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2022년 말 이후 생성형 인공지능이 등장함에 따라, 해당 기술과 관련된 산업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발전 과정에서 지식재산권과 관련한 법적인 논란이 계속해서 제기되고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생성형 인공지능과 관련한 2건의 각기 다른 저작권 침해 사건에 대해 법원의 1심 판결이 내려졌고, 두 사건 모두 전 세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표1. 중국에는 현재 4건의 인공지능 관련 저작권 판결이 있음(2024. 4. 25일 기준)
출처: 황선영,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 창작물에 대한 법원 판결 분석과 저작권 쟁점 검토, 산업재산권, 제77권, 2024.
중국에서는 기술과 관련된 법제도의 발전에 있어서, 산업 규제를 위한 법률을 우선 제정하기보다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기술 발전에 따라 규제 정책을 제정하는 방식을 주로 채택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중국은 2023년 8월 15일부터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관리 잠행방법(生成式人工智能服务管理暂行办法)」을 시행하고 있다. 해당 잠행방법은 생성형 인공지능 창작물에 대한 출처표시 의무뿐만 아니라 위법사항에 대한 법적 책임도 규정하고 있다. 이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작년 말부터 생성형 인공지능이 창작한 콘텐츠의 표시 의무 법안 및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마련되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대응은 매우 빠르다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과 관련한 중국 법원 판결 중 이 글에서는 2024년 8월 광저우 인터넷 법원의 울트라맨 이미지 저작권 침해사건의 사실관계와 법원의 쟁점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그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해당 판결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 창작물의 저작권 침해뿐만 아니라 이를 제공한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제공자에게도 저작권 침해 책임에 대한 의무를 부과하였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2. 사실관계1
2019년 상하이신창화문화발전유한공사(上海新创华文化发展有限公司, 원고)는 울트라맨 시리즈의 저작권자인 츠부라야 프로덕션(Tsuburaya)으로부터 중국 내에서 울트라맨 시리즈 이미지의 독점적 이용허락을 획득하였다. 이후, 2019년 12월 말, 원고는 AI공사(가명, 피고)가 운영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생성형 플랫폼인 TAB 웹사이트에서 울트라맨 이미지를 생성해달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울트라맨 이미지와 실질적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이미지가 생성되어 서비스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울트라맨 저작물의 복제권, 개편권2 및 정보네트워크전송권3 을 침해했다는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피고의 침해행위 중단, 울트라맨 관련 데이터 삭제 및 유사 이미지 생성 금지 조치, 침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 침해행위 방지를 위해 지급한 비용 부담 등을 법원에 청구하였다. 2024년 2월 8일 중국 광저우 인터넷 법원은 피고가 울트라맨 이미지의 복제권 및 개편권을 침해했으며, 합리적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1만 위안(한화 약 185만 원)을 배상할 것을 판결했다.
3. 쟁점 및 법원의 판단
가. 복제권, 개편권, 정보네트워크전송권 침해 여부
법원은 원고의 ‘울트라맨’ 이미지가 독창성을 갖춘 미술저작물로,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고의 TAB 웹사이트에서 생성된 이미지 10건을 원고의 저작물과 대비를 통해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했다. 피고가 생성한 이미지는 원고 저작물의 독창적인 표현을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복제한 것으로, 피고가 원고의 복제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고의 웹사이트에서 생성된 일부 이미지는 원래 울트라맨의 독창적인 표현을 유지하면서 다른 이미지와 결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한 것으로, 이는 이 사건 울트라맨 저작물의 개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피고가 정보네트워크전송권을 침해했는지 여부에 대해 권리자나 공공의 이익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이미 복제권 및 개편권 침해가 성립됐기 때문에 이는 침해행위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여 판단하지 않는다고 설시했다.
표2. 출처: 广州互联网法院(2024)粤0192民初113号나. 피고의 법적 책임
법원은 「생성형인공지능서비스관리잠행방법」(이하 ‘잠행방법’) 제22조에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제공자란,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는(프로그래밍 가능한 인터페이스 등의 방식을 제공함으로써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포함) 조직, 개인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피고는 제3자 서비스 사업자의 시스템에 접속해 이용자들에게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로, 피고는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제공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① 침해행위 중지
법원은 잠행방법 제14조에 근거하여 피고가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제공자로서 불법적인 콘텐츠를 발견하면 이를 중단할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TAB 웹사이트에 ‘울트라맨’과 관련된 다른 검색어를 입력하면 여전히 실질적으로 유사한 이미지가 생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법원은 피고가 추가적인 기술적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러한 조치는 사용자가 울트라맨 관련 검색어를 사용할 경우 해당 울트라맨 저작물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이미지가 생성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하였다.
② 손해배상
법원은 피고의 손해배상 여부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은 피고의 과실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피고가 운영한 웹사이트에는 저작권 침해 발생 시의 신고 메커니즘이 부재했고, 이용자에게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고지하는 표시가 없다. 또한, 인공지능 산출물임을 표시해야 하는 표시 의무를 위반하였다. 이에 따라 법원은 피고가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합리적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하고, 저작권법 제54조 제1, 2, 3항에 따라 1만 위안을 배상할 것을 명령하였다.
(1) 민원 및 고발 메커니즘의 부재
잠행방법 제15조에 따르면 피고가 운영하는 TAB 웹사이트에는 민원 신고 메커니즘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권리자가 민원 신고 메커니즘을 통해 저작권을 보호하는 것이 어렵다.
(2) 잠재적 위험 표시의 부재
잠행방법 제4조 제3항 및 제5항에 따르면, 피고는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제공자로서 이용자에게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서비스 계약서 등의 형태로 고지하지 않았다. 법원은 특히 이러한 의무와 관련하여 일반적인 네트워크 서비스와는 현저히 달리 이용자들이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이용할 때 타인, 특히 저작권자에 의한 저작권 침해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부족하므로 서비스 제공자는 이를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3) 생성형 인공지능 산출물에 대한 표시 부재
잠행방법 제12조 및 「인터넷 정보서비스의 심층합성 관리규정(互联网信息服务深度合成管理规定)」 제17조 제5항에 따르면, 인공지능 산출물에 대해 인공지능을 이용해 생성됐음을 알리는 표시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 사건에서 피고는 생성된 이미지에 대한 표시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법원은 표시의무는 대중의 알 권리를 존중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권리자에 대한 보호 의무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4. 시사점
울트라맨 판결은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생성물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고,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제공자에게도 저작권 침해 책임을 부담토록 한 첫 사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 판결에서 법원은 정보네트워크전송권 침해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고,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제공자가 울트라맨 이미지를 직접 생성했는지 여부를 고려하지 않았으며 복제권 및 개편권의 직접 침해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판단도 하지 않고, 잠행방법에 따라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제공자인 피고가 합리적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과실을 사유로 저작권 침해 책임을 부담하도록 한 결정은 저작권법 체계를 고려할 때 논리적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1심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중국의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 이후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으며, 미·중 기술 경쟁으로 인해 인공지능과 관련된 분야의 발전을 강조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판결이 생성형 인공지능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는 너무 성급한 판단일 수 있다. 중국은 오히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의 빠른 발전과 함께 생성형 인공지능 생태계가 마련되는 단계에서 여러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관리 잠행방법」을 신속히 제정하고, 이를 토대로 저작권 침해 책임을 부과하는 등 사회적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해결 방식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울트라맨 사건 이외에도 2023년 중국 베이징 인터넷법원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창작한 창작물을 보호하는 판결을 해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중국 법원은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 속에서 인간이 창작의 주체가 되어야 함을 분명히 하면서도 인공지능 창작을 위한 도구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저작권 관련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중국 법원의 생성형 인공지능 관련 저작권 판결은 미국이나 여타 다른 국가와는 접근 방식이 다를 수 있지만, 이러한 태도를 배척하기보다는 향후 국내 관련 정책 결정에 참고할 가치는 있다고 판단된다.
각주
1. 广州互联网法院(2024)粤0192民初113号 [본문으로]
2. 중국어 원문은 改编权이며, 우리나라 저작권법상 2차적저작물작성권과 유사한 저작재산권 [본문으로]
3. 중국어 원문은 信息网络传播权이며, 우리나라 저작권법상 전송권과 유사한 저작재산권 [본문으로]
※ 이 글은 KISO저널https://journal.kiso.or.kr/ 제55호 <법제동향>에 실린 황선영 부산대 지식재산전문인력양성사업단 교수의 글(https://journal.kiso.or.kr/?p=12783)을 재인용했습니다.
글 황선영
부산대학교 지식재산전문인력양성사업단 교수
발행 KISO저널 제5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