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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롱이 Jan 20. 2024

학기 초반의 첫인상이 중요한 이유

행동경제학의 앵커 이론을 통해 알아본 첫인상의 중요성

행동경제학에서는 앵커(Anchor)라는 말이 있다. 이는 특정 가격에 어떤 신제품을 구입했다면 우리는 그 가격에 기준점을 세우게 된다는 것이다. 즉 모든 인간은 어떤 행동에 결정을 내릴 때 본인만의 기준점인 앵커에 기반을 둔다.


10센트를 받고 3,000Hz에 이르는 소음을 들을 것인지를 두고 전례 없는 상황에서 첫 결정을 내렸던 사람은, 90센트를 받고 소음을 들어야 할지를 결정했던 사람과 달리 평균 33센트를 받는 선에서 다시 소음을 듣고자 했다. 두 번째 집단은 다시 한 번 귀에 거슬리는 경험을 하는 데 첫 번째 집단에 비해 2배의 대가, 즉 평균 73센트를 요구했다. (상식 밖의 경제학, 2장)


처음 내린 결정은 오랫동안 이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같은 환경에 놓여 있을지라도 더 적은 보상에서 참여하기로 결정한 사람은 이후 본인이 받았던 적은 보상을 기준점으로 다음 행동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반면 높은 보상을 받았던 사람은 높은 보상을 기준점으로 삼았다. 때문에 같은 행동일지라도 2배 이상의 대가를 더 지불해야만 했다.

중소기업에서 일했던 사람이 대기업에 들어가면 불만이 적다. 매우 엄격한 지휘관 아래에서 훈련받던 군인은 엄격한 편이지만 이전 사람에 비해 덜하다면 그럭저럭 만족한다. 같은 의미에서 매우 어려운 아이들을 지도해봤던 선생님은 대부분의 아이들을 지도할 때 어려움이 적다.


학생의 생활지도 역시 첫인상에 의해 결정된다. 문제행동에 대해 처음부터 적당히 못본 체하고 넘어가다 보면 뒤로 갈 수록 걷잡을 수가 없게 된다. 시간이 지난 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를 고쳐보려고 해도 이미 역치가 높아져 있어 교정하기 어렵다. 반면 초반에 단호하고 엄격하게 규칙과 질서를 세워두면 작은 호통이나 지적으로도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 강하게 남은 첫인상이 학생들의 앵커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교복 지도를 예로 들어보자. 3월 초반에 적당히 눈 감아주고 이해해주면 12월에 가서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 교실의 풍경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초반에 이상하리만치 강하게 교복 지도를 하면 학기 중간에 조금씩 무너질 수는 있겠으나, 교사가 지도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이를 교정할 수 있다. 대충 입어도 된다는 앵커가 자리 잡은 것과 원칙적으로 입는 것이 맞다는 앵커에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점이 있다.


첫인상으로 친절하고 따뜻한 선생님이 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다수의 학생이 포함된 학급을 운영해야 하는 관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말이다. 때문에 규칙과 질서는 분명한 앵커 선점이 필수적이다. 안정적인 생활지도가 담보된 뒤에는 학생과의 개별적인 상담과 래포 형성으로 친절하고 따뜻한 선생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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