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KBO 리그’ 뉴미디어 중계권자로 확정됐다. 티빙은 야구 콘텐츠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독보적인 제작, 유통 역량을 총동원해 한층 더 강화된 KBO 리그 뉴미디어 중계에 나설 계획이다. 티빙은 한국야구위원회(KBO)와 2024~2026년 KBO 리그 유무선 중계권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지상파 3사의 중계와는 별도로 티빙은 뉴미디어 분야 시범경기·정규시즌·포스트시즌·올스타전 등 KBO 리그 전 경기와 주요 행사의 국내 유무선 생중계·하이라이트·VOD 스트리밍·재판매 할 수 있는 사업 권리를 2026년까지 보유한다(서울경제, 2024. 3. 4).
쿠팡플레이는 2025년부터 아시아축구연맹이 주관하는 국가대표 및 클럽 경기까지 독점으로 중계한다. 올림픽의 경우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는 지상파에서 시청할 수 있지만 2026년 밀라노 동계올림픽, 2028년 LA 올림픽, 2032년 브리즈번 하계올림픽을 유료 방송 미가입자들이 볼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다. 중계권을 지상파가 아닌 JTBC가 확보했기 때문이다(연합뉴스, 2024. 5. 12).
사회 영향력이 강한 미디어 시장은 규제의 영역이었고, 정부와 사업자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미디어 시장은 과거와 다르게 이용자가 이끌어가는 산업이 되었다. 이용자에게 외면받는 미디어 서비스는 시장에서 도태되고, 이용자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미디어 서비스는 개인화된 미디어 기기를 중심으로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방송 중심의 미디어 시장을 통신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하였고,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이하, OTT) 시장 활성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OTT 아성도 차츰 한계를 보이고 있다. 광고와 결합하지 않고 구독료만으로 혁신적 미디어 서비스를 시행했던 넷플릭스 중심의 OTT 시장은 성장의 한계로 광고 요금제를 도입했고, 앞서 제시한 사례처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시작했다. 오리지널콘텐츠로 경쟁하던 OTT는 여러 유관회사들과 M&A를 진행하여 투자 대비 수익 창출이 큰 영역의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오리지널콘텐츠 제작 편수는 급격히 줄었으며,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 제작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대신 실시간 스포츠 중계, 이미 성공한 콘텐츠의 반복적 서비스 등 경제적 부담은 적고 이미 검증된 콘텐츠의 제공 방식으로 사업의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OTT가 미디어 시장의 중심이 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SVOD(Subscription VOD) 시장은 넷플릭스의 독주 영역이 되었으며, 다른 형태의 OTT인 유튜브가 유일한 대항마일 정도였다. 그러나 현재 SVOD 시장은 다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OTT 서비스가 혁신적이지 않고, 이용자들이 상승하는 구독료에 부담을 느끼는 것에 있다. OTT 서비스 초기에는 광고의 영역과 분리된 혁신적 서비스에 이용자들이 매력을 느꼈지만, 구독 서비스에 익숙해지고, 이용 요금도 점차 상승하여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는 한 달 구독하는 요금을 정해놓고 예산안에서 다양한 OTT 구독 서비스를 선택적으로 이용하는 소비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매달 정기적인 구독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구독 목록을 바꾸는 형태인 것이다. OTT의 어려움을 증명하듯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들은 앞다투어 광고 요금제 도입을 시행했고, 사업 영역을 VOD에서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광고 요금제 도입은 OTT에게 새로운 수입을 창출해 주겠지만 더 이상 OTT가 다른 미디어 영역과 차별화된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OTT의 등장으로 방송은 매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VOD 시장을 제외한 실시간 영역은 여전히 기존의 방송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OTT 시장은 초기 세계적인 성공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하였으나 점차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며 전략을 변경하고 있다.
OTT가 공격적 투자를 할 때는 기존 콘텐츠 시장에서 보기 어려운 ‘여성’, ‘유색인종’, ‘퀴어’ 등을 중심으로 하는 콘텐츠를 시도하여 인기를 견인하였으나, 광고 요금제 도입으로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불확실성을 줄이는 기존 미디어 시장의 서비스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형태로 회귀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1월 세계 최대 프로레슬링 단체 WWE(월드 레슬링 엔터테인먼트)의 인기 프로그램 ‘RAW’의 10년 독점 중계권 따냈으며, 디즈니플러스 산하 방송국도 라이브 방송의 여건을 갖춰가고 있다. 국내 OTT도 축구 중계, 야구 중계 등 실시간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OTT가 실시간 영역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며, 특히 스포츠 중계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선택한 것이다.
한편, 이렇게 OTT가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미디어 산업에서는 OTT 다음 세대 서비스는 무엇일지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용자들이 더 이상 광고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고 느낀 시장은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에 주목하고 있다. FAST는 광고를 기반으로 한 스트리밍 TV 서비스를 말하며, 기존의 방송사가 아닌 TV 제조사에서 광고를 기반으로 다양한 무료 영상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것을 말한다.
FAST라는 서비스는 아직 일반적으로는 낯설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삼성, LG의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New ID 등에서 플랫폼 큐레이션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Roku의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파라마운트, FOX 등이 FAST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국내 FAST는 삼성, LG 스마트 TV를 사용하고 있다면 누구나 접속할 수 있다. 특별한 기기 조작이나 가입 없이 스마트 TV에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으며, 채널만 넘기면 볼 수 있다. 따라서 시청자들은 유료 방송의 다채널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다고 인식할 수 있다. 물론 아직 콘텐츠의 다양성이 부족하고, 광고의 노출에 대한 규칙이 없어 혼란스럽게 보일 수 있지만 추후에 이런 것들이 정비되면 유료 방송 시장의 대체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많다.
유료 방송은 비용을 지불하고 가입해야 하지만 FAST는 광고를 보게 되면 무료로 콘텐츠를 서비스 받는다는 측면에서 이용자들에게 더 합리적인 서비스 일 수 있다. 특히 국내 자본력 상위권인 TV제조사들이 FAST 시장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의 자금력 확보, 스포츠 중계권 구입 등에서 미디어 기업보다 우위에 있을 수 있다. 물론 당장 삼성과 LG가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지는 않겠지만 두 기업이 세계적인 스포츠 경기대회 후원을 거의 매번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실시간 스포츠 중계에도 관심을 보일 수 있다.
이렇게 미디어 시장은 벌써 OTT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다. 따라서 OTT도 새로운 영역으로 이동을 준비하고 있으며 실시간 스포츠 중계가 하나의 추진 모델이 되고 있다. 스포츠 중계는 다른 콘텐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작비나 공개 일정이 바뀔 염려가 적고,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높다는 측면에서 사업적으로 안정적인 분야다. 특히 중계권만 구입하게 되면 특별한 기획이나 연출을 하지 않아도 극적인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초기 투자비용을 지불할 만하다. 흥행이 불투명한 오리지널콘텐츠에 엄청난 비용을 지급하는 것보다는 안정적 시청자가 확보된 스포츠 독점 중계가 훨씬 사업적 이득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사업자의 움직임은 이용자들의 미디어 이용 패턴 변화에서 기인한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 접근을 신중하게 결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콘텐츠의 재미 유무를 모르는 상태에서 본인의 시간을 투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차라리 유튜브 등을 통해 과거 유행했던 시트콤이나 예능 프로그램을 찾아 반복적으로 시청하는 것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검증되지 않은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가지 않는 행태와도 연결된다. 따라서 OTT의 입장에서 새로운 오리지널콘텐츠를 런칭하여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다각적 측면에서 OTT는 실시간 스포츠 시장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미디어 영역의 변화는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자주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미디어 제도나 정책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OTT는 비용을 지불하고 보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공적 영역을 확보해 주기 어렵다. 앞으로 사회는 어떤 형태로든 정보, 미디어 디바이스 접근 등에 격차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예전에는 이것을 방송이 해주었지만 앞으로 지배적인 미디어 서비스가 유료 영역인 통신에서 이루어진다면 방송이 사회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특히, 스포츠 중계의 경우, 전통적 방송에서는 보편적 시청권으로 보호하고 있었지만 앞으로 OTT가 이 분야에 진출하면서 비용을 지불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국민 관심 행사나 세계적 스포츠 중계에서 배제될 수 있다. 따라서 보편적 시청권 제도 목적을 재정립하여 국민 관심 행사는 무엇인지, 무료 시청 범위(꼭 무료로 보아야 하는 행사)와 실질적 시청 가능 범위(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시청 가능한 범위) 등에 대해 복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방송법 시행령[별표 2의 2]을 보더라도 보편적 방송 수단의 확보 여부 판단은 레거시 미디어만 고려하게 되어 있어 현재 미디어 시장에는 전혀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레거시 미디어 외의 방송 수단을 확장하여 OTT까지 포함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최근 야구 중계에서 논란이 되었던 중계방송의 질적인 부분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오랫동안 스포츠 중계를 진행해 온 방송사와 달리 OTT 사업자는 중계방송 노하우가 적을 수밖에 없다. 스포츠는 기획과 연출에 의해 내용이 구성되는 콘텐츠는 아니지만 각 종목별 규칙이나 용어 등을 잘 숙지하고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준비 없이 스포츠 독점 중계가 이루어진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시청자들일 수 있기 때문에 사업 영역에서는 중계가 적절한 수준으로 송출될 수 있도록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OTT의 실시간 스포츠 독점 중계는 미디어 변화의 아주 작은 부분일 것이다. 앞으로 기존 레거시 미디어인 방송, 유료 방송, 새로운 미디어 영역인 OTT, 더 나아가서는 FAST와 Next OTT까지도 각자의 사업적 위치에서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시도할 것이고, 지속적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사업의 혁신 속에서 정부는 정책이나 제도를 통해 안정적 산업 유지를 위한 방향성을 확립해야 하고, 이용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장치 마련을 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규제하고, 사업자는 이를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상생과 협력을 통해 변화된 환경에서 존속하는 미디어 시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KISO저널https://journal.kiso.or.kr/ 제55호 <이용자섹션>에 실린 박성순 배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의 글(Next 오리지널 콘텐츠, 실시간 스포츠 | KISO저널)을 재인용했습니다.
글 박성순
배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발행 KISO저널 제5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