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실패 요인은 중 하나는 바로 게임이다. 아버지는 게임 같은 삶을 살기보다는, 게임 속 세상에 빠져 있었다.
어머니가 주방에서 치킨을 튀기면, 아버지는 오토바이를 타며 치킨을 배달했다. 주문이 많지 않다 보니 남는 시간이 많았다.
아버지는 시간이 남을 때마다. 가게에 있는 컴퓨터로 몬스터를 잡으며 사냥을 했다. 손님들이 가게 문을 열면, 그들이 향한 곳은 자신이 앉을자리가 아닌, 게임 속 화면으로 함께 빨려 들어갔다.
어릴 때는 그게 잘못된 사실인 줄 몰랐다. 단지 아버지가 하는 게임이 재밌어 보여 옆에서 함께 구경하고 있었다.
사회의 일원으로 돈을 벌면서 알 수 있었다. 그 누구도 근무시간에, 시간이 남는다고 해서 게임을 하지 않았다. MZ의 자유로운 시점에서 이해해 보려 한들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가게의 사장은, 말 그대로 가게를 대표하는 얼굴이나 다름없다.
사장이 가게 운영은 하지 않고, 가게 운영과 전혀 상관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것을 보고 있던 손님의 반응은 냉정했다. ‘다음에 올게요.’ 손님들은 음식을 맛보기도 전에 음식의 맛을 예측했다.
애석하게도 손님들 중 그 누구도 게임 속 화면을 보고 뭐라 하지 않았다. 단지 할 말은 많지만 입을 다물고 있던 것뿐이었다.
아마 그들의 꽉 다문 입은 집으로 돌아가, 아파트 단지 사람들에게 조금씩 전해졌을 것이다. 아버지는 그 시절에 리뷰 어플이 없었다는 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능동적임 보다는, 주문이 들어왔으니 배달을 하는 수동적 삶에 가까웠다.
아버지의 실패를 발판 삼아,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첫 번째
뭐라도 하는 척해야 한다.
손님들은 음식의 맛을 보기도 전에, 단지 풍기는 분위기로 가게를 판단했다. 아버지는 손님들의 눈치를 봐야 했다. 독보적으로 개발한 소스나 안주가 있는 것이 아닌, 그저 그런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가게 주인이 손님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어야 했다.
당신이 손님이라면, 밝은 얼굴로 환하게 맞이하는 치킨집을 갈 것인가. 손님이 와도 게임에 빠져, 손님이 온 것조차 모르는 치킨집에 갈 것인가. 적어도 내가 일하고 있는 시간만큼은 휴대폰을 차단하고, 손님들 혹은 가게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삶의 페이지를 열어나가는 나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렇지 못한다면 아버지가 치킨의 맛을 평가받기도 전, 치킨집을 평가받았듯. 나 역시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전, 내 게스트하우스를 평가받을 것이다. 물론 부정적인 방향으로 말이다.
두 번째
일을 하는 척 시간을 보낼 수 도 있겠지만, 하는 척보다는 진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일이 생길 수 있는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아버지는 일이 없었다. 장사가 잘되고 정말 바빴더라면 아버지는 게임할 시간조차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일이 없었기에 아버지에게 생긴 일이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의 실패와 직장에서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은 일이 없으면 일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내가 어디를 가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여기서 일은, 불필요한 일이 아닌 하면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
SNS를 통해 홍보를 하거나, 안주를 새롭게 개발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가가 오르면서 고객 역시 주머니 속 지갑을 열기가 조심스럽다. 그들의 선택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사업을 하는 사장이 그들의 주머니 속 돈을, 후회 없이 쓰게 만들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