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
나는 자타공인 기록광이다.
적어두고 싶은 아이디어가 문득 떠오르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도, 회사 점심시간에 선배들이랑 점심을 먹을 때도 잠시 양해를 구하고, 심지어 샤워를 할 때도(!) 물이 줄줄 나오는 샤워기 입구를 틀어 잠근다.
그리고는 휴대폰 메모장을 켜서 그 순간 번뜩이는 생각 조각들을 급히 옮겨 둔다. 머리 속에서 흩날리는 낱말들이 물성을 가진 글자가 되는 순간이 짜릿해서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이렇게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왠지 남들에게 내 글을 보여주는 건 꺼려지고 쑥스러웠다.
남들 앞에서 쓰는 나의 사회적 페르소나가 아닌, 방 안에 혼자 있을 때처럼 가장 나다운 나를 보여주는 것이 부담스럽고, 괜히 내 내면이 발가벗겨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군가 내게 해준 말이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하게 만들었다.
"글은 공유될 때 진정으로 빛을 발하는 거야. 나만 보는 글은 아무런 힘이 없잖아. 너의 생각과 경험을 글로 세상에 내보이고 함께 공유해봐.
사실 내가 글을 발행한다 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읽어줄지 모른다.
열 명이 아니면 단 한 명이, 아니면 그 한 명조차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글을 올리는 행위 자체에서 내 스스로 가지고 있던 하나의 작은 알이 깨지는 기분이 든다.
앞으로 여기에 이런 저런 글을 올릴 거다.
급하지 않고 여유롭게. 그러나 가장 솔직하고 나다운 글을 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