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려버린 시간 2년, 욕심은 금물
엄마의 욕심은 독
“엄마 이제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돼요”
초등학교 3학년 어느 날 챕터북 『Magic Tree House』를 듣던 아이가 한 말이다.
그 순간 너무 깜짝 놀랐지만 아이에게는 놀란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유치원 시절 영어 수업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파닉스도 시켰다.
엄마표 영어 사이트에서 좋다는 영어 그림책도 사서 읽어주고 CD도 듣게 했다.
나름 영어유치원 다니는 아이들 못지않게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7세 때 『Oxford Reading Tree』라는 책을 알고 Level 7에 해당하는 책을 읽혀보았다.
미국나이 6~7세에 해당하는 수준의 그 책을 잘 읽었다. 잘 읽는다고 생각했다.
‘그래, 우리 아이는 뭐든 잘할 수 있어.’
‘그래, 이 정도는 읽어줘야지.’
엄마표 영어를 소개해준 언니가 ORT 7단계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은 대단하다고 답해주었다.
엄청 으쓱했다.
일정 수준의 책을 읽을 수 있으니 초등학생이 되면 바로 집중듣기를 시작해야겠다 생각했다.
ORT와 ORT 7단계를 뛰어넘는 책들을 준비했고, 초등학교 입학 후 집중듣기를 하도록 했다.
제일 먼저 『Nate the Great』를 들었다. 너무 쉬워 보였지만 처음이니까 쉬운 것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 처음이니까 집중을 못하는 거야’라고 나를 달랬다.
음원을 틀어놓고 음원이 끝나면 책 한 권을 다 듣는 것이니 책을 다 끝냈다고 생각했다.
쉬운 책을 끝냈으니 아이들한테 인기 많고 좀 더 어려운 책을 해야겠다 싶어 『Magic Tree House』세트를 구입한 후 집중듣기를 하도록 했다.
잘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것도 2년 동안이나.
3학년이 되었을 때 『Magic Tree House』를 다시 집중듣기를 했다. 어느 날 아이에게서 이제야 내용이 이해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1학년 때는 어땠는지 물었다.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몰랐는데 엄마가 너무 무서워서 그냥 그렇게 쳐다보고 있었다고 했다.
멍 때리면서 시간을 보낸 것이다. 집중듣기를 했다고 생각했던 시간은 공기 중에 흩어지고 있었다.
2년 동안이나.
돌이켜 생각해보니 『 Oxford Reading Tree 』 7단계를 떠듬떠듬 읽었었는데, 엄마인 나는 영어문장을 읽을 수 있다고 착각했었다.
국어책도 떠듬떠듬 읽으면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데 말이다.
이렇게 눈에 뭐가 씌었는지 아이의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아이를 고통 속에 밀어 넣었다.
책이 재미있는지, 이해가 되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 아이는 00 책 들어요.’ 이렇게 이야기하고만 싶었나 보다.
집중듣기 때 100% 이해할 필요는 없지만 80% 정도는 이해하며 듣는 것이 좋다. 그동안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파악하지 않았다. 재미없다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날려버린 시간 2년은 너무 속상하고 아까웠다. 나의 속상함보다는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대화를 한 후에는 정신을 차리고 아이에게 책을 추천한 후 재미없다고 하면 바로 다른 책을 주었다. 추천하는 책이 재미없으면 다시 추천할 책을 2세트 정도 준비했다.
이런 상황을 경험 삼아 작은 아이에게는 항상 재미있는지를 먼저 물어보았다. 내 기준에 쉽고 어려운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아이가 느끼는 재미만 중요했다.
그랬더니 아이는 영어를 한 번도 공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미있게 동영상을 보고, 책을 듣고, 책을 읽었다. 자연스럽게 글을 쓸 수 있고,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인증시험을 준비하지 않고 응시해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아이랑 길을 걷다 이런 질문을 했다
“나중에 네가 아이를 낳으면 엄마표 영어로 영어공부를 시킬 거야?”
“응. 힘들지 않으니까. 단어 안 외워도 되고.”
많은 시간을 하고 있음에도 아이가 힘들지 않다고 느끼기에 더 확신을 가졌다.
엄마표 영어를 하려면 우선 엄마의 욕심을 버리자.
다른 사람이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먼저 파악하자.
재미를 느끼면 아이의 영어실력은 저절로 향상될 것이다.