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남성과 일본여성의 국제결혼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에서조차 뉴스가 될 정도입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2/0004065289?sid=103
https://dot.asahi.com/articles/-/256729?page=1
이러한 현상을 두고 몇몇 유튜브에서는 한국여자들과 일본여자들의 성향차이를 원인으로 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이걸 "한국여자가 계산적이다", "한국여자는 허영심이 심하다."는 식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문제를 너무 단순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본은 한국의 10년 후 미래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처럼 이번 문제도 과거 일본이 어떠했는지를 보면 답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몇몇 유튜브, 커뮤니티에서 얘기하는 것과 달리 일본여성도 80년대, 90년대 초중반까지는 지금의 한국여자가 받는 비판을 똑같이 받을 소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일본여성은 30년, 40년 전의 그 때와 다른 것도 분명히 사실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면 무엇이 원인일까요?
제가 이번 글을 쓰기 위해 찾아보던 자료 중 아래 인터뷰가 그 결론을 잘요약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ㅇ 90년대 초반의 소위 트렌디 드라마를 보면 성에도 개방적이고 적극적이며 자립적으로 보여지는 여주인공들이 나온다.
ㅇ 하지만 실제 80년대 일본여성은 진정한 의미의 경제적 자립을 이루지 못했다. 예를 들어 남녀 임금격차가 여전했다.
ㅇ 그런 상황에서 일본이 버블경제 시기에 들어가니 여성들은 관계를 해주는 것과 대치관계로 주머니 사정이 두둑해진 남자들로부터 과거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ㅇ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버블경제가 91년 붕괴된다.
ㅇ 남자들은 더 이상 전처럼 돈을 쓸 수 없게 되었고, 혼자서 살아갈 정도의 전문성과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여성들은 과거로 회귀하기를 원하게 되었다.
ㅇ 즉, 여자 혼자서 살아갈 정도로 임금격차가 개선되지도 않았고 개선도 요원한 상황에서 자립할 정도의 전문성과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상당수의 여성은 다시 전통적인 결혼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https://p-dress.jp/articles/13384?utm_source=chatgpt.com
최근 한국 여성들도 조금씩 결혼에 조바심을 내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진실인지는 남자인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만, 일전에도 쓴 글처럼 올 해 부쩍 여직원들의 결혼러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연령도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30대 초반입니다.
어쩌면 우리 한국도 전환점을 맞고 있는지 모릅니다.
피부로는 어렴풋이 '혼자서 살아간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깨달음과 동시에 자기보다 5살, 10살 많은 선배, 언니들이 했던 갑으로서의 연애, 결혼생활을 포기하기 어려워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면에서 일본은 이미 우리보다 10년 또는 20년을 앞서 갔기 때문에 정리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결혼적령기의 25세~30세 정도의 일본여성은 소위 일본의 버블시대를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줄곧 장기 디플레이션 사회에서 살아온 것입니다.
월급은 당연히 느는 것이 아니고,
직장이란 당연히 정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밖에서 경쟁하고 일하며 산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일본 여성이라고 무슨 특별한 가정교육을 받고, 문화가 같은 한자, 유교문화권인 우리와 얼마나 다르겠습니까?
무조건적으로 일본여성을 찬양하고 한국여자를 폄훼하는 것은 온당치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재 결혼적령기의 일본여성들은 지금 한국여성들이 무시하거나 - 또는 깨달았어도 갑의 위치에 서기 위해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 남자들이 밖에서 하는 고생을 한국여성들보다 잘 알아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바로 그런 점이 일본여성들이 결혼상대로 한국남성들에게 인기가 치솟고 있는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의 일부 여성들은 남녀평등을 입버릇처럼 외칩니다.
그러나 제가 대학을 다니고 지금까지 사회생활하면서 짐을 들거나 어려운 일을 당연히 하겠다고, 나서는 한국여성을 본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반면에 - 비록 1년여간이었지만 - 일본에서 교환유학을 하던 시기에 느낀 일본여성은 달랐습니다.
한국적(?)인 것이 몸에 베어있던 저는 무거운 것은 당연히 제가 들고 힘든 일도 일단은 제가 하겠다고 나서는데 상대방인 일본 여학생들은 굉장히 부담스러워 하거나 과하게 고마워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세상은 돌고 도는 것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나라도 20대, 30대 초반 여성들은 이런 것을 깨닫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시간은 마냥 나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