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포엠피플 신인문학상

- 이고은 씨 선정

by 김네잎

http://www.msi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917


제3회 《포엠피플》 신인문학상 이고은 씨 선정



- 「두 시의 통화」 외 4편… 정밀하게 만들어진 설계도면 위에 세워진 건축물 같아


시와 비평 전문지 《포엠피플》이 제3회 신인문학상에 「두 시의 통화」 외 4편을 응모한 이고은 씨를 당선자로 확정했다.


지난 8월 31일 마감한 제3회 《포엠피플》 신인문학상에 총응모작은 1,351편이었다. 1차와 2차 예심을 통과한 7명의 작품이 본심에 올랐다. 그중에 본심 심사위원 고광식 평론가와 김네잎 시인의 손에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이고은 씨의 「두 시의 통화」 외 4편이었다.


심사위원 고광식 평론가는 본심평에서 이고은 씨의 작품은 “시적 촉수가 닿는 곳마다 미지의 세계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며 그의 “시 창작은 정밀하게 만들어진 설계도면 위에 세워진 건축물 같다.”고 총평했다. 이고은 씨의 시는 “표피적 현상이 아니라 현상 안쪽에 있는 진리를 향한다. 이에 따라 감정의 과잉과 상투적 표현을 극복”했다는 점과 “시편마다 시적 화자의 상태와 장소성이 분명”해서 “모호성을 극복하는 기제로 작용했다.”는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당선자 이고은 씨는 2004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한양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이다. 당선 소감에서 “시가 없으면 전 무엇으로도 절 설명할 수 없을 겁니다. 저를 재현하기 위해 시를 써왔습니다.”라며 “앞으론 우리가 알게 된 세계를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하다고 말하면서도 나조차 믿지 않은 나를 믿어준 친구들과 자매이자 가장 오랜 절친인 채은, 시은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어무니 아부지. 겁먹은 채 나아가는 저를 말리지 않아 주셔서 감사”하다는 기쁨을 전했다.


당선작과 심사 경위와 예심평, 본심평, 당선 소감은 2025년 '《포엠피플》 겨울호에 실린다. 시상식은 11월 16일 오후 3시 선경산업 강당(인천광역시 계양구 서운산단로 3길 1)에서 개최한 다. 당선자 이고은 씨에게는 상패와 3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당선작 미리 엿보기>


두 시의 통화


이고은



세 번의 졸업식은 모두 지루했어

찰리가 짖지 않는 이유를 의역해 줘


바우바우 그렇게 말해보며

헬멧 속 상처의 종류를 세보는 건 진부한 망상이다


조심해야 해

그런 말을 하거나 듣고 싶진 않아

꽃다발은 필요 없고 벽돌을 쥔 동급생과

길 한복판에서 잠든 쥐를 본 적 있지


그게 네가 원하던 거라면 나도

모든 걸 믿어볼 수도 있을 텐데


뉴스에선 싱크홀이 나온다

그 안에 빠진 것 중 어제 만난 들쥐 한 쌍도 있겠지

분홍 코가 부러진 채 짹짹거리는


둘이 서로를 안고 있었나

혹은 쥐고 있었는지


그거 이 년 전 뉴스야 그런 채널에 속다니 너도


찰리는 여전히 문다

영광의 흉터라기엔 잦고 축축하다


대학에 갈 거니

훔친 오토바이 사실 우리 집 화장실에 있었어

모두 거기 있어

WWE만 보는 우리 할멈 빼고


저기 우리 만나 볼래

바우바우

바이바이가 아니라


욕조 구덩이에서

둘은 여전히 졸고 있다고 믿는다



코나 와이키키


이고은



해변에서 찬가를 부르던 아이들이 죽은 해파리를 구경하고 있다 그 한가운데 서서 이브에 대한 건배를 요청하고 싶었지 가게 테라스 아래 두 마리의 달마티안이 뛰어다니고 마침 해가 지고 있는데

이국의 바다는 다를 줄 알았다고 떠들면서


주방장이 해파리에 쏘여 오늘 영업을 그만뒀다 순간 그의 링귀니 파스타를 먹고 탈이 난 코나가 떠올랐지 그녀는 일몰마다 모래사장에 구덩이를 내고 해파리를 묻었는데 그때 떠다니지 못하면 죽는 게 있다는 걸 처음으로 보았다 속으로 해파리의 묘비명을 지어줬고 그들의 묘비명이 자주 겹쳤다는 소식을 코나에게 숨겼다


젬베 연주자와 취한 투숙객의 하와이 노래를 녹화했다 수백 번 본 해변을 찍을 때마다 난 수많은 관광객 중 하나가 되었고

여름이 지겹다 말하면 혀 아래부터 짠 기가 돈다네!

미러볼이 돌아가는 순간에도 팝보다는 뉴에이지 음악을 틀었고 코나는 젓가락으로 파스타를 먹겠다며 음식을 흩뜨렸다 식당 직원은 크리스마스이브에 맞춰 찬송가를 부르던 아이들을 환영했는데

그날 내게 모국어를 해달라는 너와 종일 젬베를 쳤어 노래와 모래를 구분하지 못해 영원히 떠나지 못할 거라는 속삭임으로

나도 여름의 산타가 익숙했으면 했어, 코나.


침울한 건배사를 전하며

아이들을 밀치다 그녀의 잔과 부딪히며


얘들아 잠들 시간이야 어떤 굿나잇 인사를 해야 할까 잠든 아이와 잠들지 않은 아이를 구분해야 할까

메리 크리스마스 해파리를 넣어둔 구멍을 기억하니

구급차 사이렌 빛을 따라 모래 밖으로 나올 수 있다면……

여긴 자장가 대신 미러볼이 돌아가니 멀미를 조심하렴

사실 이국의 말은 믿고 싶지 않아

웃통을 벗은 아이가 뛰어다닌 식당 구석마다 자잘한 소금이 맺혔다 와이키키 밤에 해파리 같은 건 없다며



28cOSMOS


이고은



2662년, 역사상 처음으로 우주에서 천사의 잔해가 발견됐다. 공학자들은 2332년부터 실체 없는 것을 하나씩 찾아내려 했다. 그 당시 공학자들의 모습은 철학자와 유신론자들에게 신을 증명하려 든다는 행위로 보였다. 시간이 지나자 서로의 신념이 잊히거나 합쳐지고, 과거는 하나의 신화 혹은 구전으로 남게 될 뻔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사라지지 않은 연구자들로 인해 현재 천사의 존재는 21세기의 ‘외계인처럼 실존하지만 인간이 발견하지 못하는 존재’로 굳혀지게 되었다. 그중 범신론자이자 공학자인 학자들은 천사를 만나는 연구를 지속했다. 연구의 내용은 천사의 외형을 베낀 우주인들을 지구 밖으로 보내기. 실험은 대부분 아이로 이뤄졌다. 그들의 마지막 식사는 모두 사케를 탄 데운 우유였고 금속으로 된 날개를 제외한 신체 대부분은 우주에 도달하기도 전 실종됐다. 세기말마다 몸통 없는 날개가 늘어났다. 이번에 천사의 잔해로 추정된 물체는 천사의 금속 날개 덩어리로,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천사의 형태인 에탄올 향, 합금으로 된 깃털, 비둘기의 날개 구조. 세 가지 모두 부합한 것으로 알려져 이목을 사고 있다. 그러나 2772년, 날개에 새겨진 문구(태양이 뜨거워 해가 진 뒤 우주로 갔다)가 해독됐고 천사가 아닌 몇 세기 전 우주로 보내진 실험체인 것이 밝혀졌다. 우주인이자 공학자 민수는 천사를 보게 된 최초의 인간이 되지 못한 채 장수했다.

작가의 이전글雜(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