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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혈청년 훈 Oct 26. 2024

약간 삐딱한 시선으로 재구성한 효녀심청 이야기

1. 스님은 사기꾼인가? 미래를 내다보았는가?


심청전 이야기의 발단은 공양미 300석을 바치게 한 것에서 비롯됩니다.


여기서 스님은 사기꾼일까요? 아니면 미래를 예견한 현자 또는 예언자였을까요?


보통 계약의 관점에서라면 공양미 300석을 바치면 당연히 그 즉시로 눈이 뜨여지는 것을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지고 용왕님이 불쌍히 여겨 살려주고 연꽃에 태워 돌려보내주고 임금님이 왕비로 삼아주지 않았더라면 결과적으로 심봉사가 맹인잔치에서 딸을 만나 눈을 뜨게 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사실 우연에 우연에 우연이 연속된 것으로 이걸 과연 스님과 그 사찰이 300석을 받아가는게 맞는지 의문이 들기는 합니다.


그래도 이 부분은 이야기 전개를 위해서 부득이한 양자택을을 만드는 과정으로 이해해야겠죠.



2. 300석의 가치는?


나무위키에 따르면 300석의 가치는 쌀 20KG그램 가격을 34,000원으로 잡고 최소 3,502만원, 최대 4,675만원 정도 됩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심청이네 집이 4,000만원 정도의 돈을 마련할 길이 없어 그 딸이 목숨을 버려야 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생각을 해보니 공양미 300석을 바치겠다고 약조한 심봉사는 무슨 생각인지 궁금해집니다.


본인의 가계사정을 스스로 모를리도 없는데 그런 거액을 바치겠다고 약조하다니....


딸을 지극정성으로 키운 점은 훌륭하고 존중받아야 하겠지만 경제관념은 아무래도 영 아닌 것 같습니다.



3. 심청전에 나오는 왕은 노년의 왕?


심청전에 나오는 왕은 연꽃을 타고온 심청을 왕비로 삼았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몇 가지 힌트를 전해줍니다.


첫째, 현재 왕비 자리가 비어있다.


둘째, 아무 배경도 없고 출신도 잘 모르는 여성을 왕비로 삼았다.


이 두 가지의 결합으로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은 왕은 안정된 왕권과 확고한 후계자가 있는 노년의 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선 이제 막 즉위했거나 장년인 왕에게 왕비 자리가 비어있는 경우는 잘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또 한창 권력세계의 한 가운데를 헤쳐나가야 하는 왕이 아무런 배경없는 여성을 왕비로 들이는 것은 언어도단입니다.


하물며 왕의 나이가 젊거나 장년이라 후계자를 낳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신하들과 권세가들이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말뼈다귀 같은 여자가 나타나 왕비가 되고 후계자를 낳는 꼴을 가만히 지켜볼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 이런 모든 것을 신경써도 되지 않는다면?


세종에게 문종이 있었던 것과 같이 장성한 후계자가 있고 그의 위치가 이미 탄탄하여 왕이 새로운 왕비를 맞고 설령 왕자가 태어나더라도 권력승계 구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그리고 지금 왕 또한 앞으로 살 날이 그리 오래 남지않았다면?


그런 경우라면 오히려 아무런 배경 없는 여자가 왕비가 되는 것에 모두가 정치적으로 납득하고 오히려 환영할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새로 왕비가 된 심청이 세력을 형성하거나 분란을 만들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약간 삐딱한 시선으로 심청전을 재해석해보았습니다.


재밌으셨다면 다음엔 다른 이야기도 이런 식으로 분해해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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