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혈청년 훈 Mar 25. 2024

단 두 달의 성가대 경험으로 생각하는 소속감 부여하는법

고등학교 시절 저는 두 달간 성가대를 한 적이 있습니다.

왜 저는 두 달밖에 성가대를 하지 않았을까요?

그건 소속감을 전혀 느낄 수 없어서였습니다.


고등학교 입학 초기 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저를 위해 어머니께서 의도적으로 친하게 지내도록 붙여주신 교회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활달하고 긍정적인 요즘 말로 하면 전형적인 '인싸'였습니다.

그 친구의 손에 이끌려 성가대에도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두 달간 성가대장님을 비롯해서 어느 누구도 저에게 단 한 마디도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간단한 인사말도, 환영의 말도, 연습시간에 제 파트를 지정해주거나 피드백을 주거나 사람들 앞에서 소개를 시키거나 하는 그 어떤 것도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요즘 같았으면 당사자나 그 부모가 항의를 해도 단단히 했을 일이란 생각이 드네요.

지금이라면 첫 주만에 그만두었거나 2~3주 그런 일이 벌어진 뒤 성가대장과 면담을 하던가 했을텐데 그 때만 해도 소심하고 순종적이었던 저에게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두 달이 지나갔습니다.


성가대 옷(교회분들은 아실 긴 흰 옷)을 입고 연습하고 예배 때는 성가대석에 앉고 찬양도 함께 하지만, 여전히 어느 누구도 저에게 말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두 달 동안 예배시간마다 '이 자리가 내 자리가 맞나?'라며 안절부절하고 위축되는 마음에 조마조마했었습니다..

두 달이 지나서 어떻게 성가대를 안 나가지 되었는지 이제는 잘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소속감이란 것은 사실 대단한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내가 여기에 있어도 되는구나'란 마음만 들게 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간단한 인사를 하거나 담당 업무에 대해서 물어봐주기만 해도 됩니다.

특히 모두가 함께 하는 행사에서 그 사람을 빠뜨리지 않기만 해도 됩니다.

이렇게만 해도 최소한 소속감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일은 대부분 방지할 수 있습니다.


1인 가정이 이미 대세로 자리잡은 초개인화 사회에서 소속감은 우리를 지켜주는 중요한 버팀목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소속감을 주는 존재가 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글이 뜸한 이유와 간단한 근황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