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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셀러리 Feb 16. 2022

영화 골라주는 아주 사적인 시선 : 아주르와 아스마르

동화 속 아름다움과 순수함을 간직한 영화, 미셀 오슬로 2006

금발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아주르’와 짙은 검은 머리에 까만 눈을 가진 ‘아스마르’. 아주르의 유모이자 아스마르의 엄마인 다정한 ‘제난’에게서 형제처럼 함께 자란 두 소년은 같은 옛날이야기와  같은 자장가를 듣고, 같이 잠들며 유년시절을 함께 보낸다. 제난이 이 두 소년에게 늘 들려줬던 옛날이야기 속의 주인공 요정 ‘진’은 나쁜 사람의 마법에 걸려 누군가 그 마법을 풀어주길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모든 것에 경쟁심을 불태우던 두 소년은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면 서로 먼저 ‘진’을 구하겠노라고 다짐한다. 하지만 부잣집 도련님이었던 아주르는 아버지의 강요에 의해 아스마르와 강제로 헤어지게 되고, 그는 도시의 기숙학교로, 유모인 제난과 아스마르는 집에서 쫓겨나게 된다. 세월이 지난 후 청년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아주르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요정 ‘진’을 찾으러 길을 떠난다. 그 여정의 와중에서 제난과 아스마르를 다시 만나게 되고 둘은 합심하여 요정을 구하러 길을 떠난다.

영화는 동화 속 이야기처럼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공주의 아주 평범하고 단순한 플롯 속에 잊혔던 우리들 마음속의 뭔가를 일깨운다. 파란 눈의 백인 아기를 자신의 아들처럼 받아들이고 그를 위해 헌신하는 ‘제난’, 서로를 형제처럼 돌보며 아끼는 ‘아주르와 아스마르’, 자신의 운명을 탓하지 않으며 총명함과 지혜로 헤쳐나가는 현명한 ‘삼수 사바’ 공주, 의사이며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아낌없는 지원과 도움을 주는 ‘현자 야도아’ 각 각의 캐릭터들은 영화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마음을 나누고 깊은 의미와 상징을 만들어 낸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원색의 색채와 동, 서양의 조화로 이뤄낸 다양한 문화를 판타지 애니메이션의 장르로 가둬버리기엔 너무나 아름답고 예쁜 모습들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자기의 일처럼 위하며 그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계속 보고 있으면 보는 우리들 마음까지 따스함이 느껴질 것이다.

마지막 장면. 이국적인 음악에 맞춰 서로가 서로를 마주 보며 원을 그리고, 인사하는 모습에서, 다 같이 흥겹게 춤추는 장면에서 흑백의 갈등도, 문화적인 다름도, 존중과 배려로 조화를 이룰 수 있음을 깨달았다. 문화의 소통, 차이와 다름에 대한 관용을 이렇게 원색의 아름다움에 눈을 빼앗길 정도로 표현하다니.. 과연 애니메이션의 장인 ‘미셸 오슬로’ 답다. 감독은 처음으로 3D를 사용하여 영화를 완성했다고 한다.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3D를 선택한 감독을 통해 우리는 세밀하고도, 우아한 애니메이션의 고운 결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영화는 황홀한 색채와 빛으로 잊히지 않을 미의 잔상을 남기며 우리들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영화가 주는 커다란 철학적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풍부한 시각적 색채만으로도 두 시간 동안 환상의 나라로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그 여행의 길목에서 내 주변은 어떤지, 나 자신은 어떤지 한 번쯤 되돌아보게 된다. 추운 겨울날. 따스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듣고 싶은 분들이라면 꼭 보시길 추천한다.


Written by concub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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