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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창 Jan 16. 2024

 아는 형님이 찾아오는 아버지 가게

지인장사는 망하는 지름길이다.

 아버지는 첫 번째 사업으로 문방구. 두 번째 사업은 치킨집을 운영하셨다. 두 사업 모두 처참히 망했다. 두 번째 사업인 치킨집에서 아버지는 지인 장사를 활용했다.


 지인장사는 말 그대로 내 주변에 아는 사람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다. 아버지 역시도 '팔아준다.'는 표현을 쓰며, 주변 지인이 개업을 했을 때 그곳에서 물건을 주문하기도 했다.


 사업초기에는 주변 지인들이 개업을 축하한다며 하나 둘 와서 사줄 수도 있다. 하지만 지인이 이곳에 온 이유는 치킨이 특별해서가 아니었다. 아버지가 그랬듯 지인이 오픈을 했으니 찾아가 서 팔아주는 것. 단지 그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인 장사도 하루 이틀이다. 지인만 동원해서 장사를 이어나가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지인장사만으로는 결코 1년을 버티지 못한다. 지인장사는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할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라 생각한다.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지인이 아닌 고객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고객과 사장의 관계는 가게를 찾아와 주는 지인보다, 투명한 것처럼 느껴진다.


 반면에 지인과의 관계는 예전 관계부터 시작해, 오픈전부터 여러 가지 얽히고설킨 게 만다. 그러나 사장과 손님의 관계는, 손님이 이곳에 첫발을 디딘 그 순간부터 시작이기에, 사장의 철학과 음식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나 역시 사업을 준비하는 단계지만, 한 권의 책을 집필하며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300페이지가량의 원고를 작성하고, 출판사와의 계약을 통해 세상 밖으로 한 권의 책을 공개했을 때, 아무도 읽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제 막 책을 출간한 신인작가였기에 어디 설 수 있는 자리가 없었다.


 '열아홉의 에세이'라는 책을 주변 지인들만 접할 수 있었기에, 책이 어떤지 객관적으로 평가를 받고 싶어도, 평가를 받지 못했다.


 앞서 말했듯 지인이 달아주는 리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라는 사람이 누군지 알려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더불어 나를 알렸을 때, 고객 혹은 독자가 실망하지 않도록, 열었을 때 물건이 잘 들어 있어야 함을 알 수 있었다.


 모든 관계에는 목적이 존재한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니, 관계는 지속 가능해진다. 아버지의 사업실패와 책 출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지인 장사를 통해 사업을 할 생각이면 처음부터 시작하면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지인장사는 유통기한이 뻔하게 보이는 장사를 하는 것과 같다.


 지인이 아닌, 고객들이 내가 만든 공간을 채워 주고, 고객과 마주하는 날이 조금 더 가까워지도록,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것을 계속해서 채워 가야 한다. 그것을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며 삶의 페이지를 열어야 함을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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