 표현법은 가끔 방해석, 자수정과 같은 광물들과 함께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 상상력도 기발하지만 비주얼 또한 인상 깊어서인지 디올, 리모와, 포켓몬스터 등 다양한 커머셜 브랜드들과도 여러 차례 협업하여 화제가 된 바 있다. 

Instagam @danielarsham


2. <서울 3024> 전시 소개

서울 잠실에 위치한 롯데뮤지엄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의 제목은 <서울 3024 (Seoul 3024)>인데, 이 전시에서는 천년 후 서울의 미래를 가상으로 설정하여, 현재의 시점에서 오래된 미래를 묘사하는 흥미로운 설정을 보여준다.

이 전시에서는 아샴이 지난 25년간 작업한 작품 250여 점이 전시 중이며, 전시작품에는 아샴의 가장 아이코닉한 작품들 중 하나인 고대 그리스 석상을 재해석한 시리즈, 그리고 포켓몬스터와 협업한 시리즈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서울 전시를 기념해 제작한 작품들도 살펴볼 수 있는데, 전시작 중 두 점의 대형 회화 작품은 서울 북한상을 배경으로 하여 서울의 고대 유물들이 미래 서울에서 발굴된 모습을 상상하여 제작한 작품이라고.



3. 주요 전시작품


(1) 포켓몬 동굴

아샴과 포켓몬스터의 협업은 아마 그의 여러 시리즈 중 가장 잘 알려진 콜라보레이션 작품일 듯하다.

이 시리즈들은 전시의 한 섹션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섹션에서는 피카츄를 비롯한 여러 귀여운 포켓몬 조각상들과 함께 드로잉, 애니메이션 작업까지 감상할 수 있다. 


(2) 추락하는 시계, 2023 / 숨겨진 형상, 2024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시계 그리고 벽에 잔물결을 남기는 궤적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천과 같이 부드러운 느낌이 들지만 사실 석고 재질이며, 재료를 짐작하기 힘든 섬세한 마감이 눈길을 끈다.

한편, 옆에는 강한 바람에 맞서고 있는 듯한 사람들의 형상이 보이지만, 뒷면을 보면 사실 그 속은 텅 비어 있다. 마찬가지로 석고 재질임에도 마치 흰 천이 나부끼는 것처럼 섬세하게 표현하였다. 

마치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 작품을 조각으로 형상화한다면 이런 느낌이 들 것 같다. 

사실 이 작품들은 아샴이 어린 시절 마이애미에서 겪은 허리케인에 대한 트라우마를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이 작품들은 시간이나 바람, 마치 유령 같은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지는 듯하다.


(3) 발굴현장, 2024

이 작품은 특히 이번 서울 개인전에서 장소 특정적인 의미가 있다. 

아샴의 가장 큰 특징인 '허구의 고고학'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인데, 고고학적 발굴 현장을 재현하여 1000년 후 폐허가 된 3024년의 서울을 가정하여 보여주고 있다. 

핸드폰, 노트북, 카메라 등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의 일상 물품이 마치 고고학 유물처럼 파손되고 풍화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현재를 과거로 가정하여 먼 미래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마치 타임슬립을 한 듯한 독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더불어, 아샴이 직접 작성한 듯한(?) 서투른 한글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4. 결론

항상 흥미로운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아샴이지만, 1천 년 후의 서울을 주제로 하여 바라보는 시선은 서울시민의 입장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250여 점이라는 적지 않은 개수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만큼, 작품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보는 데 꽤 시간이 걸렸고, 아를의 비너스 등 고전 그리스 조각상의 원본을 알고 있다면 원본과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전시 전반적으로 '동굴'이라는 콘셉트를 쭉 유지하는 점도 마음에 들었는데, 마치 전시장 전체를 아샴이 기획하고 디자인한 듯이 일관성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으니, 이런 점도 눈여겨보면 좋을 듯하다. 


5. 관람정보

관람시간 | 월-일 10:30-19:00

관람요금 | 성인 기준 20,000원

전시기간 | 2024.7.12-10.13

★TIP 1일 3회 도슨트 투어를 운영하고 있으니 꼭 맞춰서 들어보세요!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 참고)




<참고>

롯데뮤지엄 https://www.lottemuse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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