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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딩라이프]AI시대 살아남는 사람 : 질문이 다르다

by 열혈청년 훈

지금까지 직장인들은 자기가 속한 조직에서 상대적 우위만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잘하면 에이스로 대접받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업계 탑급의 인재들을 누구나 고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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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주판입니다.

제 또래만 되어도 어릴 때 주판학원을 한 번 쯤은 가거나 최소한 집에 주판 한 개쯤은 갖고 있어 부모님께 배운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주판을 누가 사용하고 있나요?

1972년 8월 카시오에서 휴대용 전자계산기를 발명한 이래 1980년대 들어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으로 보급, 대중화되기 시작한 이래 주판은 어느샌가 우리 주위에서 사라졌습니다.


아무리 주판을 잘하는 사람도 전자계산기 몇 번 뚝딱이면 답이 나와버리니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좀 복잡한 것도 공학용 전자계산기를 사면 큰 문제없이 해결됩니다.


주판은 오로지 주판 하나만 잘해서 회사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심지어 핵심인력으로 인정받았을 수많은 장삼이사 직장인들의 자리를 결론적으로 빼앗아 버렸습니다.

일본에서는 - 이제 좀 지난 얘기기는 하나 - 연공서열로 여전히 주판으로 계산하는 50대 직장인이 높은 연봉을 받는 것에 대해 비꼬는 장면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AI는 더 심각합니다.

저는 챗지피티와 구글 제미나이 둘 다를 사용하고 구독은 챗지피티만 하고 있는데....

복잡한 건은 어려워도 크게 어렵지 않은 법률이슈를 물어보면 법률검토 초안 정도는 뚝딱 만들어냅니다.


사실 제대로 된 검토까지는 필요하지 않은 간단한 법률이슈라면 AI한테 시킨 걸 일부 오류 있는 부분만 제가 수정해서 보고서로 제출해도 별 문제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건 어쨌건 과거에는 일반 직원은 처리하기 어려웠던 업무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법률지식만 갖고 있는 직원이라면 꼭 법대 출신이 아니고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간단한 법률이슈는 AI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해결하고 보고서를 쓸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사실 멀지 않은 시간에 대표적인 전문직이라 할 수 있는 변호사, 의사도 AI로 상당부분 대체될지 모릅니다.

어쩌면 저만 모를 뿐 이미 그런 시대가 와있는지도 모릅니다.

초고난이도 케이스를 제외한 대다수 케이스에서 AI가 인간을 추월할 것은 필연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렇게 되면 인간 의사, 인간 변호사에게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일이 잘못되었을 때 법적책임을 지기 위한 것만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AI는 민형사상 책임까지 질 수는 없으니까요.


속도로도, 지식으로도, 정확도로도 AI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면 남은 것은 무엇일까요?

어쩌면 이제 우리에게 남는 마지막 경쟁력은 "질문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도 나도 똑같은 AI를 사용한다고 할 때 퀄리티의 차이는 질문에서 나오게 됩니다.

설령 내가 사용하는 모델이 경쟁자보다 약간 떨어지더라도, 계속되는 추가질문으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온전히 사용자에게 달려있습니다.


사람들은 질문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고수는 압니다.

질문만 들어봐도 이 사람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얼마나 이 주제를 고민했는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질문력은 있으면 좋은 정도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질문력이 나의 경쟁력과 생존 자체를 가를지 모릅니다.


그리고 질문력은 하루 아침에 뚝딱 떨어지는게 아닙니다.

계속해서 갈고닦아야 나올 수 있습니다.


오늘도 이 땅의 모든 직장인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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