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는 현재 세 개의 진단명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자폐스펙트럼, 또 하나는 코핀시리스 증후군이라는 희귀 유전자 질환, 그리고 뇌전증 진단.
한국사회에서 F코드의 진단명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건, 그런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부모라면 절대 알지 못하는 극심한 고통을 수반한다. 심지어 하나도 아니고 세 개의 진단명을 가진 아이를 키우는 일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아이가 태어난 직후부터 발달이 느리다는 걸 인지하고 지금까지 수많은 과정 속에서 내가 겪어야 했던 그 감정, 창자가 끊어질 듯한 고통과 땅으로 꺼져버리고 싶을 만큼의 우울감은 내 삶을 망가뜨리고 우리 가족을 쓰러뜨리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러나 나는 그 고통과 우울감에서 벗어났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왜냐하면 여전히 한 번씩 그 고통 속에 발을 담그고 우울감에 빠질 때도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결국은 벗어날 거라는 것.
나는 내가 원하는 그곳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사랑스러운 내 아이 스텔라와 함께 나아가고 있다.
하루하루 마음을 다스리며 긍정적인 생각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낸다.
아낌없는 사랑과 칭찬, 스킨십을 퍼부어주며 아이와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 하루하루가 쌓여 미래의 어느 한 시점에서는 그곳에 도착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나는 그저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보내면 된다.
그 과정에서 감정의 기복이나 유쾌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하며 묵묵히 그 상황을 통과하고 나면, 다시 또 평온하고 행복한 하루가 찾아올 거라 믿는다.
이것이 나에겐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의 의미이다.
나의 중심을 잃지 않는 것.
어떤 방해물이 등장해도, 그저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리고 마침내, 나는 그곳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