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주파수에서 조종사와 관제사는 수많은 대화들을 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항공안전법에서 규정된 비행정보 제공과 각 공역등급에 따라 나뉘어지는 교통정보 제공 및 분리 등이 주된 내용인데 오늘 다룰 내용은 이것과는 다른 아주 중요하고 민감한 사항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시간에 민감하다. 버스와 지하철 등 각종 대중교통부터 요리까지, 오죽하면 5분 간단요리 레시피가 유행하고, 요즘 책들의 트렌드도 장편소설 같은것이 아닌 이동수단에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 유행한다고 하던가? 항공업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한국에서만 이런 현상이 국한된다는건 틀린 말이다. 전세계에서도 정시성을 맞추기위해 공항설계를 효율적으로 한다던가, 기존보다 더 효율적인 출발절차와 도착절차를 수립해 시간당 이/착륙항공기 수를 늘려 지연률을 낮추는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정시성을 포함하여 항공사의 안전성, 소비자 보호 및 만족을 고려해 매년 국토교통부에서는 항공교통서비스평가를 실시하고 국민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평가에서 좋지 못한 점수를 받게되면 기업의 이미지가 좋지 않게되고 그렇기때문에 최대한 정시에 출발하려고 노력한다.
여기서 조종사와 관제사의 의도치않은 신경전이 발생한다. 몇 초의 차이로 먼저 불렀음에도 교통사정상(예를 들어 지상에서 항공기가 뒤를 막고 있어 다른 항공기를 먼저 Push-back 한다던지) 대기지시를 내렸음에도
" 우리가 먼저 불렀지 않았어요? "
와 같은 말들을 종종 무선을 통해서 말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
First come, First Served 에 의해 항공기를 먼저 처리하는게 맞지만 운영상 이점이 있는 경우에는 관제사의 재량으로 순서 변경도 가능한 점. 여기서 관제사들은 딜레마에 빠진다. 오죽하면 이렇게 한번 조종사의 호된 축하파티(?)를 경험한 동료들이 평소같으면 잘했을 순서배정을, 먼저 부른 항공기를 처리한다고 뒤의 항공기를 무한정 대기시키다가 팀장님께 혼나는 모습을 가끔 보았다. 힘 내! 그러면서 배우는거지-
지금이야 어느 공항에서든지 국제선이 2019년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어 이런 현상이 덜하지만, 국내선이 예년과 같은 수치로 회복되었고 여름철 제주공항의 윈드시어, 강풍 등의 기상특보가 내려지면 항공교통흐름관리 때문에 평소보다 긴- 분리를 취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 순서에 민감하기 때문에 근무를 시작하기 전 마음다짐을 한다. 아이러니하게 제주공항행 10분 분리가 정립된 상황에서 앉자마자 동시에 3대가 푸쉬백 콜을 했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항상 출근때 날씨가 나쁘면, 조종교육때는 전날부터 그랬지만, METAR와 TAF를 확인하며 퇴근까지의 날씨를 예상한다. 마음의 준비랄까?
모든 항공업계 종사자분들은 날씨가 좋지 않으면 민감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친절하고, 때론 단호하게 대해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