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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롱이 Nov 03. 2021

고대 그리스 연극

기원전 500년 경 그리스

기록으로 남겨진 가장 오래된 연극은 고대 그리스에 있다. 디오니소스 축제의 '대 디오니시아'에서는 3명의 비극작가가 각각 3편의 비극과 1편의 사티로스극으로 경쟁했다. 그리스 신화와 전설의 내용이 주를 이루었고, 후원에 의해 만들어지는 비상업 연극이었다.

사티로스극 : 비극에 이어지는 공연으로 비극을 조롱하는 막간극 형식의 희극이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인 사티로스가 코러스로 등장하여 펼치는 익살스러운 촌극이다. 에우리피데스의 <싸이클롭스>가 있다.


1. 그리스 연극의 특징


가. 코러스(Chorus)

그리스 연극의 가장 큰 특징은 코러스의 등장이다. 똑같은 옷과 가면을 한 남자들이, 함께 움직이고 노래하며 대사를 한다. 코러스는 극장의 물리적인 배치이자 하나의 극 행위로 간주되어 극적 효과를 상승시켰다. 소포클레스는 15명, 아이스킬로스는 12명으로 구성된 코러스를 사용했다고 한다.

코러스는 주인공과 관객에게 말을 거는 배우의 역할을 하였다. 그들의 의견에는 명확한 윤리적, 도덕적 잣대가 있었는데, 이는 관객의 관극 태도를 제시하는 것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극의 분위기와 감정을 고조시킴으로써 극적 사건을 진전시켰는데, 주인공의 행동에 따라 이에 어울리는 노래, 춤, 대형의 변화를 주었다. 코러스는 소수의 배우가 출연하는 그리스 연극의 단조로움을 보완해주는 중요한 기능을 하였다.


나. 삼일치 법칙

삼일치 법칙이란 시간, 장소, 사건의 일치를 의미한다. 그리스 연극은 보통 하루 이내(시간)에 한 장소(장소)에서 벌어지는 단일한 플롯(사건)의 법칙을 지키며 만들어졌다. 이후 신고전주의에 들어와 명확한 개념으로 정립되었지만, 초기 그리스 연극에서부터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다. 가면과 연기

연기는 가면을 쓴 남자 배우에 의한 1인 다역으로 진행됐다. 운문 대사를 읊는 것과 같은 사실적이지 않은 양식적인 연기를 하였다. 그리스 비극 경연의 최초 우승자인 테스피스의 이름을 따, '테스피안'이라는 말은 이후 배우를 가리키는 용어가 되었다. 

그리스 연극에서부터 영향을 받은 용어에는 주인공을 가리키는 '프로타고니스트', 적대자를 가리키는 '안타고니스트', 대답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주연배우를 지칭하는 '히포크리테스', 선생님이라는 뜻으로 노래, 안무, 연기를 지도했던 연출가 '디다스칼로스', 코러스를 훈련시켰던 전문 훈련사인 '코로디다스칼로스'가 있다.

가면과 의상이 중요했던 이유는, 한 명의 배우가 여러 역할을 맡았고 외형으로 성별, 민족, 사회적 지위 등을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스 연극에서는 배우든 코러스든 모두 가면을 착용했으며, 비극의 가면은 자연스러운 반면 희극의 가면은 왜곡되고 과장된 표정으로 웃음을 유발했다.


2. 그리스 연극의 극장


가. 언덕을 이용한 노천 극장

기록된 최초의 극장인 '디오니소스 극장'은 아크로폴리스 아래의 언덕을 이용해 지어졌다. '언덕', '오케스트라', '파라도이'의 형식을 갖춘 '원형 무대'의 극장이었으며, 관객이 호를 그리며 배치되는 정면 무대이기도 했다. 배우들은 비재현적인 형태의 건축물 앞에서 공연하였고, 장면이 바뀌더라도 배경은 바뀌지 않았다.


'테아트론'은 관객이 공연을 보는 객석이고, '오케스트라'는 원형의 공연 공간, '시멜레'는 무대 중앙의 제단이었다. '파라도스'는 배우가 등, 퇴장하는 통로이고, '스케네'는 무대 뒤편의 배경이자 탈의실, 소품 창고 등의 역할을 했다.

'프로스케니온'은 오케스트라와 스케네 사이의 사각형 공간이었는데, 지금의 무대에 해당되는 공간이다. 마지막으로 '파라스케니아'는 스케네 양쪽의 날개로, 궁궐 양식의 무늬가 박힌 건물이었다.



나. 원시적 형태의 무대 장치

'스케네'는 무대 뒤편의 핵심적인 배경 장치였고, '피나케'는 평판 위에 작화를 한 평면 장치였다. '파나카스'는 스케네에 부착한 채색된 판넬로, 공연 중 다른 판넬로 교체되기도 했다. '페리악토이'는 프리즘처럼 회전하면서 작화된 무대 배경을 보여주는 삼면 무대장치였다.

'에키클레마'는 잔인한 장면이 행해진 스케네 뒤에서 죽은 시체를 무대 앞으로 옮길 때 사용한 움직이는 덧마루(수레)였는데, 그리스 연극은 잔인한 장면을 관객이 볼 수 없도록 무대 뒤에서 행했다.

'메카네'는 스케네 상층부에 숨겨진 크레인과 같은 장치로, 신이 하늘에서 내려오며 등장할 때 사용했다. 메카네는 이후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로 유명해졌는데, 오늘날에는 우연적이고 억지스러운 플롯(너무 억지스럽게 설정된 뻔한 결말)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용어가 되었다.


3. 그리스 연극의 작품


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운명은 오이디푸스가 태어나기 전부터 짜인 절대적인 것으로 바꿀 수 없는 필연이다. 그가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할수록 더욱 운명에 속박될 뿐이다. 그는 자신의 신탁을 미리 알았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지만, 언제나 최악의 상황에 처하고 만다. 그에게 운명은 더 이상 바꾸거나 피할 수 없는 영원한 감옥과도 같다.


나. 아이스킬로스의 <프로메테우스>

프로메테우스에게 운명은 예정된 것이 아닌 상대적인 것이다. 행위의 동기와 내용에 따라서 그가 처하게 되는 결과가 달라진다. 그는 자신과 인간 세계는 물론, 신들의 운명까지도 아는 선지자이다. 운명을 미리 알면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오이디푸스 왕>과 반대되는 작품이다. 오이디푸스가 철저히 운명의 꼭두각시이자 피해자라면, 프로메테우스는 운명의 개척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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