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과학선생님이었던 나도 들어보지도 못한 '전자통신 대회'라니. 아이는 학교에서 과학대회 안내를 듣고 전자통신이 재미있을 것 같다면서 대회에 나가고 싶어 했다. 전자 통신 대회를 준비하는 학원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온전히 준비를 하는 것은 나의 몫이었다. 물로켓 대회는 들어봤어도 전자통신은 생소하여 대회에 대해 찾아보았다. 전자통신 대회는 청소년 과학탐구대회 중 하나로 초록색 구멍 뚫린 보드, 소위 ‘빵판’을 이용하여 작은 회로를 만드는 대회였다. 예전에는 빵판에 납땜을 해서 회로를 만들었는데 이것을 좀 더 편하게 만들어놓은 것을 '브레드보드'라고 부르고 그곳에 소자들을 끼워 넣어 회로가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다.(빵판을 영어로 쓰면 브레드보드이다.)
전자통신은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가 스스로 찾아보고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면 그냥 포기할 것인가?'
'아니다!'
엄마인 내가 공부를 해서라도 가르쳐 주어야겠다 결심하고 그날부터 회로에 대해 공부하고 기본적인 내용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아이가 모르면 학원을 찾아 보내는 것보다 엄마, 아빠 중 그 분야를 더 잘하는 사람이 공부해서 도와주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다.
4학년 때 아이는 일주일 동안 겨우 소자(부품)의 이름과 브레드보드 원리만 이해해서 교내 대회에 참가했다. 전자통신 대회는 참가인원이 별로 없기 때문에 참가만으로도 상을 받았다. 상을 받는다는 것은 항상 의욕을 갖게 해 준다. 아이가 스스로 관심을 가진 영역이어서인지 브레드보드를 시간이 날 때마다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보고 계속 가지고 놀았다. 마치 블록놀이를 하듯이 회로를 만들며 놀았다. 엄마가 억지로 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하고 싶다고 한 것들은 지속해서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 엄마의 역할은 정보를 수집하고 우리 아이가 흥미로워할 만한 것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는 것이다.관련된 책을 아이가 보게 하기도 하고 좀 더 어려운 회로를 아이에게 주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모르는 것이 생기면 아이와 같이 공부하기도 하면서 나는 우리 아이만의 개인교사가 되었다.
매일 형이 브레드보드를 가지고 노는 것을 본 동생도 브레드보드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형을 따라 간단한 회로를 만들어보더니 결국 시를 대표하여 형제가 한 팀으로 전국 청소년 과학탐구대회 전자통신부문에 출전했다.(전자통신부문은 지금은 없어졌다.) 결과는 동상이었지만 전국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큰 경험을 하였다.
“와~ 열심히 준비했더니 1등을 했어요.”
열심히 준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시대회 1등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그 후로 결과가 안 좋으면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생각해보도록 유도했고, 어떤 점을 보완하면 좋은지 얘기해보도록 했다. 이렇게 반복하니 실패를 했을 때도 그것이 하나의 경험이며,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엔 너무 긴장했는데 하다 보니 괜찮아졌어요.”
전자통신 전국대회 때 처음에 소자 하나가 작동이 안 돼서 소자를 다시 받아왔다고 했다.(소자를 더 받으면 감점이 된다.) 그 얘기를 듣고 소자를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는 데 얼마나 고민이 많고 떨렸을까 싶었다. 그래도 그 상황에서 판단을 하고 긴장감을 이겨내며 끝까지 과제를 수행한 것에 대해 정말 많은 칭찬을 해주었다.
“캠프 때 보니 정말 다들 열심히 참여해요.”
대회 전 날 전국에서 모인 아이들이 강당에 모여서 캠프를 했다. 큰 풍선 옮기기 등 다양한 레크리에이션이 진행되었다. 적극적으로 즐겁게 참여하는 다양한 아이들을 보면서 더 넓은 세상을 접하고 돌아왔다.
작던 크던 대회를 경험하면 아이는 늘 한 뼘 더 성장해있었다. 대회를 꼭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기간에 집중하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대회에 참여하는 것은 아이를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되어 준다.
다양하게 시도하다 보면 자신이 더 좋아하고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 경험에 대해 꼭 이야기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아이가 정보에 관심을 가지고 잘하게 된 이야기이다. 아이들이 정보를 잘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앞으로 학교에 정보과목이 필수가 된다고 하니 조금 일찍 접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정보영재원에 도전하는 것을 추천했다. 아이들은 타자도 제대로 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지만 정보영재원을 너무 가고 싶다고 했다. 프로그래밍 등을 배우는데 아이들이 엄청난 흥미를 가졌고, 결과는 잘했다. 이제 두 아이 모두 고등학교에서 정보를 전공하고, 큰 아이도 자유전공학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려고 한다. 아이들에게 정보를 접해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아이들이 스스로 해내는 자기 주도 학습이 중요하다고 해서 모든 것을 아이에게만 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 아이들이 어떤 분야에 호기심을 느낄 때 ‘네가 혼자서도 깊게 공부할 정도가 돼야 진짜 관심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거야’라고 생각하고 “그래 네가 스스로 더 알아봐”, "초록색 창에 검색해봐."라고 한다면 호기심의 싹을 잘라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은 엄마가 귀찮고 수학 공부 한 장 더 하는 것이 중요해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없애버리기도 한다. 아이가 좀 더 흥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은 우선 시도해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들의 호기심은 무궁무진하다. 그중 얕은 호기심도 있고 깊은 호기심도 있다. 또한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는 아직 모르는 때이고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능력도 부족하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의 호기심을 지속시켜주기 위해서는 처음에는 엄마가 아이에게 정보를 추려서 제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