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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혈청년 훈 Dec 20. 2024

[직딩라이프]중간관리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줄어들 뿐

여기저기서 구조조정을 한다, 희망퇴직을 받는다 등 흉흉한 소문이 들려오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AI까지 등장해서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더 정확히는 이 두 가지가 제일 먼저 타격하고 있는 곳은 중간관리자입니다.

https://v.daum.net/v/20241216103502791


그러면 중간관리자는 앞으로 사라지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중간관리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줄어들 뿐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1. 중간관리자가 사라질 수 없는 이유


제가 늘 말씀드리는 것처럼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CEO까지도 제끼고 주주와 직원들이 바로 붙는다고 해보겠습니다.

직원 수 4~5명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직원이 100명만 되어도 주주들이 직접 직원들과 소통하며 일을 진행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그래도 CEO는 있어야지"라고 할지 모릅니다.

그러면 그 CEO는 하늘에서 떨어지나요?

내부에서 장차 CEO가 될 후보군을 양성해야 할 것 아닙니까?


CEO도 외부에서 영입한다고 칩시다.

그래도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주주들이 바로 수백, 수천, 수만명의 직원들과 소통하고 지시할 수 없다면 - 아무리 AI의 힘을 빌린다고 해도 -, CEO 한 명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지막으로 책임은 누가 집니까?

주주들이 직접 지시했으니 주주들이 책임을 지면 되나요?

아니면 일개 월급쟁이에 불과한 직원들에게 실패의 책임을 지우고 바로 해고할까요?


결과적으로 중간관리자는 기업규모가 수십명만 되어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2. 기존 중간관리자 역할은 상당부분 대체가 불가피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제가 미리 말씀드린 것처럼 중간관리자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 중간관리자 수가 지금까지처럼 유지된다고 한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중간관리자의 비율은 조직에서 줄어들 것입니다.

특히 무능한 중간관리자,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중간관리자는 도태될 것입니다.


서두에 인용한 기사처럼 그간 중간관리자를 쓰는 중요한 이유였던 일정정리, 성과관리 등은 지금도 개발되어 있는 여러 어플을 잘만 활용하면 효율성을 상당히 올릴 수 있었는데, 아예 AI가 등장해서 보조를 한다면 이 부분에서 중간관리자가 설 자리는 확실히 좁아질 것입니다.

1번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중간관리자를 두는 이유가 직원들과 현실적으로 직접 소통할 수 없기 때문인데,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주지는 못하더라도 직접적이고 빠른 소통을 확실히 촉진시켜 줄 것입니다.


자,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예전보다 윗직급의 중간관리자, 나아가 CEO가 직원들 개개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까지 일을 진척시켰는지를 중간관리자를 아예 통하지 않아도 되게 되거나 중간관리자에게 의존하는 정도가 낮아진다면....

이제 중간관리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3. 경제위기, AI에도 살아남는 중간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결론은 "깊은 관심"입니다.

그냥 관심이 아닙니다.

"깊은 관심"

입니다.


지금부터 말씀드릴 사람, 통섭이 전략으로서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그 근간에 깊은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1) 사람


AI가 인간에 비해서 근본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극복하기 어려운 약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AI가 인간의 육신을 입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AI가 장차 로봇기술이 발달해 기계적 육체를 갖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인간의 육체와는 다릅니다.


내가 모시는 상사, 함께 일하는 동료, 부하직원들 그리고 우리의 고객은 '사람'입니다.

사람은 육신을 갖고 있습니다.

그 육신 때문에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언행을 합니다.


과연 AI가 알베르트 카뮈가 쓴 이방인의 유명한 구절 "햇빛이 눈부셔서 그랬다." ,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그게 어제였나. 잘 모르겠다."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또 피천득의 은전 한 닢의 거지의 마지막 말, "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일찍이 인류가 철학, 종교란 것에 심취한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육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육신이란 틀 안에 담겨 있기에, 이 육신이 스러지는 날 우리의 정신도 끝나는 것은 아닌가?

그런 공포, 두려움, 미지에 대한 여러 생각으로 인해 일찍부터 인류는 철학, 종교에 심취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는 육신이 있기에 욕망을 가집니다.

인간의 3대 욕구인 식욕, 성욕, 수면욕 모두 육신이란 그릇, 틀에서 비롯됩니다.

우리가 육신에 매여있지 않다면 정기적으로 식사를 취할 필요가 없으며, 잠에 들어야 하는 이유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육신에 얽매이지 않고(신체장기를 교환하건, 새로운 신체에 기억과 정신을 옮겨심던), 영생할 수 있다면 성욕이란 것도 단지 유흥거리의 하나로 전락할 것입니다.


AI는 인간이 육신을 갖고 있기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비합리성, 비이성적인 행동을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녀를 위해 기꺼이 내 목숨을 내던지는 인간의 행위는, 자가복제가 가능한 AI 관점에서는 그런 비효율적이고 이해안되는 행동이 없을 것입니다.


이미 사람은 업무효율만으로는 지금의 AI도 이길 수 없습니다.

그 어떤 전문가라 할지라도 수천만, 수억개의 학습데이터를 통해 단련되고 실시간으로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AI보다 빠르게 자료를 리서치하고, 정리하고, 맞고 틀림을 답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사람을 알기에 데이터 너머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AI와 사람이 보수공사를 한다고 했을 때, AI는 각종 부품, 기자재가 사용연한, 법정연한에 맞춰 교체되어 있을 것이라 가정하고 설계를 하고 견적을 내겠지만,

사람은 우리 사회인식, 기업문화, 법적 처벌 수준 등을 고려해 각종 부품이나 기자재가 사용연한을 훌쩍 넘겨 가동중일 것이라 유추하여 AI와는 다른 설계, 다른 견적을 낼 수 있습니다.


중간관리자로서 직원들에 대한 관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직원이 현재 어떤 상태에 있는지, 어떤 생각과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잘하고 어떤 부분을 어려워 하는지 등을 고려하지 않고 "월급을 받았으면 일을 해야지!", "옆에 김대리, 네 동기 이대리는 잘하는데 너는 왜 이 모양이야?!"라며 당위론만 펴는 중간관리자는 AI에 의한 도태 1순위일 것입니다.



2) 통섭


경제위기, AI시대에 더 이상 중간관리자는 지금까지와 같아서는 생존할 수 없습니다.


실무자로서 일한다?

애초에 왜 중간관리자로 있는지 모르니 정리대상이 됩니다.


그저 윽박지르고 부하직원들을 갈구기만 한다?

인간적으로도 잘하고 직원들의 성과를 잘 내게 하는 옆에 부서 중간관리자가 어느 순간 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겁니다.


이제 중간관리자의 차별성은 '사람'과 함께 AI는 찾아낼 수 없는 가치를 찾아내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통섭'입니다.

롤모델은 잡스입니다.


잡스는 컴퓨터 그 자체를 발명하지 않았습니다.

디자인을 직접 한 것도 아닙니다.

잡스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통섭'을 했을 뿐입니다.



잡스가 2007년 아이폰 프레젠테이션 영상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여기 나온 것처럼 아이폰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냥 아이팟 + 전화기 + 인터넷입니다.

물론 여기에 App이 추가되는 것이고 그 App이 지금의 아이폰과 스마트폰 생태계, 우리 삶 자체를 바꿔놓은 것이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출발은 아이팟 + 전화기 + 인터넷이었습니다.


인터넷은 애초에 미국이 군사용으로 만든 알파넷이 시초로 일개 개인이나 일개 기업이 만들어낼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전화기는 벨이 발명했지만 이제 갓 산업화가 시작되던 시기와 지금을 같게 볼 수는 없고, 우리는 토니 스타크가 아닙니다.

즉, 우리 중 누구도 어제까지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기술, 새로운 발견을 할 확률은 우연히 우리 집 옆에 웜홀이 생기는 것 만큼이나 낮은 확률이란 말입니다.


하지만 잡스처럼 통섭은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애초에 협심증 치료제 목적으로 개발된 비아그라가 현재와 같이 대히트를 친 것도 일종의 통섭입니다.

'어, 이 약이 다른 쪽(?)으로 효과가 너무 좋은데?'라고 생각한 누군가는 우리도 될 수 있습니다.


통섭을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정보접근 권한, 회사 자원에 대한 활용권한, 대내외적인 네트워크 등이 필요합니다.

이런 것은 중간관리자가 아닌 평사원이 갖기는 제한적인 것입니다.



3. 마치며


오늘 글은 저 자신에 대한 글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저 또한 AI시대에 메인스트림에 속하지 않은 평범한 변호사, 중간관리자 1인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변호사와 회사에서의 중간관리자, 어느 쪽에서도 딱히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하고 있는 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한 고민입니다.


모쪼록 우리 모두 엄혹한 시대에 잘 살고 못 살고는 둘째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이 땅의 모든 직장인들을 응원하고 존경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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