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플랫폼이 급속히 성장함에 따라 글로벌 경제와 개별 사용자, 그리고 더 넓은 사회적 측면에서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에 대한 규제가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디지털플랫폼이라는 용어는 비교적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다. 전통적인 용어로는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Online Service Provider, OSP) 또는 한국적으로는 ‘인터넷 포털’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이 용어는 주로 인터넷 기본 온라인 서비스(예: 이메일, 웹 호스팅, 통합된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반면, 디지털 플랫폼은 다양한 서비스와 상호작용을 중개하고 사용자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 및 분석하여 활용하는데 보다 강조점이 있다. 즉, ‘플랫폼’이라는 용어가 갖는 ‘중개적 속성’에 보다 무게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디지털 플랫폼이란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 제공자, 그리고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을 중개하고 촉진하는 기술 기반의 서비스라고 정의할 수 있다(EC, 2020). 이들은 주로 검색 엔진(예: 구글), 소셜 미디어(예: 페이스북), 전자 상거래(예: 아마존), 앱 스토어(예: 애플 앱스토어), 콘텐츠 스트리밍(예: 넷플릭스)과 같은 형태로 존재한다. 이러한 플랫폼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하여 개인화된 경험과 타깃 광고를 제공한다.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유형 분류는 유럽연합의 규제 프레임워크에 담겨있다.
디지털플랫폼의 유형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매우 다양한 중개 관계가 형성되어 있으며 그에 따른 이해관계와 권리문제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웹2.0으로 대변되는 디지털플랫폼 초기 생성기인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디지털플랫폼은 혁신의 상징으로 간주되었고, 당시 규제는 인터넷 접근성 확대와 기술 혁신 촉진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플랫폼의 경제적 영향력이 두드러지면서 독점적 지위와 시장 지배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반독점 조사와 규제 강화로 이어졌다(Crawford, 2021).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도 높아져, 대규모 데이터 유출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규제 당국은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2018년 유럽연합의 GDPR 도입은 이러한 변화를 대표하는 사건으로,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보호 규제의 표준이 되었다(Bevir & Bowman, 2022). 디지털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졌으며, 잘못된 정보 확산과 혐오 발언, 사이버 괴롭힘 등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었다(Flew et al., 2019). 최근 몇 년간 디지털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더욱 포괄적으로 변모해서, 유럽연합의 디지털 서비스법(DSA)과 디지털 시장법(DMA), 그리고 인공지능법(AI 법) 등은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과 콘텐츠 관리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 미국에서도 주요 기술 기업에 대한 반독점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디지털플랫폼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플랫폼에 대한 자율규제가 중요한 수단으로 강조되고 있다. 유럽연합과 미국의 규제 사례에서도 자율규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의 디지털 서비스법(DSA)과 디지털 시장법(DMA)은 플랫폼의 자율적인 규제 노력과 투명성을 강조하며, 플랫폼이 자발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 또한 기술 기업들이 자율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사용자 보호와 데이터 투명성을 확보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이는 법적 사전 규제보다는 플랫폼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플랫폼이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결론적으로, 디지털 플랫폼 규제 목소리가 커질수록 자율규제가 중요한 접근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자율규제가 기술 환경에 대한 혁신성과 적응성을 유지하면서도, 사회적 책임과 공익을 보호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독특한 플랫폼 경쟁 환경을 고려할 때, 자율규제는 국내 플랫폼 산업의 발전과 혁신을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디지털플랫폼의 자율규제는 중요한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디지털플랫폼은 다양한 서비스와 상품을 포함하고 있어 시장의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어렵다. 이는 전통적인 규제 접근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자율규제를 통해 보다 유연하고 실질적인 규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디지털플랫폼의 복잡한 생태계와 다층적 구조는 시장획정을 복잡하게 만들며, 자율규제는 이러한 복잡성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Finck, 2018).
자율규제는 디지털플랫폼이 기술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즉각적으로 모색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성과 적응성을 제공한다(Bevir & Bowman, 2022). 전통적인 법적 프레임워크는 유연하지 않아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 자율규제는 플랫폼이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 모델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Finck, 2018).
디지털플랫폼은 자신들의 서비스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위험 요소를 식별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다. 이러한 전문 지식은 외부 규제 기관보다 더 실효성 있는 규제 메커니즘을 만들어 낼 수 있다(Cusumano, Gawer, & Yoffie, 2019).
또한, 디지털플랫폼은 해당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 리스크를 줄여 플랫폼이 다양한 해결책을 실험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에 있어 자율규제를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다양한 이해 관계자 이익 균형을 이루는 데 있어, 자율규제는 보다 효과적이다. 개별 플랫폼에 참여하는 이용자, 광고주, 정책 입안자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자 관계에 맞추어 이익을 균형 있게 조정하는 데는 대화적 관점과 조정적 수단이 도움이 된다.(Meier, 2020).
최근 유럽연합의 규제모델은 자율규제와 정부 감독을 결합한 혼합 규제 모델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플랫폼이 초기 지침을 개발하고, 정부가 이를 승인하고 주기적으로 검토하는 공동 규제 프레임워크가 대표적이다(Flew, Martin, & Suzor, 2019).
한국의 디지털플랫폼 규제는 그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더욱 복잡하고 다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글로벌 사업자와 플랫폼 경쟁 환경을 갖추고 있어서 유럽연합의 ‘디지털 패권’ 기반의 규제 프레임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2017년 이전에는 플랫폼 규제 논의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전통적인 ‘인터넷 포털’ 규제 논의가 내용규제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디지털플랫폼은 거래 영역에 더 많은 비중이 두어져 있는데, 당시 문재인 정부는 기업 규제 강화 기조 속에서도 플랫폼과 같은 혁신 부문에 대해서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허가 등 진흥 및 규제 완화 정책을 주로 시행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를 중심으로 플랫폼 규제 논의가 본격화됐다. 특히 공정위의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이하 플랫폼 이용자보호법)가 각각 추진됐다. 온플법은 플랫폼의 거래상 지위 남용을 규제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과 방통위와의 관할권 갈등으로 논란이 됐다. 이 시기에는 플랫폼의 경제적 지배력과 독점적 관행에 대한 우려, 부가통신사업자 중 영향력 있는 사업자에 대한 별도 규제 등이 공정 거래와 이용자 및 소비자 보호와 맞물려 규제강화 경향을 보였다.
2022년 이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디지털플랫폼 자율규제가 국정과제로 설정됐다. 온플법 추진이 유보되고, 대신 플랫폼 민간자율기구(이하 민간자율기구)가 출범하여 자율규제 방안을 모색하게 됐다. 그러나 2022년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독과점 문제가 다시 부각됐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가칭)플랫폼경쟁 촉진법안(이하 경촉법)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자율규제와 사전 규제 간의 갈등이 다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당시 자율규제를 디지털플랫폼 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운 것은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매우 고무적인 접근이었다.
플랫폼 민간자율기구는 플랫폼 시장의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22년 8월 19일에 출범했다. 이 기구는 플랫폼 사업자, 중소기업, 소비자 단체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플랫폼 생태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자율기구는 네 개의 분과로 나뉘어 활동했으며, 각 분과는 오픈마켓, 소비자 이용자 보호, 데이터 및 인공지능, 혁신공유 거버넌스에 대한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했다.
주요 분과별 성과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1분과인 갑을분과에서는 오픈마켓 분야의 자율규제에 초점을 맞추어 입점업체와의 거래관행 개선, 분쟁처리 절차, 상생 방안 등을 다뤘다. 입점업체와의 계약서 작성 시 필수 기재 사항을 명확히 하고, 계약 해지 시 사전 통지 의무 등을 강화했다. 또한, 입점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수수료 우대 정책 확대, 신규 판매자 지원 프로그램 등이 마련됐다. 이를 통해 입점업체와의 공정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고, 상생 협력을 촉진하는 데 기여했다.
둘째, 2분과인 소비자 이용자 분과에서는 사기 쇼핑몰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신속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협력해 소비자 피해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오픈마켓에 통보하여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신뢰할 수 있는 온라인 거래 환경을 조성했다.
셋째, 3분과인 데이터 분과는 플랫폼의 검색 추천 서비스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자율규제 원칙을 마련했다. 검색 노출 순서의 결정 기준을 공개하고, 이용자가 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또한, 이용자의 설명 요구에 성실히 답변하고, 주기적으로 검색 노출 기준의 적절성을 점검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데이터 처리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용자 신뢰를 증진했다.
넷째, 4분과인 혁신공유 거버넌스 분과는 플랫폼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천 원칙을 수립했다. 주요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를 준수하기 위해 각자의 사회적 가치 제고 활동을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을 확대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플랫폼 민간자율기구의 활동은 자율규제가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규제에 대한 인식 전환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기구는 자율규제기구의 일반적 구조인 규약체계나 참여주체의 자발적 동의의 부재, 논의 의제의 선정 및 우선순위 설정 등의 의사결정 거버넌스의 부족, 정부와 사업자의 역할 구분 등 규범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기구의 거버넌스상 구조는 ‘임의적 회의체계’ 또는 ‘사회적 대화체계’에 보다 가깝다. 플랫폼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대화기구’의 성격이 강하다보니 입점업체 수수료 이슈 등 계약 영역이 중요 의제로 설정되는 등 일반적인 자율규제의 역할과 다른 논의 구조를 보였다.
또 다른 문제는 4개 분과에 참여하는 정부부처와 기업, 이해관계자들이 다른 상황에서 전체 의제를 조율하는 총괄 위원회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정부 영역에서는 부처간 협의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했고, 사업자 영역에서는 개별 분과간 중복 참여, 참여방식이나 논의 구조의 상이함, 논의의제의 주제별 우선순위 설정방식의 차이 등이 나타나기도 했다.
무엇보다 공정위가 (가칭)플랫폼 경쟁촉진법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자율규제기조에 대한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고, 부처간 입장도 차이가 나는 등 전반적으로 정책 일관성에 문제가 발생했다.
따라서 디지털플랫폼의 자율규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첫째, 디지털플랫폼 자율규제 우선 원칙의 재확인이 필요하다. 한국적 상황에서 과도한 사전 입법규제는 디지털플랫폼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자생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 그 결과로 플랫폼 기반 내수 가치사슬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 우려된다. 많은 입법안들이 이용자나 이용사업자의 후생을 목적으로 플랫폼을 규제하지만, 실제 자국 플랫폼의 약화는 새로운 비지니스 및 사회적 가치 창출의 기회를 좁힐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범 부처 차원에서 자율규제 우선원칙의 공유가 요구되며 부처간 협업도 필요하다.
둘째, 플랫폼 민간자율기구의 출범 이후 개별 사업자 및 협회 단위의 다양한 자율규제 기구 또는 회의체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기구들은 개별 디지털플랫폼 사업영역에서 발생하는 이해관계 및 권리 상충을 조정하기 위함이지만, 규약체계 미비나 참여 사업자의 지속가능한 지원체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보여주기식 성과에 불과할 수 있다.
조급하게 자율규제 성과를 보이려 하지말고, 자율규제의 목적을 명확히 설정하고 기업과 산업차원의 자율규제 수요를 파악하며, 기존의 자율규제 기구와의 관계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KISO와 같이 협력적 자율규제기구가 성공적으로 안착된 사례를 잘 벤치마킹하고 공동 협력도 도모해야 한다.
셋째, 제22대 국회에서는 디지털플랫폼과 관련한 입법에 있어 그 영향성을 충분히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과잉입법을 지양하고 규제 만능주의적 사고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이용자나 이용사업자의 권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양면 또는 다면시장으로 플랫폼의 특성을 이해하고 각각의 시장참여자들의 이익이 플랫폼의 내부적 조율을 통해 이루어질 때 지속가능한 경제 및 사회적 가치활동이 구현된다는 점을 인식하기 바란다.
* Bevir, M., & Bowman, Q. (2022). Digital Governance: Rethinking Regulation for the Digital Age. Oxford University Press.
* Crawford, S. (2021). The Antitrust Paradigm: Restoring a Competitive Economy. Harvard University Press.
* European Commission. (2020). Proposal for a regulation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n a single market for digital services (Digital Services Act) and amending Directive 2000/31/EC. Retrieved from https://eur-lex.europa.eu/legal-content/EN/TXT/?uri=CELEX%3A52020PC0825
* Finck, M. (2018). Blockchain Regulation and Governance in Europe. Cambridge University Press.
* Flew, T., et al. (2019). Understanding Digital Media: A User’s Guide. Oxford University Press.
Gritsenko, D., & Wood, M. (2022). Digital Platforms and Democracy: An Interdisciplinary Approach. Routledge..
* 김현경 (2024). 한국의 디지털 플랫폼 규제추진에 대한 비판과 대안. 법조, 73(1), 248-282.
※ 이 글은 KISO저널https://journal.kiso.or.kr/ 제55호 <기획동향> 에 실린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의 글(https://journal.kiso.or.kr/?p=12794)을 재인용했습니다.
글 황용석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KISO 정책위원
발행 KISO저널 제5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