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연령별습관 형성방법
“아들을 공부시키는 건 너무 어려워”
“아들은 책상에 앉히는 것만으로도 성공이야”
아들 둘을 둔 엄마인 나에게 지인들이 가장 많이 하소연하는 이야기이다. 나도 같은 문제로 고민을 하였던 시절이 있었다. 딸 같은 아들도 물론 있겠지만, 에너지 넘치고 호기심 많은 아들을 책상에 1시간 이상 앉히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두 아이들은 모두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주도 학습으로 영재학교에 입학하였다. 그리고 올해 큰 아이는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였다.
“엄마, 유튜브 보고 책 읽을게요.”
“엄마, 조금만 더 놀면 안 돼요?”
엄마라면 하루에도 몇 번은 듣게 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기보다 스스로 할 일을 다 마친 후에 자유시간을 즐기기를 원했다. 이를 위해서 나는 아이들에게 주어진 일을 스스로 하는 습관을 들여주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어야겠어!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이뤄나가는 것에 대한 희열을 가지고 있었기에 아이들에게도 그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계획을 엄마 혼자 세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 스스로 몇 시에 무엇을 하고 독서는 얼마큼 할 것인지 등을 정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물론 아이가 자신의 능력에 맞게 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엄마의 몫이다. 그리고 주말은 비워두어야 한다. 평일에 하지 못한 것들을 할 수도 있고, 계획을 잘 수행했다면 토, 일은 맘껏 놀게 해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까지 6인용 책상을 구입해 거실에 두고 모든 공부는 거실에서 같이 했다. 대신 독서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해 주어야 질리지 않기 때문에 어디에서 어떻게 읽던 상관하지 않았다. 선택과 집중. 공부하는 습관들이기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아이들 공부 습관에 대해서는 다양한 내용이 많은데 먼저 아이들이 어렸을 때 공부 습관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 유치원 아이들의 공부습관 만들기
남자아이들은 청각보다 시각적 자극에 더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본인들이 해야 할 일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면서 놀이처럼 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하루에 해야 할 일을 적은 습관 막대를 만들어 우유갑으로 만든 박스에 꽂아 습관 만들기 놀이를 했다. 습관 막대의 종류는 '독서, 연산, 일기, 영어' 등 아이가 해야 할 일을 적었다. 오늘 할 일을 다 하면 왼쪽 박스에 있는 습관 막대를 오른쪽 박스로 옮겨둔다.
왼쪽 박스에 있는 막대기가 오른쪽으로 모두 이동하면 오늘의 해야 할 일이 끝나는 게임이다. 먼저 왼쪽 막대를 없애기 위해 두 아들은 경쟁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매일매일 한 달 동안 미션을 잘 수행하면 월초에 약속해 두었던 선물을 사주었다. 어느 때는 팽이를 다른 때는 만화책을 원했다. 한 달간의 미션을 잘 수행한 결과로 아이에게 주어지는 선물은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보상이 되어 주었다.
2. 초등학교 저학년의 공부습관 만들기
매일매일의 학원 시간표도 다르고 루틴이 달라 1주일 생활계획표를 만들었다. 아이들과 우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정하고 무슨 요일 몇 시에 그 일을 할 것인지 상의하여 계획표를 만들었다. 이때도 중요한 것은 엄마가 일방적으로 만들지 말고 아이들과 함께 계획표를 만드는 것이다.
매일 시간별로 계획을 세우고 몇 시에 그것을 했는지 적어보도록 했는데 초등학교 저학년에게는 맞지 않아 바로 방법을 바꿨다. 아래 계획표처럼 시간을 30분 단위로 나누고 몇 시에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정한 후 계획을 지키면 괄호 안에 동그라미 표시를 하도록 했다. 1주일 동안 얼마나 계획을 잘 지켰는지 한눈에 잘 보이니 아이들은 주말에 맘껏 놀기 위해 계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같은 시간에 똑같은 일을 21일 하면 습관이 형성된다는 글을 본 후 최소 21일간은 아이들이 계획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할 일을 하게 되니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아이는 '책상에 1시간 앉기'를 무리없이 해나가기 시작했다.
엄마의 역할은 우리 아이를 잘 관찰하고 아이가 힘들어한다면 이유를 찾고 아이에게 맞지 않는 방법은 빨리 수정해서 아이가 편안하게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3. 초등학교 고학년의 공부습관 유지하기
어느 정도 매일매일 할 일에 익숙해진 후에는 해야 할 일은 단순화시켜서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선배맘이 하던 방법인데 딱이다 싶어 그대로 적용했다. A4용지의 1/4에 일주일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체크할 때는 1/4로 접어서 시간 체크하면 공간도 적게 차지해서 좋았다. 4주의 체크리스트가 모이면 1장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파일에 잘 넣어두고 한 달 동안 잘 해낸 것을 보면 스스로 뿌듯해했다.
체크리스트를 만들 때는 가능하면 단순하게 4~5개 정도만 하는 것이 좋다. 체크할 것이 너무 많으면 할 일이 너무 많다고 느끼게 되고 체크하다가 정작 해야 할 일을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도 물론 아이와 상의하여 할 일과 시간 또는 해야 할 분량을 정해야 한다.
이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기 위해 시간계획표에 맞춰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좋다. 전체적으로 오늘의 할 일만 알고 해내면 되는 것이다.
4. 초시계 사용법
유치원 때 퇴근하고 돌아오면 아이는 늘 만화를 시청하고 있었다.
“만화를 너무 많이 보는 것 아니야?”
“엄마, 만화 조금밖에 안 봤어요.”
분명 2시간 이상 본 것 같은데 전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 모습에 A4 용지를 TV장에 붙여놓고 1주일 동안 매일 만화를 본 시간을 같이 체크했다. 하루에 2~3시간을 보고 있는 것을 확인한 후 아이는 TV를 많이 보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고, 덜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고등학생들이 초시계로 시간 관리하는 것을 보고 초시계를 1인당 1개씩 구입해주었다. 신기하거나 좋아 보이는 것을 사주어서 흥미를 가지고 사용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팁이다.
1시간 책읽기를 할 경우 타이머로 1시간을 맞춰놓고 읽다가 화장실을 갈 경우 초시계를 멈추고 다녀오도록 했다. 이렇게 몇 번 이야기하니 스스로 화장실을 가거나 물을 먹으러 갈 때 스스로 초시계를 멈추었다. 초시계를 멈추면서 자주 일어나는 것을 인지했는지 초시계를 멈추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점점 한 시간 동안 한 번도 일어나지 않는 횟수가 늘어났다. 수학 문제를 풀 때는 한 문제당 푸는 시간을 체크하면서 빠르게 푸는 연습을 하기도 했다. 문제를 풀면서 늘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놀 때는 실제보다 적게 놀았다고 생각하고 공부를 할 때는 실제보다 많이 했다고 착각을 한다. 이런 착각을 방지하기 위해 초시계를 통해 공부시간을 확인하도록 했더니 시간을 활용하는 능력이 키워졌다. 예를 들어 태권도 가기 전에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놀이시간을 확보했다. 또한 “엄마 30분만 자유시간 할게요.”라고 했을 때 30분 놀고 태권도 갈 시간에 맞춰 준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른들이 출근할 때 시계를 보지 않아도 대충의 시간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시간관념도 생겼다.
이렇게 초등 6년을 보내고 나니 아이들은 독서와 공부에 익숙해졌다. 학원 숙제를 위해 조급해하며 하는 공부가 아니라 매일매일 독서, 수학과 영어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중학생인 어느 날 퇴근을 하고 문을 여는데 아이들이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엄마한테 보여주기 위해서 할 수도 있다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매일 반복되었다. 아이들이 엄마와 상관없이 자신의 공부를 하고 있구나 생각이 들면서 아이들을 더 믿기 시작했다. 공부하라는 잔소리는 고비가 올 때마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화로 바뀌었다.
공부 습관 만들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인데 처음에는 이 역할을 잘 해내지 못했었다. 7시에 공부하기로 계획표에 적혀있으면 엄마의 마음은 6시 50분부터 마음이 급해졌다.
'이제 슬슬 정리하고 공부 준비해야 하는데.'
'7시에 공부 안 하러 가면 어떻게 하지?'
나도 모르게 6시 55분쯤이 되면 “7시 5분 전이야”라고 잔소리를 하게 되었다. 그러면 아이들은 항상 “엄마 알아요”라고 말했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아이 스스로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7시가 되어도 말하지 않고 기다렸다. 이를 악물고 신경 안 쓰는 척하면서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때의 1분은 마치 1시간과 같았다. 7시 10분쯤 되니 아이들은 그 재밌는 1박 2일을 보다가 TV를 끄고 공부를 하러 갔다. 물론 TV를 끄는 그 모습은 애처로운 정도였다.
그때 ‘아! 내가 아이들을 너무 믿지 못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창피함을 느끼고 반성하게 되었다. 그 후로는 약속시간이 되면 신경은 쓰지만 시간이 되었다고 잔소리하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된 기반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이 스스로 할 만한 일은 잔소리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엄마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