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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문 Aug 20. 2023

마스크걸

관심과 사랑의 경계

웹툰을 보지 않아서 어떤(?) 느낌의 드라마인지 몰랐어요. 1회를 보고 나서 그만 볼까 생각했습니다. 자극적이고 비정상적인 인물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스러웠거든요.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의 서사를 따라가는 것만큼 재미없는 일도 없으니까요.


대개 정상적인 캐릭터가 한두 명은 나옵니다. 오징어게임과 더글로리가 매우 자극적임에도 공감이 갔던 이유는 주인공의 감정선이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 드라마는 뭐랄까, 병맛도 아니고 하드코어도 아니고 처음 보는 장르였어요. 특히 주인공인 김모미의 비정상적인 가치관을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럼에도 7회를 다 보게 된 이유는 평범한 회사원에서 살인자가 되어버린 김모미의 결말이 궁금했어요. 왜 그렇게까지 사랑받기를 갈구했는지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웹툰을 드라마로 만들면서 스토리가 줄어서인지 마지막 회를 보아도 사실 여전히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첫째, 모미의 어머니는 왜 딸에게 그토록 냉정하셨을까. 예뻐지고 싶은 욕망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무대, 조명, 사람들의 환효과 관심을 유난히 좋아하는 딸이 연예인이 되지 못했을 때 겪어야 할 마음의 상처가 걱정되어서였을까요? 아니면 정말 딸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을까요? 손녀딸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어머니를 보면 분명 딸과 손녀를 사랑하는 분이신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딸이어서 그렇게 매몰차게 밀어낸 건지 모르겠어요. 모미에게 조금만 다정하셨다면 어땠을까 삐뚤어진 모미의 가치관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둘째, 모미는 피해자일까요? 가해자일까요?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동경은 성장 과정에서 누구나 가지는 감정입니다. 모두 멋진 외모를 꿈꾸죠. 아름다워지고 싶은 마음도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니까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망을 마스크걸로 해소하려는 시도는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연예인을 동경하는 이유도 비슷하니까요. 문제는 모미의 몸매를 보려고 별풍선을 쏘아대는 사람들의 관심이 건강하지 않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사랑이 아니라 호기심의 대상이었겠죠. 쉽게 소비하고 쉽게 버리는.


모미는 얼굴만 예뻐지면 완벽해진다고 생각했어요. 거울을 볼 때마다 못생겼다며 속상해하면서 자신도 똑같이 남의 외모를 평가하고 비하하고 시기했죠. 외모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찾았다면 어땠을까.

유부남인 상사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고 착각하 모미도, 마스크걸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 사랑이라고 착각하 주호남도, 현실을 온전히 살지 못하는 공통점이 있어요.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지면 결국 문제가 생깁니다. 주호남이 마스크걸에게 집착하게 되고, 마스크걸은 주호남 같은 사람들의 관심을 사랑이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모미는 그토록 원하던 예쁜 얼굴을 가지게 되었지만, 얼굴을 드러낼 수 없는 살인자가 되어버렸습니다. 더 불행해지고 말았어요. 엄마와 딸까지 끔찍한 현실을 감당해야 하는 비극을 불어왔으니까요.




모미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 싶은 어린이였습니다.

자신도 사랑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했다면 좋았을 텐데.

아무리 예쁜 꽃도 언젠가는 시들어버립니다.

그래도 피어 있을 때는 제일 예뻤으면 하는 게 또 마음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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