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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곤 Sep 26. 2022

밥 때문에 울었다

밥과 사랑을 바꿨고, 밥 때문에 울었다.


밥과 사랑을 바꿨다.

에어팟을 잃어버렸다. 집 안 어딘가에 처박혀 있을 거다. 바지 주머니 어딘가에, 어지러이 놓인 책들 밑에 있음을 알지마는 찾지 않는다. 대신 멍하니 벽을 보고 있거나 침대에 누워 책을 읽는다. 매 순간 지니고 다녔지만 잃어버린 건 찰나였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찾지 않은 건 아니었다. 찾으려고 노력은 했으나, 분명 언젠가 또 사라질 것이라 생각해, 것보다 중요한 것들에 치여 외면당했다.  


밥 때문에 울었다.

귀로만 듣던 달콤한 노래들은 쓰디쓴 아픔이 되어 돌아온다. 밤이 무서워 간 운동장에서 하는 건 고작 애먼 돌맹일 차는 일. 집으로 돌아와 입 안에 밥알을 넣고 천천히 씹어보며 눈시울을 붉힌다. 달콤한 노래가 밥을 벌어다주지는 못했어도 적어도 밥맛은 맛있게 해 줬음을 깨달은 자의 공허함과 슬픔, 외로움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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