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왕따, 은따로 힘들었던 글을 적었다. 그 이후로 아주 큰 사건이 있었는데,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편의상 A라고 칭하겠다.)
1. A가 업무관련자들이 모인 메신저 채팅방에 자신이 추진하는 업무를 안내를 했다.
2. 내가 업무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을 했다.
3. A는 한 시간 동안 답이 없고, A의 조력자 B가 대신 답변을 했다.
4. B의 답변에도 궁금한 점이 있어서 내가 재차 질문했다.
5. A가 공람된 문서를 확인해 보라고 한 줄의 메시지를 남겼다.
6. 내가 이미 문서는 확인했으나 궁금한 점이 있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7. A가 미흡한 안내는 죄송하다며 그 채팅방을 나가버렸다.
8. 난 질문에 대한 답을 받지 못했다.
9. A는 병조퇴, 다음 날 병가(금요일), 그리고 그다음 주 월요일에 병가를 썼다. 같은 사유 병가 3일 이상이면 진단서를 첨부해야 하는데 같은 사유 병가 이틀 만에 출근했다.
그 뒤로 A와는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뭐 서로 인사를 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직업 특성상, 병가나 연가를 쓰면 수업시간에 공백이 생기기에 다른 교사가 수업을 보충을 하러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 교사들은 정말 특별한 사유가 아니고서는 병가나 연가를 쓰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사유(내 입장에서는 "쟤가 나 지적질했어! 기분 나빠!"라는 사유다. A의 입장은 모르겠다.)로 병가를 쓰고서 화요일에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출근을 하는 모습에 나는 기함을 했다. 약간의 미안함이 있다면 마스크라도 쓰고 오는 예의를 갖출 줄 알았는데 풀 메이크업에 화사한 미소를 장착한 A를 보고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그리고 오늘, 옆 반 교사가 출산휴가를 들어가게 되었다. 휴가 후 휴직 예정이라 사실상 이별이다. A의 입장에서는 그 옆 반 교사가 나와 한편으로 보였다(실제로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흐얼). 마지막 출근이자 특별한 출산휴가를 앞두었기에 그 교사는 간식거리를 사 왔고 그 간식거리를 자리를 마련하여 나눠 먹기로 했다. 전체 공지도 올라온 상황이었다. 하지만 A는 그의 또 다른 조력자 C를 데리고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 자리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는 A인데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1년 6개월을 같이 근무한 동료가 출산휴가를 들어가는데 스무 살 가까이 어른인 A가 나타나지 않다니, A의 예의와 상식 없음에 난 또 기함을 했다.
A는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기, 무리에서 소외시키기로 대응 중이다. 나의 업무 추진에 필요한 단체 쪽지를 보냈는데 A는 답변하지 않았다. 업무에도 협조하지 않을 예정인가 보다. (아, 오해는 말았으면. 교사들 간의 문제이기에 학생들의 교육에는 별 지장이 없다. 교실 안은 각자 다른 영역으로 존중되는 게 이 사회다.)
나는 이제 A를 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기로 생각했다. 이유는 이러하다.
1. A는 지극히 자기 위주로 상황을 해석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어떤 대화도 통하지 않는다.
2. A는 자신에게 질문이나 반론을 제기하는 상황을 자신에게 대적하는 사람이라고 결론짓는다.
3. A는 자신의 이러한 생각을 주변의 조력자와 방관자들에게 은근하게 뿌린다.
4. A는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타인을 비난하거나 비방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와는 대화가 더 통하지 않는다.
5. 등등등
내가 만 2년 6개월을 겪은 A는 이런 사람이다.
참 궁금하다. A는 어떤 시선으로 이 상황을 해석할지.
나도 사람이다.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면 아무렇지 않게 넘기려 해도 짜증 나고, A와 마주치는 상황이 불편하여 모든 관계를 기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A는 나를 소외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주변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니까.) 자신들은 그저 중립을 지킨다고 말하는 어리석은 조력자와 방관자를 보고 있으면 더욱 속상하다. 어차피 해결되지 못할 상황이지만, 그 상황에서 더 마음의 어려움을 겪는 건 적극적으로 왕따를 시키지 않는 나이니까.
내가 왕따를 시켜서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음, 나는 그 누구에게도 A와 관련된 이야기를 퍼뜨린 적이 없다. 오히려 그런 이야기를 퍼뜨리며 분위기를 만든 건 A다. 그리고 난 그 사실을 2년 동안 지속해 온 뒤에야 깨닫게 되었다.
내가 피해자라고 생각하기에는 그것도 참 우습다.
뭔 피해자가 있고, 가해자가 있으랴.
그냥 '똥이다'라고 생각하고 방관자로 피했어야 하는데, 오지랖과 똑 부러지는 성격을 숨기지 못한 나지 뭐.
휴. 글을 쓸 수 있어 다행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하고 외칠 수 있으니 말이다.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의 소식이 따라란~ 하고 퍼졌는데,
나의 대나무 숲에서는 내 입장의 항변이 따라란~ 하고 퍼질 수 있을까?
그러고 보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는 현실과 사뭇 다른 해피엔딩이었구나.
"그 사람 나르시스틱한 사람이에요~ 위험해요~"
나부터 잘 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