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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와 승리의 과정만 있다

삶에 패배는 없다

by 작가 SR

2025년 가을이 깊어가는 대전의 한낮에 창밖으로 보이는 갑천의 물결이 금빛으로 반짝인다.

평온해 보이는 저 물결 아래에는 수많은 돌과 모래가 서로 부딪히고 깎여나가는 과정이 숨어있을 것이다.

우리는 삶을 흔히 승리와 패배의 이분법으로 단정하곤 한다. 시험에 합격하면 승리, 불합격하면 패배, 사업에 성공하면 승리, 실패하면 패배, 마치 정해진 답안지처럼 명확하게 나눌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나는 감히, 그 믿음에 반기를 들고자 한다. 삶에는 패배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여정에는 눈부신 ‘승리’의 순간과, 그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승리의 과정’만 존재할 뿐이다.

우리가 ‘패배’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승리의 과정에서 잠시 마주하는 가장 괴롭지만 값진 구간일 뿐이다.

그것은 종착역이 아니다. 패배는 우리가 스스로의 한계와 두려움으로 만들어낸 일시적인 과정에 불과하다.


우리는 결과에 집착한다. ‘성공’ 또는 ‘실패’라는 이름표를 붙여 한 사람의 노력을 간단히 규정해 버린다.

원하던 시험의 문턱을 넘지 못했을 때, 우리는 ‘시험 실패’라는 차가운 결과를 받아 든다. 하지만 그 이름표 뒤에 숨겨진 진실을 들여다보자. 밤을 새워 공부했던 시간들, 한 문제를 풀기 위해 수없이 고민했던 고민의 순간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스스로를 다그쳤던 그 모든 과정은 정말 ‘실패’라는 단어 하나에 포함될 수 있는가?


그것은 실패가 아니다. 단지, 원하던 결과 A가 아닌, 결과 B를 얻었을 뿐이다. 결과 B는 나에게 부족했던 점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가장 정직한 데이터이며, 다른 길을 고민하게 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씨앗을 심었을 때, 어떤 씨앗은 싹을 틔우고 어떤 씨앗은 그러지 못한다. 우리는 싹을 틔우지 못한 씨앗을 ‘패배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다만 ‘이번에는 조건이 맞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결과는 과정의 일부일 뿐, 과정 전체를 뒤덮으며 패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진정한 승리는 결과의 순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승리를 빚어내는 ‘과정’ 속에 더 깊게 녹아있다. 금속 기술자가 뜨거운 불 속에서 쇠를 달구고 수천 번의 망치질로 명검을 만들어내듯, 우리의 삶 또한 수많은 시도와 좌절이라는 망치질을 통해 단단해진다. 사람들은 완성된 칼의 날카로움에 감탄하지만, 그 칼을 만든 금속 기술자의 땀과 인내의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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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전문가, 회사원 그리고 작가인 황승리입니다. 신앙과 삶의 인사이트, 자기경영, 일, 공부, 인생, 마인드, 시, 수필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진정한 자유를 전달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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