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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혈청년 훈 Dec 02. 2024

40대,마지막일지 모를 이직제안을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최근 글이 매우 뜸했습니다.

뜸한 이유는 10월 하순 이직제안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에 심사숙고 끝에 정중히 거절하기로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생각한 것들, 왜 최종적으로 이직을 하지 않기로 했는지를 간단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제안주신 곳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어디인지, 조건이 어땠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결론적으로 이직제안을 거절한 핵심이유는 3가지입니다.

1. 가정사정

2. 업무영역

3. 경제상황

입니다.


가정사정은 언젠가 정리할 기회가 되면 따로 연재형식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마 분명히 도움을 받는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1. 이직을 하지 않은 이유 - 업무영역


이직을 하지 않은 단 하나의 이유를 꼽으라면 업무영역입니다.


제 나름대로 알아보고 만나서 구체적으로 얘기를 들어보았을 때, 

제안받은 업무는 메인이 아닌 서브, 일종의 부사수 역할이었고,

돈을 벌어오는 핵심업무가 아닌 지원업무였으며,

마지막으로는 신생조직이었습니다.


만약 제 나이가 40대가 아니거나 아이가 없거나 2번에서 말씀드릴 경기침체기가 아니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도전을 선택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위에 열거한 세 개의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고 있던 저로서는 신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것과 과소평가하는 것 양 쪽 모두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만약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면 차라리 과소평가를 선택하겠습니다.

왜냐하면 과소평가는 언젠가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 날개를 펼칠 가능성도 있고 스스로 내 가치를 깨닫는 순간 세상에 겁날 것이 없는데, 나를 과대평가하고 있으면 언젠가 반드시 큰 코를 다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40 넘은 나이에 익숙한 업무영역도 아닌 곳에, 심지어 메인도 아닌 서브역할로 지원부서에서 눈부신 성과를 내어 두각을 나타낼만큼 내가 뛰어난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2. 이직을 하지 않은 이유 - 경제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지금 경제사이클이 성장, 호황에 있었다면, 어쩌면 결론이 달랐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경제상황은 분명히 수축 내지는 침체에 들어와 있습니다.

더욱이 삼성전자, 롯데그룹, 포스코에서 보여지듯 근본적인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 짧은 생각으로는 빠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에 대한민국 경제에 퍼펙트스톰이 몰아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기업에서 보직을 달지 않은 40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느 누가 보더라도 - 나의 상사는 물론 회사 인사팀, 경쟁부서까지도 인정하는 - 제가 그 회사에 없어서는 안될 인재가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지만 1번에서도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그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애초에 사업부서가 아닌 지원부서에서, 심지어 메인 롤을 맡고 있지도 않은 사람이 불과 1년만에 소속부서는 물론 회사 인사팀, 경쟁부서까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실적을 내고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것은 드라마나 만화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저 말고도 많은 회사생활, 이직상담 유튜버나 브런치 작가님들도 지적하시듯이, 40대 정도 되면 더 이상 본인의 능력만으로 일하는 것이 아닙니다.

회사 내부의 다른 부서와의 협조는 물론 회사 외의 고객사나 관계사와의 관계도 중요합니다.

그런 자산도 이직해가는 회사에는 당연히 없습니다.


이 말은 이직한 뒤 새로 그런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인데, 그게 1년만에 될리가 없습니다.

최악의 경우는 이직한 회사를 퇴직할때까지 지금 직장에서 구축한 네트워크 수준을 구축하지 못할수도 있습니다.

이는 곧 실적과 저에 대한 평가로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보직을 달지 않은 40대, 50대는 구조조정 리스트에 1순위로 이름을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고연봉자라면 더더욱



3. 이직을 하지 않은 이유 - 연봉


연봉은 고려요소가 아니었느냐?, 연봉제안이 별로여서 거절한 것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연봉을 올리고자 이직을 고민했던 게 사실이고, 이직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내가 생각한만큼의 연봉을 받기 어렵겠다는 판단도 물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 가장 큰 요소는 연봉액 자체보다도 '지속성'이었습니다.

물론 연봉도 말씀을 나눠보니 제가 희망하는 정도의 연봉을 받기는 어려워보였습니다.

다만, 가능한 제 상황을 고려해주시겠다고 했으니 어쨌건 지금 회사보다 조금이나마 올려받을 수 있을 것 같기는 했습니다.


문제는 설령 지금보다 정말로 연봉을 30%, 심지어 그 이상 받고 간다고 하더라도 1년, 2년 받고 짤리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1번이건 2번이건 둘 중 하나에서 나름의 확신이 섰으면 그 이후 진지하게 연봉협상에 임해서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을 확보하려고 했겠지만, 결론적으로 1번과 2번 모두 '적어도 지금 타이밍은 아니다'라는 결론이 났기 때문에 연봉은 거절사유까지 가지도 못했다가 정확한 얘기일 것입니다.



4. 40대의 이직은 업무로 만난 인연으로부터?


제가 이전 글에서 쓴 것을 이번일로 스스로 입증한 셈이 되었습니다.


30대까지는 공고를 보고 이직하지만, 40대부터는 20대, 30대에 쌓아놓은 것으로 이직제안이 들어오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책 제목은 지금 기억이 안나지만, 실직했을 때 나에게 일자리를 제안하는 것은 나와 지속적으로 자주 연락하고 깊은 얘기를 주고받는 관계보다는, 업무적으로나 사회에서 만나 가끔 연락하면서 어느 정도의 친분있는 관계에서 오히려 제안이 오거나 구직정보를 듣게 된다고 합니다.


저와 로스쿨에서 친해진 형님의 경우, 재판에서 변론하는 모습, 제출하는 서면이 남달라서 이직제안을 받은 적도 있다고 합니다.


20대는 신입을 채용하고, 30대는 경력직을 쓴다면, 40대는 정말로 검증된 사람이 필요할 때 사내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의 추천으로 채용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평소 업무를 할 때 함부로 할 수 없는 이유가 어쩌면 여기에 있는 것 아닐까 새삼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업무만 잘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업무역량이나 실력은 없는채 술만 마시고 다닌다고 되는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5. 올바른 결정을 위해서는 내가 아는 최고의 전문가들에게 상담하라.


제 글을 꾸준히 보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저의 최대 장점은 오픈마인드라는 것입니다.

제가 잘 못하는 것,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습니다.

그게 저를 여기까지 이끈 첫 번째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변호사로서의 커리어와 진로에 대한 고민은 저보다 연차나 법조경력이 긴 변호사님들께 문의를 했고,

사기업을 제가 워낙 모르니 그 쪽은 사기업을 잘 아시는 분들께 조언을 구했고,

나이를 떠나 통찰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 모두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이런 다각적인 노력이 없이 혼자서만 결정을 하려고 했다면,

긍정적인 면으로 쏠리거나 반대로 한없이 부정적인 면만 부각했을 것입니다.


오늘 먹을 점심메뉴는 아무래도 좋습니다만, 인생의 중요한 결정은 주위에 많은 좋은 분들께 조언을 구하시기를 바랍니다.

분명히 좋은 길이 나올 것입니다.



6. 전문가란?


이번 이직 때 큰 도움을 받은 브런치 작가 두 분이 계십니다.

본인들께 허락을 받지 못해 어떤 작가분인지 공개하지는 않겠습니다.


이번에 다시 한 번 느낀 것이 아직 저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스스로 평가하기에 저는 초급 전문가, 잘해봐야 중급 전문가라고 생각됩니다.


일단 전문가라면 문제의 원인을 진단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다만, 초급 전문가는 문제의 진단은 잘하는데 해결책, 대안을 제시하는데 있어서는 추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급 전문가는 문제의 원인도 진단하고 실무에 적용 가능한 해결책이나 대안도 제시합니다.

이 정도 되면 그래도 어디 가서 전문가 대접을 받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상급 전문가는 문제의 원인은 물론, 질문자의 상황이나 미래변화까지 고려한 맞춤형 대안, 최적의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입니다.

이론도 현장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변경해서 적용할 줄 아는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입니다.


앞으로도 상급 전문가를 목표로 더욱 정진해야겠습니다.



7. 마치며


내가 언제 또 이직제안을 받아보겠나?

이제 이직은 불가능하고 사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지는 것 아닐까?

내가 거절한 기업이 앞으로 엄청 잘나가서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는 것은 아닐까?


정말 여러가지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선택을 내렸고 이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스스로 입증하고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 글이 다른 40대 직장인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이 땅의 모든 직장인들, 그리고 아버지들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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